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내 조각을 내려놓는 행복

1976년도 발표되었던 책 <잃어버린 조각을 찾아서(The missing piece)>를 다시 읽었다. 저자 ‘쉘 실버스타인’은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적이 있다. 이 책의 주제를 살리려 한 <이가 빠진 동그라미>란 제목의 노래도 들었다. 1979년도 ‘활주로’란 이름으로 활동했던 가수의 노래다.

인터넷판으로 보고 들으며, 세상 참 많이 변했음을 느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뿐인데도 말이다. 이러한 문명의 변화와 상관없이 같은 질문과 대답이 반복된 것은 무척 많다. 그 중에도 ‘삶이란 나만의 행복 찾기’ 과정이 으뜸 아닌가 하는 생각에 다시 빠졌다. 물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그때마다 스스로 답을 내리곤 하는 우리네들이다. 물론 살기 위해서 말이다.

과연 ‘나만의 것’이 존재할까? 나이가 많아질수록 더 뚜렷하게 보일까? 아니다. 그 어떤 결과도 영원하지 않음에 언제까지 고개 숙이고 산책을 해야 할까? 이도 아닌 듯하다. 그 어디에도 없다고, 내 안에 있다고도 한다. 아니 절대자와 함께하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내가 가만히 있을까?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 자신을 알기’는 어떤 과정을 통해 느껴지는가? 나만의 방법으로 만들어 가겠지만, 그 과정마다 생기게 될 나의 즐거움이란 과연 어떤 것인지? 또 완벽한 것을 추구하는 만큼 과연 나는 즐거운지?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 놓고 그저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는 지금은 조금 전보다 기쁜 느낌 더 들 뿐이다.

동그라미가 잃어버린 자신의 조각을 찾으려고 했을 때, 그에게는 미지의 희망과 즐거움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것이라고 느낀 후부터 그 희망과 즐거움이 점점 사라짐을 동그라미는 느낀다. 무엇인가 행할 목표가 있을 때 바로 그것을 향해 끊임없이 추구하는 과정이 진실 되고 아름다운 일인 것이다. 결과보다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과연 어떻게 판단해야 할 것인가?

현대 사회 조직의 흐름에 발맞추어 앞서거니 뒤서거니, 살아가는, 혹은 살아져 가는, 지금 우리의 삶의 모습이 자칫 과정은 없고 결과만 찾아 떠돌아다니는 듯하다. 더욱 하루가 다르게 변해 가는 과학 문명 시대는 ‘무엇을 추구하며 어떻게 그곳에 이르는가?’ 보다는 ‘그곳에 이르렀는가? 못 이르렀는가?’ 라는 결과론이 매번 승리의 함성만이 지나는 또는 다가서는 시간마다 넘치고 넘친다.

더더군다나 내 것을 내려놓는 동그라미처럼 ‘자신의 것’을 버리는 것만으로는 전체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더 나아가 ‘개인의 완전함 추구’를 버림으로써, ‘모두가 찾고자 하는 기쁨’을 회복할 수도 없다. 왜냐 하면, 현대 사회의 구조는 자연의 완벽함처럼 이미 완전한 것만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한 개인의 노력만으로 이 같은 사회적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러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사회에 의해 철저히 소외당하거나 배척당하여 인간 생존이라는 기본권조차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개인들은 현실 도피나 다른 극단적 방법의 삶을 누리게 되는 바, 그저 우스개 뉴스거리의 한 귀퉁이를 서성일 뿐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래서 인간은 사회를 떠나서 로빈슨 크로소처럼 살 수 없는 존재이다. 인간은 사회와 항상 연관 관계를 가지며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과연 나를 희생해서 다른 이의 기쁨을 더해주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교과서에나 있는 말로 돌리기엔 분명 너나 할 것 없이 부끄럼을 감출 수 없다.

그러나 분명 끊임없이 변화하려는 일환으로 자신의 일부를 떼어 누군가에 도움을 주고, 새로운 ‘자기 조각을 찾는’ 희망을 만드는 일은 우리를 새로운 기쁨으로 향하게 한다. 이러한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려는 노력이 주변을 즐거운 웃음소리로 가득하게 한다. 어떤 경우든 개개인 모두가 ‘완벽함이란 없다’는 생각으로 스스로의 부족함을 이해하고, 서로 도우려는 최소한의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는 믿음에 웃음을 한 번 더 지어본다.

당연히 진정한 기쁨이란 결국 누군가를 돕는 일에서 출발함을 서로 알고 있다. 자신의 것을 조금씩 양보하려는 자세가 행복한 나를 유지하는 일인 것이다. 새로운 시간을 내 것으로 만드는 미래를 향한 자세란, 동그라미처럼 내 것 일부를 스스럼없이 내려놓는 일이다. 즉 또 내어놓을 조각을 찾아, 아니 새로운 내 조각을 기꺼이 만들어 가려는 자세요, 그 과정이니 이 행복함을 어떻게 표현하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