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고만 거듭해선 온실가스 못 줄여"

"마치 석기 시대에서 철기 시대로 건너가듯, (석유·석탄 같은) 화석 에너지에서 재생 에너지 경제로 시급히 넘어가야 합니다. 에너지 대전환이 이뤄져야 경제도 살리고 기후변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요."

오는 10월 치러질 '정부 간 기후변화 협의체'(IPCC) 제6대 의장 선거에 출마하는 이회성(70)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교수는 "기후변화는 에너지 문제이자 경제 문제"라며 "에너지 대전환과 경제 발전 측면에서 IPCC를 이끌고 싶다"고 밝혔다.

1988년 유엔 산하 기구로 발족한 IPCC는 국제적으로 기후변화를 연구해 대책을 마련하는 조직으로, 현재 195개국이 회원국으로 가입해 있다. 우리 정부는 한국을 대표하는 의장 후보자로 이 교수를 지정해 지난달 IPCC에 통보했다. 이회성 교수는 미국·벨기에·스위스 출신 등 6~7명 후보와 경합을 벌일 전망이다.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배출하면 2100년에는 기온이 섭씨 4도 상승하면서 해수면이 60㎝ 올라가고, 지구 상 생물종의 30%가 파괴된다고 IPCC는 지속적으로 경고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세계 각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지 않고 있는 게 문제지요."

이 교수는 IPCC 창립 초기인 1992년, IPCC 제3실무그룹(사회경제 분야) 공동의장을 시작으로, 2008년엔 IPCC 부의장에 선출돼 지금까지 활동하는 등 20년 넘게 IPCC에서 잔뼈가 굵었다.

"기후변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면서 실제로 온실가스 배출은 줄이지 못하는 '결과적 오류'가 발생했어요. 각국 정부가 재난 방지, 인프라 투자, 국가 기술 발전 정책을 결정할 때 IPCC가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역할을 재설정해야 합니다."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동생인 이 교수는 경기고·서울대 무역학과를 나와 미국 럿거스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세계에너지경제학회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