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진이 포착한 대한민국 民主化

1960년 4월 18일 정범태(87) 당시 조선일보 사진부 기자는 고려대생의 부정선거 규탄 시위를 취재하고 있었다. 오후 7시 무렵 태평로 국회의사당 앞에서 해산하고 학교로 돌아가던 학생 시위대 의 대열이 흐트러지더니 갑자기 괴성이 터졌다. 쇠사슬과 각목 등으로 무장한 정치깡패들의 습격을 받은 것이었다.

20일 좌담회에서 정씨는 "당시에 사진 초점을 맞출 겨를도 없이 플래시를 터뜨린 뒤 좁은 골목으로 들어가 은신하고 있다가 신문사로 복귀했다"면서 "마음을 졸이며 암실(暗室)로 들어갔는데 신이 도왔는지 사진들이 제대로 찍혀 있었다"고 회고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특종 사진이었다. 이날 시위를 조선일보는 '전대학생(全大學生)이 총궐기(總蹶起)'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하루가 다르게 시위 규모는 커졌고, 결국 1주일 뒤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민주화운동, 1987년 6월 민주항쟁 등 역사의 현장을 필름에 담았던 현장 사진 기자들의 보도 사진 42점이 전시된다. 20일부터 오는 7월 5일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야외 회랑에서 열리는 사진전 '시선·기록·역사: 민주화의 길'이다. 고명진 김녕만 나경택 임응식 전민조 정범태 황종건 등 당시 사진 기자 7명이 촬영한 것이다. 1987년 6월 항쟁 때 고명진 당시 한국일보 사진부 기자는 발등에 최루탄 파편을 맞아 피를 흘리면서도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1980년 광주로 향했던 황종건 전 동아일보 사진부장은 신발주머니에 사진기를 숨기고 다니면서 촬영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전시회의 사진들은 민주화의 길 위에서 피어난 꽃들"이라며 "이 꽃들을 통해 우리 사회에 투철한 사명의식을 지니고 있던 사진 기자들이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관람료는 무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