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주식 한탕 'No'… 글로벌 분산투자땐 年3% 수익 가능"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해놨으니 요즘 같은 증시 상승장에서 한탕 해야겠다고 욕심 내다간 큰코다칩니다."

노지리 사토시(野尻哲史·사진) 피델리티 일본 은퇴교육연구소장은 19일 "주변에서 돈을 벌었다는 사람이 많이 생겨나면 퇴직금을 몽땅 쏟아부어서라도 투자에 나서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면서 "하지만 시장에 휘둘려 투자하면 절대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퇴직금 투자는 특정 연도에 집중시키지 말고, 시간 분산 방식을 염두에 두고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퇴문제 전문가인 노지리 소장은 최근 '노후 난민 두렵지 않다, 95세까지 자산을 지속하는 비결'이란 책을 펴내고, 한·일(韓日) 은퇴 비교 강연을 위해 방한했다.

"퇴직금의 30%를 투자한다면 10%씩 세 번 나누어 투자하는 겁니다. 투자 시기도 6개월에 또는 1년에 한 번이 적당합니다. 현역 시절처럼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건 아니니, 매달 적립할 필요는 없습니다. 여러 번에 걸쳐 시간 분산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는 이어 "노후 자금은 주식·펀드 같은 투자 자산으로 불려가는 것이 원칙"이라며 "매년 3% 수익을 올리는 것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10~20년이란 시간을 보태면 연평균 3% 수익을 확보하는 방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일본 국내 채권, 해외 채권 등 4가지 자산에 25%씩 넣는 전형적인 글로벌 분산 투자를 96년부터 해왔다고 가정하면, 연평균 4.71%의 수익률이 나옵니다. IT버블·붕괴, 리먼 사태 등 큰 혼란을 거쳤어도 시간의 힘이 있으면 극복해 낼 수 있습니다."

특히 그는 만혼(晩婚) 부부의 경우 더욱 철저한 노후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선 35세 고령산모 비율이 25%로 높습니다. 퇴직 시점에 아이 학자금 부담이 생기는데, 동시에 부모님 간병도 고민해야 하기 때문에 말 그대로 트릴레마(삼중고)에 빠져 있는 상황이죠. 한국도 최근 고령산모 비율이 21%를 웃돌아 일본과 비슷한 위험에 빠질 확률이 높습니다." 노지리 소장은 트릴레마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정책이 절실하다고 했다. 이런 문제 의식 속에서 일본 정부가 내놓은 정책이 바로 내년부터 시행 예정인 '주니어 NISA(소액투자 비과세제도)'다. 운용기간 중엔 비과세 혜택을 챙길 수 있고, 아동이 성년이 되었을 때 학자금 용도로 꺼내쓸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