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막고, 몸에 '착'… 일과 휴식의 경계 허물다

'스트레스를 날려라.'

집보다 더 많은 시간을 일터에서 보내는 현대인에게 사무실은 더 이상 일만 하는 공간이 아니다. 일과 휴식의 경계가 점차 사라지는 시대. 일에 영감을 주고, 더 행복하고 생기있게 근무할 수 있는 사무 공간이 화두다. 14일부터 19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5 밀라노국제가구박람회(Salone Internazionale del Mobile 2015)'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무실에 들어온 웰빙'이다. 특히 사무용 가구의 변신이 눈에 띄었다. 집처럼 편안하고 화사한 소파가 들어선 미팅룸, 소음을 최소화한 테이블, 주변 환경과 차단된 개인 책상이 늘었다.

◇따뜻해진 사무가구

올해 박람회에선 이탈리아 디자이너 미켈레 데 루키(Michele De Lucci)가 꾸민 전시 공간 'The Walk'가 주목받았다. 사무 공간을 산책로처럼 꾸며 4개의 섹션을 오갈 수 있게 했다. 직원들과 소통할 수 있는 클럽, 개인이 일하는 사무실, 물건을 만들거나 노동하는 작업실, 회의나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광장(아고라) 등이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듯 4개의 공간을 걸어다니며 일하고 휴식까지 취할 수 있다. 'work(일)'와 'walk(걷다)'를 중의적으로 사용한 것.

핵심 포인트는 '자연'이다. 천연 나무로 만든 의자와 테이블은 친환경적이며, 밝은 나무 색깔에서 따스함과 경량감이 느껴진다. 칸막이 벽을 세워 외부와 차단된 책상은 성당의 고해소처럼 오롯한 독립 공간을 지향한다. 스트레스를 줄이면서 일의 능률까지 높일 수 있게 했다. 현장에서 만난 디자이너 여미영씨는 "쾌적한 느낌의 소재와 디자인 모두에서 자연주의가 물씬 풍긴다. 자연주의 콘셉트는 몇 년 전부터 일반 가구에 불고 있는 경향인데 이제 사무 가구에까지 이런 경향이 넘어온 것"이라며 "플라스틱, 철제 등 기능적이고 차가운 소재에서 따뜻한 원목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소음은 없애고 몸에는 맞게

소음을 최소화하고 혼자만의 공간을 살리려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탈리아 가구회사 트루(true)는 회의용 테이블 뒤에 커다란 흡음판(吸音板)을 세워 소음을 줄였다. 오피스 가구회사 판토니(fantoni)는 알록달록한 소음방지용 스크린을 책상에 장착해 완벽한 개인 공간을 연출했다. 아레스 라인(ARES LINE)이 선보인 화사한 1인용 소파는 직원 휴게실에 놓으면 환영받을 것 같다.

여럿이 일하는 사무실에서 사적인 전화를 할 때는 눈치가 보이는 법. 스튜디오 팩(Studio Pack)은 파스텔톤의 전화 부스를 내놨다. 1인용 소파처럼 생긴 부스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 소음과 완벽히 차단된다. 충전기까지 설치돼 있어 휴대전화나 노트북을 충전할 수도 있다.

운동이 부족한 현대인을 위한 똑똑한 가구들도 대거 선보였다. 올해 박람회에선 거북목 증후군과 허리 통증을 방지하는 '서서 일하기(standing work)' 책상이 대세였다. 미국 가구업체 휴먼스케일(Humanscale)은 높이 조절이 가능한 책상을 내놨다. 자신의 키에 알맞게 책상 높이를 조절할 수 있다. 서서 일하면 목과 어깨, 허리 통증을 줄이고 집중력이 향상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