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의 정원

탄현 SBS 드라마제작센터의 세트장에 설치된 ‘하이드 지킬, 나’의 정원을 방문하여 '김동숙 방송 연출 가든디자이너'의 정원 조성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드라마 연출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된 정원과 드라마 연출의 뒷이야기에 대해 들어봤다.

100여평의 세트장 테마정원

세트장 내에 100여평에 조성되어 정원의 테마는 명상의 실내 온실정원이다. 야자수. 선인장, 목련, 벤자민 고무나무, 대엽 홍콩, 관죽, 아이비, 스킨댑서스, 피토니아, 맥문동, 무스카리, 물망초, 콩난, 알록카시아, 팔손이, 디펜바키아, 백정화, 알레카야자, 네프로네피스, 튤립, 제라늄, 크로톤, 허브류 등 실내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조성되어 있다. 정원은 각각의 화단으로 구분되어 있고, 화단의 높이는 조금씩 차이를 주어 주 통로에서 모든 화단이 눈 안에 들어오게 조성되어 있다. 주정원은 높은 야자수와 선인장을 이용해 실내정원의 특성을 살리고, 그 밑부분으로 관중과 네프로네피스 등 고사리류를 이용해 깊이 감을 주어 웅장함을 강조했다. 부정원은 각기 생활환경이 비슷한 식물을 군락으로 조성하고, 곳곳에 돌과 소품을 두어 소소한 재미가 있게 조성되어 있다. 정원과 건물의 벽이 만나는 공간에는 아이비를 벽으로 붙여서, 식물이 식재된지 오래된 느낌을 주어 정원이 더욱 자연스럽다.

명상의 공간 옆쪽으로는 큰 고목에 녹영을 덩굴처럼 활용해 늘어뜨려 신비스러움이 느껴지게 했고, 명상의 공간과 조화를 이루게 조성되어 있으며, 통로 쪽으로 놓여진 의자와 테이블들은 쉬면서 정원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을 가지게 한다. 정원의 중앙 천장으로는 대형 새장을 활용해 만든 조명이 있고, 그 아래로는 팔각의 유럽풍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분수대 밑으로 간접 조명을 넣어 분수대와 함께 밑으로 조성된 화단의 식물도 돋보이게 한다. 화단에서 조명의 쓰임새를 다양화하여 식물들이 빛과 만나서 만드는 풍경을 따뜻하게 한 연출도 흥미롭다.

방송연출 가드너 역할이란?

김동숙 가든 디자이너가 식물과 함께 하는 직업을 갖게 된 것에는 부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인데, 어린 시절 마당 가득 꽃들을 키우시는 아버지의 모습은 식물을 알고 스스럼없이 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고, 평생직업으로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1991년 SBS가 창사와 함께 TV방송 연출 플로리스트로 활동하면서 영역을 넓혀 지금의 방송연출 가든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한다. 방송국의 일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예술작업으로 매번 일반적인 것과는 차별화된 아이템으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 쉽지 않지만, 그 성취감은 다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한다. 주어진 시간 안에 조성해야 하고, 많은 인원이 촬영을 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촬영 중간중간 보수해야 하는 일이 빈번하고, 보수하는 시간도 연기자들이 쉬는 사이에 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의 싸움, 순발력, 임기응변의 능력이 꼭 필요 하다고 한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의 높이 8m 숲. 드라마 <주군의 태양>의 장미정원.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의 주인공 주택의 정원 등 많은 연출을 했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강원도에서 연출 도중에 파밭을 만들어 달라고 갑자기 요구해, 서울로 올라와 가락시장에서 파를 사서 싣고 다시 가서 강원도에서 연출하고, 제주도에서는 작은 섬의 아름다움을 더하기 위해 섬 전체를 유채 밭으로 연출했으며, 북한에서는 꽃을 구하기 힘들어 천으로 꽃을 연출하면서도 남들이 해보지 못하는 체험을 통한 다른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선구자라 스스로 생각하므로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다 보는 관점에 따라 쓰임새는 달라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나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들은 아름다운 정원을 탄생 시키는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상상하고 실천 한다면, 자기만의 개성과 색으로 만들어지는 정원이 더 아름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글·사진 우정아
자료제공 정원·원예 전문월간지 가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