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보수적인 연기금, 연예·제약株 큰손으로 떠올라

코스닥시장 주도주(株)로 불리고 있는 엔터·제약업종의 큰손으로 국내 연기금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연기금은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지난해의 두 배에 이르는 금액의 주식을 순매수했는데, 에스엠·와이지엔터 등 엔터주와 셀트리온·메디톡스와 같은 제약주에 대한 투자 금액을 많이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코스닥시장서 2400억원 순매수…지난해 두 배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연기금은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73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 중에서 코스닥시장에 대한 투자 금액은 2400억원(8.8%)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200억원이었는데 배 증가한 것이다. 개인(5070억원) 다음으로 많은 금액을 순매수하며 올해 코스닥지수가 2008년 수준으로 상승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전체 투자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미만으로 적지만,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2011년 1분기에 연기금이 코스닥시장에 투자한 금액은 320억원에 불과했는데 4년 만에 7배 이상으로 늘었다.

투자 성향이 보수적인 연기금은 그동안 코스닥시장보다는 유가증권시장 위주로 자금을 집행해 왔지만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원은 "최근 몇 년 사이 코스닥시장의 주도주가 다양해지고 시가총액이 커지면서 체질이 개선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코스닥시장을 바라보는 연기금의 시각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터·제약·게임주 집중 순매수한 연기금

올해 1분기 연기금이 주로 순매수한 종목은 엔터·제약·게임주였다. 7~8년 전 코스닥시장 활황기에 IT 부품주가 주도주였다면 최근에는 이 종목들이 강세장을 이끌고 있다.

미디어·콘텐츠 업체인 CJ E&M을 순매수한 금액이 702억원으로 가장 컸다. 지난해 1분기(415억원)보다 순매수 금액이 70% 가까이 증가했다. 이 회사는 방송·게임·영화·음악·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유통하는 사업을 하는데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과 모바일 게임이 인기를 끌면서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중국에서의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기업과 손잡고 국내 방송 프로그램과 영화를 중국 버전으로 공동 제작하고 있는데 매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음반 제작업과 연예 매니지먼트 사업을 하는 에스엠과 와이지엔터테인먼트도 연기금의 주목을 받았다. 두 회사에는 우리나라와 동남아, 일본, 중국에서 인기가 많은 남녀 아이돌 그룹이 소속돼 있어 해외에서 음반 발매, 공연 등을 통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코스닥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제약주에 대한 투자 비중도 늘고 있다.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올해 CJ E&M 다음으로 많은 453억원을 순매수했다. 직접 개발한 바이오 복제약 램시마(Remsima)가 미국·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판매될 경우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 15일 시가총액이 상장 이후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었다.

내츄럴엔도텍과 메디톡스, 메디포스트도 100억원 이상 순매수했다. 박택영 미래에셋자산운용 팀장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해외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실적이 본격적으로 좋아지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면서 "정부에서 헬스케어 산업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투자 심리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컴투스와 위메이드는 각각 451억원, 145억원 순매수했다.

김재준 한국거래소 코스닥본부장은 "연기금은 단기 매매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성향이 있어서 순매수 금액이 늘수록 코스닥시장이 안정화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