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자꾸만 연습하니 돼요

1억 송이의 꽃이 도심의 호수공원 무대를 아름답게 수놓고 있는 고양 국제 꽃 박람회장에서 검은 양복차림의 멋진 남자들이 얼굴에 가면을 쓰고 공연을 하고 있었다.

손에 쥐고 있던 하나의 공이 여러 개의 공으로 불어나고 비어있는 쇼핑백에서는 새로운 물건들이 줄줄이 나온다. 20여명의 젊은이들이 절도 있게 움직이며 댄스도 하고 합창을 하는 모습이 비 보이를 연상케 한다. 꽃구경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된 관객들은 무대 주위에서  힘찬 박수를 보내고 있다.

이 학생들은 법무부 산하 서울 소년원생들로 구성된 고봉 가면예술단의 단원들이다.

단원들은 지방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고 송치된 19세 미만 소년들로 대부분 절도나 폭력 등을 행사해 10번 이상 경찰서를 출입한 문제아 들이다. 이곳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다시 제대로 사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문화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그중 소질이 있거나 원하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가르쳐서 무대에 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고봉 중고등학교는 철문으로 통과하는 불편함만 빼면 보통학교와 다를 바 없었다. 

마술시간 수업하는 아이들의 눈빛이 빛난다. 한 벽이 온통 거울로 되어 있고 교실 전체가 검은색 천으로 신비스런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손짓은 간결하게, 지팡이를 휘두를 때는 완벽하게, 트럼프를 만질 때는 감쪽같이, 마술 선생님은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지도를 하고 한쪽에선 거울보고 계속반복 연습을 하고 있다. 쉬우냐고 물었더니 “안 되면 또 하고 그래도 안 되면 계속 자꾸만 하면 돼요” 라고 대답한다. 이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얼마나 많은 연습을 했을까 짐작이 간다.

음악실에선 합창 연습이 한창이다. 얼굴을 보이지 않으려고 연습을 할 때도 그들은 가면을 쓴다. 성악을 전공하셨다는 지도교사의 우렁찬 목소리가 교실 안을 가득 메운다. “더 힘차게 불러” 자신이 없어 하는 아이들에게 “목소리가 터지도록 불러봐” 선생님의 열정이 아이들에게 전염된 듯 목소리가 커지며 신명 난 듯 몸을 흔든다.

고봉중고엔 206명의 학생들이 있다. 전교생중 90여명이 검정고시를 준비 중이고 100여명은 한식조리, 제과제빵, 사진영상, 마술 등 직업훈련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연극배우들의 재능기부로 연극동아리도 있고 시인들의 문학수업도 듣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의 정서를 순화 시키고 스트레스도 분출시키고 또 적성을 찾는 출구가 되기도 한다. 특히 마술에 호응도가 높아 “매직 엔터테인먼트‘과정을 개설하고 전남의 사립전문대와 양해 각서를 맺어 마술 특기생으로 대학에 진학 할 수도 있다.

경찰서를 드나들며 문제아로 낙인찍힌 아이들, 누구에게도 칭찬을 받아보지 못하고 자란 불우한 환경의 아이들, 그래서 얼굴을 들 수 없어 항상 고개 숙이고 다녔을 아이들이 마술공연과 합창으로 자신의 희망찬 삶을 노래하고 관객들은 그들의 꿈이 실현되기를 염원하면서 격려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