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놀멍 쉬멍 즐기는 제주 여행

차귀도와 제주 올레길 12코스 중간지점까지 걸을 예정이다. 여유로운 아침 식사를 하고 평소보다 조금 늦게 출발하여 해안길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였다. 마지막 날이다 보니 여유롭게 즐기는 여행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걷기만 하다 편안하게 차에 앉아 해안 길을 바라보니 새롭다. 일기예보에는 비도 있고 흐림도 있었는데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다. 날씨가 좋으면 행운이고 비가 오거나 흐려도 운치를 느낄 수 있어 나름의 여행을 만끽 할 수 있다. 우리는 여행 중에 날씨 탓을 하지 않는 진정한 여행을 즐길 줄 아는 여행 마니아들이라고 스스로 자부해 본다.

여행 다니기 시작한 지 십여 년.  처음에는 비가 와서 여행 취소, 날이 추워서 취소, 눈이 많이 와서 취소의 반복이었다. 배낭 메고 10여 년 다니다 보니 이젠 이런 두려움에서 벗어났음을 느낀다. 물론 장비를 갖춘 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니는 노하우도 터득하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푸른 바다와 그 위로 멀리 가끔 오가는 선박, 화산이 폭발하여 널려있는 검은 바위들에 붙어있는 해초들을 보며 차는 계속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예부터 제주에는 바람, 돌, 여자가 많은 삼다도라 불리었다. 여행 내내 바람 잦은 날이 없었고 어디를 가나 검은 돌이 우리를 반긴다. 지붕에도, 길에도, 밭에도, 바닷가에도 온통 돌 뿐이다.

지역마다 특산물이 있다. 제주 올레길 13코스에는 브로콜리 양배추밭이 많았는데 이곳은 백년초가 어디를 가나 있다. 걸으면서 작은 열매를 만졌는데 잔가시가 손에 붙었는지 종일 따끔거린다. 혹시라도 백년초밭 옆을 지나가게 된다면 조심하길 바란다.

제주도민인 버스 기사님이 제주도 얘길 꺼냈다. 영어마을이 들어서면서 제주의 곶자왈의 원시림이 깎여 나가고 육지의 돈 많은 부자들이 땅을 사들여 지금은 땅값이 어마어마하다고 한다. 제주도민으로서 자연이 훼손되는 것이 맘이 아프다고 한다. 현지인을 만나 그 곳 속살 이야기를 듣는 것은 여행의 덤이다.

차귀도를 가기 위해 작은 유람선을 탔다. 망망대해 깊은 바다 한가운데서 이렇게 작은 배를 차보긴 처음이다. 배가 뒤뚱거려 바닷물이 튀어 온몸이 젖지만 신났다. 이런 경험은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거다. 배에서 내리니 차귀도는 별천지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TV에서만 보던 무인도에 온 거다. 예전에는 사람이 살았었는데 지금은 집터만 남아있다. 차귀도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자유로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섬을 한 바퀴 돌아 정상을 찍고 내려오는데 1시간 남짓 걸린다. 하늘, 바람, 바다, 나무, 갈대, 이름 모를 풀들, 모든게 아름답게 느껴졌다.

섬을 한 바퀴 돌아보고 팻말도 없는 선착장에 나와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물속을 보니 바닷물 속에 여러 가지 해산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게 보인다. 어쩌면 여기에 살던 사람들은 각종 해산물때문에 외롭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든다.

차귀도를 떠나서 올레 12코스를 역으로 걸었다. 우리에게 여행 마무리란 그동안 함께 했던 친구들과 간단한 나눔의 시간을 가지고 서로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 여행으로부터 받은 건강한 기운을 주위 사람들에게 나누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