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유로존 여전히 저평가… 경기 회복 따른 최적 투자국가는 독일"

전 세계적인 '바이(buy) 유럽' 열풍이 국내에도 불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4월 초까지 유럽주식형 펀드로 5329억원의 순유입이 일어났다. 투자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중국주식형 펀드로 몰린 돈(748억원)보다도 7배 많은 최고 인기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선 연초 이후 여전히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유럽 펀드 중에서도 판매량이 가장 많은 상품이 슈로더투자신탁운용의 유로주식펀드다. 유럽 펀드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10% 후반대를 달리고 있다. 이 펀드의 국내 판매액은 6300억원 남짓인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1월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 완화 발표 이후에 판매됐다.

이제 투자자들의 고민은 '지금 투자하기 늦지 않았나' 하는 것이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마틴 스캔버그 펀드매니저에게 유럽 주식시장 전반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그는 현재 국내 투자자들이 투자한 역내 펀드를 포함해 68억유로(약 8조1000억원)짜리 유로 주식 모(母)펀드를 굴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인터뷰에서 "앞으로 1년간 유럽 주식이 10%의 추가 상승 여력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1년여 지난 시점에서 같은 질문을 다시 하겠다. 유럽 주식이 앞으로 얼마나 더 오를 것으로 전망하나?

"지금까지, 특히 올 2월에 유럽 주식시장이 매우 양호한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과대 평가됐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1월 말 발표된 양적 완화에 시장이 매우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니다. 유럽 주식시장은 선진국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유럽 시장 곳곳에서 수익성 회복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유로화 약세 덕분에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개선된 데다, 기록적인 저금리 덕분에 자금 조달 기회가 많아지고 유가가 폭락한 덕분에 향후 12개월 내에 유로존 GDP가 1% 포인트 이상 상승할 것이다. 이런 여러 근거를 종합할 때, 올해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유럽 주식시장에 대해선 낙관적인 시각을 견지할 만하다고 본다."

―미국 등 여타 선진국 대비 유럽 주가가 어떤 수준인지 비교한다면.

"작년 말 이후 유럽 주식의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대비 주가 수준)이 다소 높아졌지만, 2월 말 기준 경기 조정 주가수익비율(CAPE·주가가 지난 10년간 평균 주당 순이익의 몇 배인지를 따지는 척도)은 아직도 14.4배 수준이다. 지난 40년간 장기 평균치가 20.4배였고, 금융 위기 직전에는 30배에 육박했다. 평균치 대비 여전히 42%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재 미국은 26배 수준으로 유럽보다 한참 높다. 아직 유럽 주식은 과대평가 얘기가 나올 수준은 아니다."

―펀드 안에 특히 어느 나라, 어떤 업종 주식을 가장 많이 담고 있나? 그 주식들을 고른 이유가 궁금하다.

"먼저 국가를 꼽자면 단연 독일이다. 독일이 유로존 경기 회복에 따른 전반적인 수혜를 입을 최적의 나라로 보고 있다. 유로화 약세 환경에서 독일 수출 기업들이 구조적으로 실적 향상 기회를 잡은 데다, 마이너스 금리 등 모든 요인이 앞으로 수년간 주가 상승을 견인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마침 지난 분기에 GDP가 0.7% 성장하며 경제 전체가 상승 기조에 접어들고 있다. 사실 지난해만 해도 독일이 이 정도로 좋을 줄은 미처 몰랐는데, 일부 가치 평가 오류를 인정하고 최근 독일 주식 비중을 더 늘려 잡았다.

업종 중에선 자동차 부품업체와 미디어 부문을 주목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은 신흥 시장에서 경쟁 기업들과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부품업체 입지는 매우 탄탄하다. 비단 저유가에 따른 원가 하락, 환율 효과 등을 배제하더라도 무인 자동차, 자율 주행차, 능동적 안전장치 등 새로운 기술이 출현하면서 과거보다 훨씬 더 빨리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유럽에 특히 이 분야에서 매우 우수한 기술을 선점한 기업이 많다. 오토리브나 콘티넨탈 같은 회사 말이다.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미디어 부문을 유망하게 보는 것도 흥미로운데….

"독일 같은 핵심 유로존 국가에서 실질임금이 오르고 있다. 또 저유가 덕분에 소비자 투자 심리와 가처분 소득이 강하게 상승하고 있다. 사람들의 미디어 사용량이 확 늘어날 것이라는 얘기다. 기업 입장에서도 투자 심리가 살아나고 이익이 늘어나는 만큼, 상품과 브랜드 프로모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TV 광고나 온라인 마케팅 캠페인에 이익의 일정 부분을 재투자하기 시작했다. 퍼블리시스 같은 미디어 대행사, 프렌치TV, 유니버설뮤직 공급 업체인 비방디, 독일 최대 방송사인 RTL 같은 미디어 플랫폼은 아직 가치 대비 가격이 싼 경기 순환 우량 종목으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너무 많이 올랐다거나, 직접 투자를 조심해야 하는 종목군도 분명 있을 것 같은데.

"금융 부문이다. 특히 보험 종목은 실적이 저조할 것 같다. 유틸리티나 에너지 관련주는 전체 시황이 개선됨에도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두 가지 큰 국제 경제 변수가 있다. 연내 미국의 금리 인상과 국제 유가다. 이 변수가 유럽 주식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금리 인상과 유가 하락 모두 유럽 시장엔 긍정적 요인이라고 본다.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기란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유럽보다 훨씬 빨리 인상되리라는 점이다. 이는 분명 양적 완화와 더불어 유로화에 압박 요인으로 작용해, 달러화 대비 유로화 가치가 추가 하락할 것이다. 유럽 수출 기업엔 더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에너지 가격 하락도 비용 절감 측면에서 에너지 집약 산업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유럽 소비자들이 누릴 혜택이다. 유가 하락은 유럽 소비자에게 세금 인하 같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며, 그 결과 유럽 전역에서 소비가 늘어나는 데 이바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