"東北亞 환경공동체 위해 한국의 경험 나눠주길"

"이웃 국가를 선택해 이사 갈 수 있나요? 동북아는 특히 환경 측면에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운명 공동체'입니다. 공통 목표를 빨리 세우고, 서로 장점을 배워야 합니다."

장신성(章新勝·67)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총재가 8일 서울시청을 방문해 박원순 시장과 마주 앉았다. IUCN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자연이 심각하게 황폐해지자 1948년 발족한 기구로, 세계 최대 규모 환경 기구의 하나다. 장 총재는 '차이나 파워'를 보여주듯 속속 국제기구 수장에 오르는 엘리트 중국인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로, 2012년부터 IUCN을 이끌고 있다.

그는 서울에서 열리는 '이클레이(ICLEI) 세계 도시 기후환경총회'(8~12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기 위한 도시의 역할을 논의하는 자리다. 장 총재는 박 시장과 대담한 뒤 본지 인터뷰에서 "중국보다 먼저 산업화 과정을 겪은 한국이 그 경험과 교훈을 나눠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올해 한국은 유독 '괴로운 봄'을 맞고 있다. 중국발 황사와 미세 먼지 때문이다. 지난달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는 최근 5년 중 가장 짙었다. 장 총재가 방한하기 하루 전인 지난 6일에도 황사 여파로 서울의 미세 먼지 농도가 한때 '나쁨' 수준까지 치솟았다. 박 시장도 대담에서 동북아 대기 질 개선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말했다.

장 총재는 "한국의 기술과 경험은 중국은 물론 동북아 환경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동북아 협력'과 함께 '에너지 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이클레이 총회 기간에 35개 기업으로 꾸려진 중국 투자 시찰단이 한국에 와서 우수한 국내 환경 기술과 시설을 둘러볼 예정이다. 하지만 장 총재는 좀 더 근본적인 조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 자체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병이 생긴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 총재는 작년 11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열고 온실가스 감축에 합의하면서, 중국은 화석연료가 아닌 대체 에너지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미세 먼지와 같은 대기오염 물질을 줄이고, 온실가스도 줄여가려면 '근본 원인'인 화석연료 사용을 자제하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황사 먼지는 한국에 가기에 앞서 베이징 시민에게도 극심한 피해를 준다"면서 "중국 역시 황토 고원을 녹화하는 대규모 조림 사업에 나서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같은 한국의 대도시들이 에너지 절약과 친환경 에너지 사용 확대 운동을 벌이고 '원전 하나 줄이기'와 같은 캠페인도 펼치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총재는 IUCN 총재를 맡기 전에 중국 쑤저우(蘇州) 시장을 지냈다. 그는 "서울시는 지속 가능한 도시 성장 부문에서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선례를 만들고 있다"며 "중앙정부는 물론 서울시와 같은 지방정부와 상공업계·시민단체·언론계가 함께 노력해야 전환점에 놓인 지구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