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글로벌 랠리 시기인 요즘, 선진국보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게 낫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지금은 주식 시장에 투자할 때입니다. 특히 신흥시장 주식은 사실상 무주공산(無主空山)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 주식 대비 큰 폭으로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지금이 투자 기회입니다."

미국 자산운용사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의 존 바랑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요즘 같은 글로벌 랠리(상승장)의 시기엔 선진국보다 신흥시장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자금이 선진국에 몰리는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신흥시장에 투자할 기회라는 것이다. 그가 일하고 있는 웰스캐피털매니지먼트는 4900억달러(약 53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는 글로벌 자산 운용사로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자회사다. 전 세계에 1700명의 임직원과 500명 이상의 투자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증권과 업무 제휴를 하기 위해 이달 초 방한한 바랑코 CIO는 주요국 중앙은행의 양적완화(시중에 돈을 푸는 정책) 기조가 계속되는 한, 현재와 같은 글로벌 증시의 상승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머니섹션 M플러스가 바랑코 CIO를 만나 혜안을 들어봤다.

―한국을 포함, 글로벌 증시가 호황이다.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에 나선 결과다. 미국이 돈 풀기를 조금 조인다고 해도 한동안 유럽·일본이 풍부한 유동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덕분에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에서 한동안 침체됐던 투자 심리가 호전되고 있다. 돈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어디에 돈을 넣을지 경쟁적으로 투자처를 찾는 상황이다. 한국도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초부터 이달 16일 현재까지 약 5조원의 순매수를 기록 중이다. 이렇게 돈의 힘이 강할 때는 당연히 주식시장에 투자해야 한다."

―왜 선진국이 아닌 신흥시장인가.

"많은 투자자가 미국 등 선진시장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지만, 역(逆)으로 지금 신흥시장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신흥시장 주식은 선진시장에 비해 성과가 부진했다. 예상 실적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주가를 1주당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높을수록 주가가 기업 실적보다 과대 평가됐음을 의미)은 미국이 17.4배, 유럽이 16.0배인 반면, 신흥시장은 11.6배다. 중국은 9.9배, 한국은 10.1배 수준이다. 특히 과거 2년간 글로벌 자금이 미국으로 귀환하면서 투자 자금 배치에서 신흥시장 비중은 거의 바닥 수준이다. 역으로 말하면 성장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기 회복세와 양적완화로 인한 유럽시장의 안정화는 곧 신흥시장의 회복으로 연결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느 나라를 추천하나.

"개혁 의지가 강력한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가 가장 긍정적이다. 아시아에서 역사적으로 보면 정치적 안정은 곧잘 경제성장으로 이어진 바 있다. 중국과 인도가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면 더 견고한 성장을 예상할 수 있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베트남의 전망이 긍정적이다. 오랜 아시아 투자 경험에 비춰볼 때 현재 베트남에서는 잠재력이 감지된다. 이른 시일 내 정말 가치 있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 외에선 멕시코가 잠재력이 높다. 하반기부터는 이들 국가의 성과가 가시적으로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저유가의 타격을 입게 된 러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은 주의해야 한다."

―한국 투자자들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웰스캐피털은 삼성증권과 업무 제휴를 맺고 지난 2월 이머징마켓 에쿼티(EME) 인컴펀드를 출시했다. EME 인컴펀드는 배당 수익이 4.4% 수준이며 소득을 어느 정도 보장함과 더불어 변동성도 회피하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통상적으로 신흥시장 펀드는 성장률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배당 수익이 낮고 불안정하다. 그러나 EME의 경우 회사 내 전문가들이 신흥시장에서 투자 종목을 신중하게 선택한다. 우량기업이면서 지배구조가 투명하고, 지속적으로 현금을 창출해 배당할 수 있는 기업 위주로 선택하고 있다."

―요즘 같은 상승장에 투자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은.

"현재 투자 심리는 한껏 고조되면서 흥분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우선 투자국 중앙은행의 정책 변화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유동성이 수축되는 순간, 시장에서 변동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채권시장은 변동성이 커질 것이다. 우리는 전반적으로 주식을 선호하고 있으며, 미국 외 주식이 밸류에이션(가치) 관점에서 매력적이라고 보고 있다."

―웰스캐피털은 액티브 펀드매니저(분석을 통해 자신의 판단으로 투자하는 스타일)인가?

"물론이다. 우리는 시장을 이해하고 투자자들의 장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액티브하게 펀드나 다른 자산들을 운용하고 있다. 글로벌 주식부터 채권, 대안투자 등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독립적인 전문 운용 조직이 적극적으로 투자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