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4.10 09:45

시골집이다. 품격 있게 말하면 전원주택이다. 자그맣게 집을 지어 지난해 7월 이사를 하였다. 주변이 논밭이고 산자락이라 산새와 까치, 참새가 집 주변에서 나른다. 아침이면 마당 앞 빈터의 덤불에 참새들이 모여든다. 떨어진 씨앗을 찾아 먹는다. 지난가을부터 내내 쪼아 먹곤 했다. 먹이가 귀해질 시간이다.

[시니어 에세이] 참새가 열리는 나무

어느 날 안사람은 한 줌의 쌀을 참새 먹이로 마당에 뿌리곤 했다. 처음엔 눈치를 살피는 듯하더니 지금은 아침이면 으레 참새떼가 우르르 모여든다. 그래도 아직은 인기척이 나면 잽싸게 나뭇가지로 날아오른다. 나뭇가지에 참새가 열린다. 인기척이 사라지면 가을바람에 단풍 떨어지듯 참새가 마당으로 내려 앉는다. 잔디에 뿌려놓은 쌀을 쪼르르 움직이며 찾아 쪼아 먹는다.
 
참새가 놀랄세라 창문 안쪽에서 모이를 먹는 참새를 조용히 바라본다. 동심에 젖는다. 정신없이 모이를 찾는다. 앞마당에서 이리저리 뛰놀다간 다섯 살배기 손주 얼굴이 오버랩 된다. 아이들은 흙을 만지기를 좋아한다. 이 녀석도 마찬가지다. 마음대로 뛰어놀지도 못하는 아파트에서 벗어나 집에 오는 날이면 손자는 신난다. 텃밭용 작은 모종삽을 들고 마당에서 흙을 파기도 하며 뛰논다.

[시니어 에세이] 참새가 열리는 나무

이곳에서 며칠을 지내다 가면 아토피 피부가 훨씬 좋아진다. 맑은 공기와 햇볕의 처방이다. 환경의 오염과 자연을 벗어난 생활이 가져온 질병이다. 피폐한 도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람은 흙에서 태어났고 흙으로 돌아간다. 사람에게서 흙을 뺏을 수 없다.” 펄 벅 여사의 소설 “대지”의 구절이 생각난다. 인간은 흙과 친해져야 하나 보다.

햇볕과 바람과 맑은 공기가 스치는 나뭇가지에 정겨운 참새가 열리는 아침이 풋풋하다. 봄꽃의 향기도 스며든다. 나도 자연이 된다. 내일도 우리는 마당에 한 줌의 쌀을 뿌릴 것이다. 아마 머지 않아 쌀을 쥔 손등에 날아들지 모른다. 진심은 만물에 통하지 싶어서다. 작은 나눔으로 실천하는 생명에의 존중이다. 뿌린 쌀알이 더 많은 참새를 열리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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