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0년간 한국화의 발전은 그야말로 눈부시다. 우현 송영방 화백의 등단 55주년을 맞아, 지난 반세기 동안 한국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송 화백의 작품 세계를 조명해본다.
고즈넉한 먹의 향기는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때로는 대담하면서도 변화무쌍하고, 때로는 고요한 수경에 비친 하늘처럼 은은한 수묵은 우리 화단이 지닌 특별한 매력일 것이다. 송영방 화백은 문인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추상과 실경을 넘나들며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이룩한 한국 화가로 평가받는다. 동양의 예술 정신에 기반을 두고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며 끊임없이 먹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1961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화단에 나온 지 올해로 55주년을 맞이한 송 화백은 실경산수, 인물화, 사군자, 추상화까지 다양한 장르의 작품 세계를 펼치며 한국 미술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데뷔 초기인 1960년대부터 1970년대에는 수묵을 통한 추상적 실험에 몰두했는데, 전통을 존중하면서도 재기있는 필묵을 구사하며 신선한 작품세계를 선보였다. 이 시기의 작품은 화면 전체가 점과 선의 혼합으로 구성된 전면화의 특징을 보인다. <뇌락>, <천주지골>, <운근> 등의 작품은 바위 등을 통해 자연의 조화를 탐구하고, 형태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정신을 표현하려 했던 동양회화적 미의식을 반영하고 있다.
1970년대부터는 금강산, 설악산, 북한산 등의 실경산수화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천을 새롭게 해석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사생기법으로 실제의 풍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실경산수화는 조선시대에 유행했던 화풍이다. 그러나 송영방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마음속에 떠오르는 감흥을 실경에 빗대어 표현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이어갔다. 이후 1980년대에는 산수의 구체적 묘사를 생략하고 내재한 이념을 형상화하는 방향으로 작품을 제작했는데, <산과 물과 구름>, <춤추는 산과 물>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송영방은 독자적인 이상산수(理想山水) 기법을 구현하고, 우리 강산의 아름다움을 현대적이고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산수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송영방의 작품은 국내 여러 미술관 외에도 대영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박물관, 세카이 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오채묵향(五彩墨香): 송영방>
국립현대미술관은 우현 송영방의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 한국화 부문 두 번째 전시로, 약 80점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현대미술작가시리즈는 한국현대미술사 연구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기획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는 1960~70년대 실험성 짙은 추상화 계열의 작품을 비롯해 실경산수, 송영방 작가가 독자적 양식으로 발전시킨 반추상의 산수화, 그리고 문인의 정취가 배어나는 사군자와 화조, 인물, 동물화 등을 선보인다. 아울러 다양한 드로잉 자료를 함께 소개해 작품세계의 원천과 작가의 투철한 예술적 의지를 조명한다. 송영방의 문인화적 발상과 담담하고 소박한 예술세계는 급변하는 현대사회에 자연주의적인 한국의 미감을 일깨우고, 나아가 한국화단에 밝은 미래상을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3월 31일부터 6월 28일까지, 관람료 2천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제1전시실.
문의 02-2188-6000 홈페이지 www.mmca.go.kr
Resource·국립현대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