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홧김에 하룻밤, 폭설에 둘째밤?

옛 남자 친구의 데이트 현장을 목격하고 기분을 잡친 메건(애널리 팁턴)은 홧김에 데이팅 사이트에 가입해 알렉(마일스 텔러)을 만나 하룻밤을 보낸다. 이튿날 아침 서로 막말까지 하며 헤어지려는데 맙소사, 기록적인 폭설로 발이 묶인다. 원나잇 스탠드로 시작된 이 관계는 출구를 잃고 하루가 보태지면서 난감해진다.

7일 개봉하는 영화 '투 나잇 스탠드(Two Night Stand)'는 그들의 2박 3일을 따라가는 로맨틱 코미디다. "간단한 정보만 입력하면 어울리는 이성(異性)을 찾아주겠다"는 광고 메일처럼 남녀가 만나기는 쉬워졌다. 온라인 기술의 발달로 사람들은 과거 어느 때보다 더 풍족하게 연결돼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질적으로는 더 단절돼 있다. 이 영화는 밤의 욕정으로 이륙한 관계가 해가 뜨면 어떻게 하강하는지, 심지어 착륙할 곳을 찾지 못해 하루를 더 떠돌아야 하는 상황을 유머러스하게 포착했다. 온라인 판타지와 오프라인 현실 사이의 낙폭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다.

욕정에는 끝이 있다. 메건과 알렉은 허리케인급 눈폭풍에 갇혀 토닥거리고 속을 털어놓으면서 짐작대로 사랑으로 나아간다. 변기가 막히고 음식이 떨어지는 사건을 함께 해결하면서 그들은 두 번째 밤을 맞는다. 변화 과정은 흥미롭지만 스킨십과 섹스에 대한 남녀의 취향과 차이를 알아가는 대목은 좀 뻔하다.

배우들의 호흡과 앙상블은 부드럽다. 웃음과 긴장, 슬픔을 적절히 배치해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위플래쉬'에서 드럼 연주자로 폭발적 에너지를 뿜어낸 마일스 텔러는 평범한 외모에 때론 능글맞고 때론 무심한 연기로 여느 로맨틱 코미디와는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현재진행형 연인이라면 상영 시간 86분 동안 더 행복해질 데이트 영화다. 꼭 청춘 남녀가 아니어도 실연 경험이 있다면 대체로 호응할 것 같다.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