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MBA] 甲질 이기는 '협상의 달인 乙' 되는 세가지 비법

워크숍을 진행하다 보면 항상 듣는 하소연이 이거다. "을로서 협상하는 게 너무 힘들다. 무슨 방법이 없을까?"

어떤 을은 다짐한다. 다음 생에선 꼭 갑으로 태어나겠노라고. 이런 사람들은 옷도 꼭 한 브랜드만 고집한다. G.A.P(갑)! 을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3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재테크 상담을 받으러 금융사의 PB(프라이빗뱅커)를 찾아갔다고 가정하자. "지난달에 세법이 바뀌어 고민이 많다"고 말하자, PB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언제 바뀌었나요?"라고 반문한다. 잠시 뉴스를 폭풍 검색하더니 다시 입을 연다. "아~ 바뀌었네요. 참, 우리나라 세법은 너무 자주 변해요. 그죠?"

만약 당신이 고객이라면 어떨까? 이런 PB와는 더 이상 얘기하기 싫다. 고객인 나보다 금융 지식이 더 없는 PB라면. 그래서 협상학에선 말한다. 을이 자존감을 지키면서 협상하기 위해선 '지식'이 가장 중요하다고.

을은 갑보다 훨씬 더 많은 지식과 정보로 무장해야 한다. 그래야 갑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솔루션을 주고 존중받을 수 있다. 그래서 영업 중에 가장 어려운 게 바로 제약 영업이다. '비전문가', 즉 제약회사 영업 담당이 '전문가', 즉 의사를 상대하기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약대 출신으로 세일즈 조직을 만들고 있다. 협상학적으론 스마트한 전략이다.

두 번째 방법은 '황금의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협상학에선 말하는 황금의 다리란 상대와의 관계를 훼손하지 않고, 상대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는 다리를 뜻한다.

협상을 하다 보면 의견이 대립될 때가 있다. 이때 유능한 을은 갑이 자존심을 지키면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 준다. 한마디로 체면을 세워준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갑이 가격이 맞지 않아 떠났다고 가정하자. 만약 을이 도저히 가격을 낮출 수 없다면, 배송을 무료로 해주겠다거나, AS 기간을 늘려주겠다는 식의 수정 제안을 할 수 있다. 그래야 갑은 자신도 전리품을 얻었다고 생각하고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물론, 이때 갑에게 주는 전리품은 을 입장에선 큰 노력이나 비용이 들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 황금의 다리를 놓기 위해 특히 중요한 것은 협상 이슈와 인간관계를 분리하는 것이다. 협상 이슈에 대해선 강해도 된다. 하지만 협상 상대에 대해선 부드러워야 한다. 조건이 맞지 않아 떠난 갑은 조건만 맞으면 언제든 부메랑처럼 돌아온다. 하지만 인간관계가 틀어져 떠난 갑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영영 건넜다고 봐야 한다.

세 번째 방법은 익스플로딩 오퍼(Exploding Offer)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는 협상 상대에게 특정 기간을 주고 상대가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존에 했던 제안 중의 일부를 철회하는 방법을 말한다. 을이 갑에게 약간의 압박을 주고 싶을 때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영업 담당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저희가 꼭 납품하고 싶습니다. 저희랑 하시면 가격 할인 10%, 무료 배송, A/S기간 1년 연장 가능합니다" 이렇게 3가지 카드를 던진다. 그리고 말한다. "그런데 죄송한데, 이번 주에 결정해 주셔야만 3가지 모두를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왜냐면 2주 후부터는 저희 배송 차량이 모두 예약돼 있어 무료 배송이 불가능합니다. 아~ 물론 다음 주 이후에 결정하셔도 나머지 두 가지, 즉 가격 할인과 AS 기간 연장은 가능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한 가지 혜택을 철회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이유, 즉 상대가 들었을 때 충분히 납득할 만한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없다면 만들어야 한다. 이 방법은 갑에게 기한에 대한 압박을 주면서도 기한이 경과한 뒤에도 계속 협력을 유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갑이 을과 협상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다면 이는 뭘 뜻할까? 갑도 뭔가 원하는 게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 않다면 그 바쁜 갑이 왜 굳이 시간을 내어 을을 만나고 있겠는가? 을이 갑에게 줄 수 있는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을 스스로 자신의 협상력을 과소평가하지 말자. 을로서 내가, 우리 회사가 생존해 있다는 것 자체가 당신은 이미 갑에게 무언가를 주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