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아, 그때 그 주식 더 사놓을걸…"

'달리는 말에 올라타라'(오르는 상황에서 주식을 사라)는 격언이 증권가에 있다곤 하지만 요즘 같은 강세장에서 투자에 뛰어들기란 쉽지 않다. 이런 장세일수록 미리 점찍어뒀지만 미처 사지 못한 종목만 가득하다.

중·소형주 펀드매니저들 역시 다르지 않다. 올 들어 좋은 성과를 낸 중·소형주 펀드매니저 7명에게 물었다. '시간을 돌려서라도 꼭 사고 싶은 종목이 있나'란 질문에 펀드매니저들은 화장품주와 바이오·핀테크주, 스마트폰 부품주 등을 꼽았다. 이들은 왜 후회하고 있을까? 이들의 말을 뒤집어 보면 이들 종목의 강세 원인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렇게 많이 오를 줄 몰랐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산성앨엔에스 같은 화장품주를 더 사지 못해 아쉽다고 말한 펀드매니저가 전체 절반을 넘었다. A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고 판단해서 주식을 팔았는데 주가가 더 올랐다"며 "방문 판매가 줄고 면세점 판매가 늘어난 것을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것이 실수였다"고 설명했다. 방문 판매로 얻는 이익이 면세점 판매보다 많기 때문에 방문 판매에서 빠지는 부분을 면세점 판매가 메워준다고 단순 계산했다는 것이다. 이 매니저는 "중국이나 동남아 관광객들이 한국산 화장품을 이렇게까지 좋아할 줄 알았다면 주가 전망을 다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F자산운용사의 펀드매니저는 "마스크팩으로 이렇게까지 회사 주가가 단숨에 오를 줄 몰랐다"며 산성앨엔에스를 아쉬운 종목으로 꼽았다. 산성앨엔에스는 원래 골판지 제조업체지만 2011년 리더스코스메틱을 인수하며 화장품 회사로 거듭났다. 이 매니저는 "투자를 고민했지만 마스크팩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투자하지 않았다. 이제 와서 주가를 보니 크게 아쉽다"고 말했다.

◇"잘 몰라서 안 샀는데….

잘 모르는 분야라서 바이오주와 핀테크주를 홀대했다는 펀드매니저도 있었다.

D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는 "바이오 분야는 용어부터 어렵고 공부를 해도 잘 모르는 분야라서 투자를 많이 하지 않았다"며 "기술개발(R&D)에 큰 공을 들여 최근 성과를 거두기 시작한 한미약품이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지난달 미국 제약회사 릴리에 면역질환약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이전에도 미국 제약사 스펙트럼에 폐암과 유방암 신약기술을 수출했다.

B자산운용사 매니저는 "산업을 둘러싼 큰 그림이 바뀐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안)'가 시행되면 제네릭약(복제약)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생각을 미처 못했다는 것이다.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에 대한 개념이 부족했다는 고백도 나왔다. B자산운용사 매니저는 "핀테크란 용어가 너무 추상적이란 이유로 제대로 산업을 뜯어보지 못한 게 실수였다"며 "결제 시스템 부문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KG이니시스가 특히 아쉽다"고 말했다. 이 매니저는 "핀테크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게 되면 어떤 변화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쪽으로 새로 진출하는 IT기업들도 기존 결제업체들과 손잡고 사업을 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고 덧붙였다.

◇"숨어 있는 진주 못 봤다"

KH바텍과 슈피겐코리아 등 휴대폰 부품주를 아까워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 두 종목은 휴대폰 부품주로 분류되지만 다른 휴대폰 부품업체와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KH바텍은 금속가공업체다. 메탈로 된 스마트폰 케이스가 많이 등장하면서 삼성전자나 애플 등에 물건을 팔고 있다. 단순히 주가 등락률을 보면 올 들어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나오지만, 최근 1년사이엔 주가가 2배 가량 올랐다. 게다가 올 초 한번 무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슈피겐코리아는 휴대폰 부품주라기보단 휴대폰 액세서리 관련주다. 디자인 부문에 경쟁력이 있다.

C자산운용사 매니저는 "휴대폰 부품주는 이익률이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납품처에 가로막혀 높지 않은 편이라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며 "하지만 이 두 종목은 삼성과 애플을 종횡무진 넘나들면서 시장을 넓힐 수 있는데 그걸 잡아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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