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훔쳐가면 어때… 안 읽는 것보다 낫죠"

"책을 누가 좀 훔쳐가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해변가에 이동식 무료 도서관을 설치해서 국민이 책을 조금이라도 더 읽게 한다면 그게 더 중요한 거 아닌가요."

이스라엘의 제2도시 텔아비브의 메이탈 레하비〈사진〉 부시장은 "책을 덜 읽는 현상은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텔아비브시는 모래사장은 물론 도심 곳곳에 트럭으로 만든 이동식 무료 도서관을 운영 중"이라고 했다. 그는 22일 개막한 국제 책박람회 '2015년 세계 책의 수도 인천'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레하비 부시장은 "손안의 스마트폰에 읽을거리가 가득한 오늘날에는 도서관이 사람들을 찾아갈 생각을 해야지 앉아서 기다려선 안 된다"고 했다. 텔아비브시는 시민들이 도서관에서 손쉽게 책을 빌릴 수 있도록 휴대전화 번호 등록 같은 절차도 없앴다. 이로 인해 매달 수십권이 도난·분실됐지만, 레하비 부시장은 "책을 아예 안 읽는 사람보다 훔쳐서라도 읽는 사람이 느는 것이 낫다고 보고 빈 책장에 책을 계속 채워넣고 있다"고 했다.

텔아비브는 단일 도시로는 세계 최대인 1000개가 넘는 스타트업(Startup·창업 초기 기업)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창업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갖춘 도시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텔아비브를 '스타트업 국가 이스라엘의 스타트업 도시'라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레하비 부시장은 "사실 텔아비브는 문학의 도시"라고 했다. 그는 "텔아비브는 쓰레기통에서부터 가로수·보도블록 등 길 곳곳에 이스라엘 작가들의 시구(詩句)와 소설 글귀가 새겨져 있다"면서 "창조 경제보다 창조 문학이 먼저이기에, 시(市)가 직접 나서 이렇게 도시를 꾸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