油價 반등에, 러시아·브라질證市 미소 찾았지만…

지난해 유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꺾였던 러시아와 브라질, 멕시코 등 원유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들의 증시가 최근 다시 눈에 띄게 오르고 있다. 국제 유가가 최근 조금씩 회복세를 보여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걷힌 데다, 유럽과 중국 등의 잇따른 통화정책 완화로 글로벌 투자 자금의 규모가 크게 늘면서 증시도 다시 반등하는 것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에서는 여전히 이 신흥국들 증시의 상승 흐름이 계속될지 신중하게 바라보는 시각이 많다. 유가 흐름을 여전히 예측하기 어렵고, 통화가치 역시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전체적인 경제 체질이 개선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신흥국 대신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에 대한 투자가 더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베네수엘라 증시, 올 들어 45% 상승

지난 20일(현지 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57.88달러를 기록, 올 들어 가장 높은 수준까지 상승했다. 이후 이틀간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56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넘치는 원유 재고에 대한 부담에 지난달 17일 배럴당 43.46달러까지 내렸지만, 이후 한 달여 만에 약 30% 상승했다.

유가 상승으로 원유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들 역시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가 점차 걷히며 증시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유가 급락으로 크게 꺾였던 러시아 증시는 올 들어 31.88% 올랐고, 미국 등으로 원유를 수출하는 브라질과 멕시코도 각각 12.58%, 7.4% 상승했다. 전체 수출 가운데 원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90%를 넘는 베네수엘라의 경우 같은 기간 증시가 44.54% 뛰었다. 한 원자재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초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풀린 자금이 유가가 상승하자 러시아와 브라질 등 일부 신흥국 증시로도 유입되며 증시가 크게 오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유 수출 신흥국들의 증시가 살아나면서 관련 펀드의 수익률 역시 개선되고 있다. JP모간러시아주식A는 한 달간 수익률 12.11%를 기록했고,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주식종류A도 같은 기간 11.21% 수익률을 보였다.

◇국제 유가, 상승세 지속되기 힘들어

금융시장에서는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큰 신흥국들의 증시가 계속 상승 흐름을 탈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 전문가가 많다. 유가가 최근 반등하고 있지만, 여전히 원유 재고가 많고 중동 산유국들의 감산(減産) 여부도 불투명해 앞으로 가격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다.

곽진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 유가가 올 상반기까지는 회복세를 이어갈 수 있어도, 미국의 셰일 오일 개발에 따른 공급량 확대 등으로 상승 흐름이 장기간 지속되기는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투자은행들과 주요 경제기구들의 유가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토니 헤이워드 전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CEO는 "미국의 원유 공급을 억제하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전략으로 유가가 곧 배럴당 80달러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세계은행(WB)은 이란에 대한 경제제재가 해제돼 원유 공급량이 늘어 유가가 오르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 가능성에 환율 불안… "아시아가 낫다"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와 브라질 등 원유 수출 신흥국들의 경우 여전히 통화가치 하락 등의 위험 요인이 있다며, 한국과 중국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들에 대한 투자가 더 낫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승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남미와 러시아, 동유럽 등 신흥국들은 여전히 국제 유가 하락과 통화 약세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저유가 수혜를 받으면서 내수지표도 점차 개선되고 있는 아시아 신흥국들의 증시 상승률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