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惡의 굴레에 빠져버렸다, 우리들의 헝클어진 영웅

대통령상 받고 진급을 앞둔 경찰 강력반장 최창식(손현주·사진)은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할 순간에 실수로 사람을 죽인다. 주검은 이튿날 아침 공사장 크레인에 매달린 채 발견되고 최 반장에게 수사가 맡겨진다.

14일 개봉하는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는 살인마의 덫에 걸려 목적지를 이탈하고 불시착할 상황에 빠진 형사를 따라가는 영화다. 손에 잡힌 승진 기회를 날릴 수 없어 증거가 될 만한 흔적을 지운다고 지웠지만 진실은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인간미도 좋았던 최 반장은 죄를 덮으려고 더 큰 죄를 저지르면서 날카로워지고 엉망으로 헝클어진다.

이야기와 연기가 이처럼 고르게 팽팽한 스릴러는 오랜만이다. '악의 연대기'는 사건을 무심하게 툭 던지는 장면부터 여러 굽이를 돌아 마지막 카운터 펀치를 날리기까지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관객을 잡아끈다. 말만 무성하고 김이 빠졌던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권투 시합은 저리 가라다. 이 스릴러는 꽉 찬 밀도로 관객에게 돌진해온다. 몰락하는 영웅을 그린 현대의 웰메이드 비극을 고르라면 '악의 연대기'라고 말할 것이다.

'숨바꼭질'(2013)로 560만명을 모으며 재발견된 배우 손현주는 이번 영화에서도 인물의 안과 밖을 긴장감 있게 뭉쳤다. 자기 꼬리를 문 뱀처럼 추적하면서 도피해야 하는 고난도 연기를 하는 그는 액션 없이도 넓고 깊다. 악의 굴레에 빠져 공포에 질린 채 고뇌하는 주인공을 견뎌냈다. 우리 영화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형사 연기 중 하나로 삼을 만하다.

겹겹의 드라마 구조는 이 영화의 자랑이다. 인천에서 촬영했다는 골목길 추격 장면을 비롯해 영상도 반듯하게 각이 서 있다. 후반부는 차마 밝힐 수 없다. 당신의 가슴을 쿵 칠 것이라는 점 하나는 분명하다. 102분, 15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