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로 시들했던 유통株에도 '강세場 햇살'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를 보이면서, 올 들어 상승장에서 소외받던 업종들까지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특히 오랜 기간 이어진 내수 불황으로 외면받았던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주나 별다른 실적 개선 요인이 없는 것으로 평가받았던 은행, 보험주 등이 최근 며칠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돈(유동성)이 많이 증시에 흘러들어오면서 주가를 받치는 '유동성 장세'의 특징 중 하나인 순환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다. 순환매란 한 업종 주가가 오르면 그다음엔 상대적으로 덜 오른 업종에 매수세가 몰리는 현상이다.

◇1년간 27% 떨어진 신세계, 이달 들어 15% 상승

16일 신세계는 전날보다 4.3% 상승한 19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지난 14일 11% 넘게 상승하는 등 최근 며칠간 큰 폭으로 오르면서, 이달 들어서만 14.5% 상승률을 보였다. 신세계는 그동안 내수 부진에 따른 소비 심리 둔화로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달 말까지 1년간 주가가 26.9% 하락했던 종목이다.

다른 유통주들도 강세다. 지난해 줄곧 주가가 내리막길을 탔던 롯데쇼핑도 이달 들어 10.7% 상승했고, 롯데하이마트도 9.2% 올랐다. 현대홈쇼핑이 6.6% 오르는 등 홈쇼핑주들도 상승했다.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다가 최근 며칠간 크게 오르고 있는 업종은 유통주뿐이 아니다. 올 들어 강세를 보였던 증권주와 달리 대부분 종목이 옆걸음질하거나, 오히려 약세였던 은행주들이 이달 들어 많이 올랐다. 우리은행은 14.1%, 기업은행은 12% 각각 상승했다. 메리츠화재가 23.7% 뛰는 등 보험주들 역시 함께 오르고 있다.

이 밖에 다른 경기 민감주들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서도 오르지 못했던 자동차나 자동차 부품, 기계 업종 등에서도 최근 며칠간 상승한 종목이 많다.

◇강세장 속 저평가 종목 찾아 유통·은행·보험으로

전문가들은 그동안 소외받던 이 업종들이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실적 개선 가능성보다는, 그동안 오르지 못했던 종목으로까지 투자가 몰리는 이른바 '키맞추기'식 순환매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상승세를 이끌었던 업종은 화장품 관련주를 비롯한 화학업종과 글로벌 경기 호전 기대감이 큰 조선업, 정제 마진이 개선되고 있는 정유주 등이었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올 들어 65.8% 뛰었고, S-Oil은 62.6% 상승했다.

그러나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은 계속 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상승 폭이 컸던 종목들이 조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늘면서 저평가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은행과 보험, 유통주 등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업종별 키맞추기' 과신하면 낭패 볼 수도

금융시장에서는 실적이나 업황이 뚜렷하게 호전될 만한 요인 없이, 단순히 주가가 오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투자에 나서는 것은 위험하다는 주장도 많다. 앞으로 증시가 조정을 받게 될 경우 실적이 뒷받침되는 업종들보다는 수급에 의해 올랐던 업종들부터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은행주에 대해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아직 실적이 호전될 만한 큰 변화를 예상하기 어렵다"며 "오히려 안심전환 대출 등 정부 규제는 더욱 강화되고, 저금리로 돈이 빠져나가는 '머니무브' 현상도 감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분기 중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반면 유통주에 대해서는 경기 부양 효과로 내수가 조금씩 살아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기영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부동산, 주식시장 회복과 함께 유가 하락으로 소비 심리가 점차 살아나고 있다"며 "백화점 등은 하반기부터 영업 실적이 호전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