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자동차 축제인 ‘2015 서울모터쇼’가 열흘간의 일정을 끝으로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지난 12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32개 국내외 완성차 브랜드에서 370여 대의 자동차를 내놓으며 참가 업체 수나 전시장 규모 면에서 역대 최고였다. 자동차 마니아들의 발길을 사로잡은 현장을 살펴본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 2015 서울모터쇼 현장을 둘러보고 갔다.’
맞을 수도 틀릴 수도 있는 말이다. 지난 7일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북태평양을 건너 약 9032km 떨어진 서울모터쇼 전시장. 김용근 서울모터쇼조직위원장이 바퀴가 달려 움직이는 어린이 키만 한 흰색 커뮤니케이션 기기와 함께 서울모터쇼 현장을 돌아다니며 전시장을 소개하고 있었다. 기기에는 작은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모니터 화면 속에는 세르게이 브린 구글 공동창업자와 스콧 헤이슨 슈터블 테크놀로지 CEO의 얼굴이 보였다. 이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슈터블 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원격장치인 ‘빔(Beam)’을 통해 서울모터쇼를 관람하고 있었다. 서울모터쇼 전시장을 본 뒤 브린 창업자는 “흥미로운 자동차가 많고 실제로 구매하고 싶은 차도 많다”고 말했다.
원격관람까지 동원된 2015 서울모터쇼는 ‘기술을 만나다, 예술을 느끼다(Experience the technology, Feel the artistry)’를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모터쇼는 1995년부터 격년제로 개최돼 올해로 10회째를 맞았다. 올해 세계 최초로 공개된 차량은 7대, 아시아에서 처음 볼 수 있던 차량은 9대이며 국내에서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자동차가 41대였다. 서울모터쇼는 총 관람객 수만 61만5000명으로 성황을 이뤘다. 이번 모터쇼는 IT와 친환경 기술이 융합된 하이브리드차와 모터쇼에서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주는 럭셔리·고성능 슈퍼카가 눈길을 끌었다. K5(기아차), 한국GM(차세대 스파크)도 신차를 선보였다. 수입차는 특히 올해 한국시장에 선보인 제품들을 공격적으로 내놓았다. 국내 시장점유율이 나날이 높아지는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자리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국산차와 수입차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많은 수입차 브랜드가 이번 모터쇼에 앞으로 선보일 신차를 대거 공개했다”고 말했다.
효율 높인 스포츠카부터 연비괴물까지, 친환경 자동차 전성시대
세계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서울모터쇼에도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등 친환경 첨단 차량이 대거 등장했다. PHEV는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결합, 연비를 높인 차량이다. PHEV는 출퇴근 등 일상생활에서는 전기차로 활용하다가 장거리 운행 때는 가솔린 엔진 차량으로 활용하면 돼 인기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독일차 4인방도 신기술로 무장한 친환경 자동차를 선보였다. 우선 BMW는 2억원에 달하는 스포츠카 PHEV ‘i8’을 선보였다. i8은 스포츠카 본연의 운전 재미와 연비 효율성을 갖췄다. i8은 민첩성과 역동성을 높이기 위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같은 신소재를 활용했다. 이 차량은 1.5L의 직렬 3기통 트윈파워 터보 엔진과 하이브리드 전기 모터를 결합해 최대 362마력의 힘을 낸다. 최고속도는 시속 250km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4.4초면 도달한다. 주행 가능한 최대거리는 유럽기준 600km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성능 브랜드 메르세데스 AMG는 연비가 리터당 35.7km에 이르는 벤츠의 세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인 S500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전시했다.
아우디는 A3 스포트백의 플러그인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을 전시했다. 이 차량은 1.4 TFSI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 최고 204마력·최고속도 시속 222km를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는 7.6초 만에 도달한다. 아우디 A3 스포트백 e-트론은 연료 탱크를 가득 채우면 940km(유럽 기준)를 운행할 수 있으며 연비는 L당 66.6km(유럽 기준)에 달한다. 이 모델은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50km를 주행할 수 있다.
폭스바겐은 PHEV 모델의 골프인 ‘골프 GTE’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최고 출력 204마력, 최대 토크는 35.7㎏·m의 힘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7.6초다. 연비는 유럽 기준 L당 66.6km며 전기모드로 50km를 달릴 수 있다.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로 최장 939km를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도요타도 친환경차를 전시하며 기싸움을 펼쳤다. 도요타는 차체와 실내공간을 확대한 왜건(Wagon·차 뒷부분을 크게 해 적재 공간을 늘린 차)형 ‘프리우스 V’를 전시, 판매를 알렸다. ‘프리우스 V’는 기존 프리우스와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이 동일하지만, 최고출력은 136마력(미국 기준)으로 기존 프리우스보다 44마력 향상됐다. 연비는 L당 17.9km다. 적재용량은 971.4L로 커져 가족 단위 레저 활동에 적합하다. 가격은 3천8백80만원이며 정보보조금 1백만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차 FCV 콘셉트카도 전시했다.
이 외에 르노삼성자동차는 연료 1L로 100km를 주행할 수 있는 연비괴물, PHEV 콘셉트카 ‘이오랩’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공개했다. 이오랩은 시속 120km의 속도로 60km까지 전기모터로만 주행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갖췄다. 현대차는 쏘나타 PHEV를 전시했다.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고성능·럭셔리 슈퍼카의 유혹
모터쇼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고성능·럭셔리 슈퍼카다. 서울모터쇼에서도 슈퍼카는 단연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최근에는 유가가 많이 떨어져 고성능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고성능 콘셉트카도 볼거리였다. 콘셉트카는 브랜드가 미래 개발 방향을 담아 만든 양산 이전 모델이다. 마세라티는 프리미엄 콘셉트카 ‘알피에리’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이 차량은 최고 460마력, 최대 53kg·m의 토크의 힘을 낸다. 마세라티 특유의 웅장한 배기음을 선사한다. 마세라티가 비슷한 시기에 열린 뉴욕모터쇼가 아닌 서울모터쇼에 이 차량을 전시한 것은 그만큼 마세라티 본사 차원에서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폭스바겐은 고성능 차량인 ‘디자인 비전 GTI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최고출력 503마력, 최고시속 300km의 힘을 내는 골프 GTI의 레이싱 버전이다.
전 세계 한정 판매 차량도 대거 등장했다. BMW는 서울모터쇼 출품 차종에서 국내 판매 차종 중 가장 높은 최고출력을 자랑하는 ‘BMW M5 30주년 에디션’을 선보였다. 출력이 높다는 것은 차가 힘이 좋다는 이야기다. 이 차량은 최고출력 600마력, 최대토크 71.4kg·m의 강력한 성능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3.9초면 도달한다. BMW M5 30주년 에디션은 전 세계 300대, 국내 30대 한정 판매되는 보기 드문 차량이다. 가격은 1억6천9백90만원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스페셜 비히클 오퍼레이션(SVO·초고가 고성능 맞춤형 라인)의 F-타입 프로젝트 7,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을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다. F-타입 프로젝트 7은 575마력의 V8 슈퍼차저 엔진을 장착했으며 전 세계 250대 한정 판매된다. 한국에는 7대가 판매될 예정이다. 가격은 2억5천만원이다. 레인지로버 스포츠 SVR은 5L 슈퍼차저 V8을 탑재해 550마력의 힘으로 시속 100km까지 4.7초 만에 도달한다.
벤틀리는 국내 판매량이 6대로 한정된 희귀모델 신형 ‘컨티넨탈 GT3-R’을 전시했다. 이 차량은 3억8천만원대다.
이 외에도 다양한 고성능 럭셔리카가 서울모터쇼에 등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최고급 세단 ‘더 뉴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클래스’를 국내에서 처음 공개하며 출시했다. 이 차량은 공식 출시 전에 이미 200대 이상 사전계약됐다. 마이바흐 S600은 가격이 2억9천4백만원, 마이바흐 S500은 2억3천3백만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올 3분기 출시 예정인 고성능차 ‘더 뉴 메르세데스 AMG GT’를 선보였다.
렉서스는 레이싱쿠페 ‘RC F’를 선보였다. RC F는 5L V8엔진이 탑재돼 473마력의 힘을 발휘한다. 이 차량은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4.5초 만에 도달한다. 최고속도는 시속 300km에 달한다. 가격은 1억2천만원이다.
리퍼트 대사부터 장혁·최시원·이진욱·박지성 등 별들의 등장
올해는 배우, 가수부터 정·관계까지 다양한 분야의 유명인사들이 서울모터쇼 현장을 방문해 위상을 높였다. 언론을 상대로 ‘프레스데이’가 열린 2일에는 스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브랜드가 많았다. 모터쇼에 참여한 자동차 회사들은 신차 효과를 기대하며 유명인을 앞세우는 전략을 펼치곤 한다.
우선 렉서스는 고성능 스포츠쿠페 RC F를 선보이며 남성적이고 도시적인 장혁을 홍보대사로 초대했다. 아우디 전시관에서는 배우 이진욱과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의 최시원이 각각 A6와 A7을 타고 등장했다. 모터스포츠팀 ‘팀 아우디 코리아’의 유경욱 선수도 아우디 무대에 올랐다. 마세라티 전시장에서는 배우 차승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대차는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을, 한국GM은 쉐보레가 후원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홍보대사인 축구 선수 박지성을 무대에 올렸다.
개막식이 열린 3일에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포함해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전시장을 방문했다. 전시장을 방문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는 “첨단기술이 자동차와 만난 점이 흥미롭고 신차도 많아 재미나게 봤다”며 “환상적”이라고 말했다.
서울모터쇼의 ‘카 이즈 아트(Car is Art)’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데일 해로우 영국 왕립예술학교(RCA) 학장도 방문했다. 영국왕립예술학교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디자인 총괄 사장, 이안 칼럼 재규어 디자인 총괄디렉터, 고든 바그너 메르세데스-벤츠 디자인 총괄이 다닌 학교로 세계 최고 디자이너 양성의 산실로 유명하다. 해로우 학장은 “자동차 디자인을 잘하려면 인간을 잘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협업해야 한다”며 “최대한 많은 분야의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떤 사람들은 운전자 없는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 25년이 걸릴 것이라 당장 급하게 생각 안 해도 된다고 하지만, 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됐을 때 어떻게 사람들이 반응할지를 미리 이해해야 한다”며 “이 기술이 어떻게 활용될지에 초점을 두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