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지는 證市… 부동산 많은 資産株에 볕 든다

올 들어 뜨겁게 달아올랐던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고 주춤하면서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종목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살아나면서 자산 가치보다 주가가 싸거나, 보유한 부동산이 많은 자산주가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눈에 띄는 개선 흐름을 보이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경기에 민감한 성장주에 몰렸던 자금이 자산주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부동산 많은 섬유·의복주 강세

최근 몇 년간 계속된 경기 둔화와 내수 부진 등으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었던 섬유·의복 관련주들은 올 들어 눈에 띄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섬유·의복 관련주들은 다른 업종보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사양산업 중 하나로 분류되지만, 최근 이 종목들이 보유한 부동산 가치가 부각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이다.

올 들어 140% 넘게 오른 대한방직은 시가총액이 700억원대에 불과하지만, 보유한 토지와 건물의 자산 가치는 2200억원대에 이른다. 40% 이상 상승한 속옷 생산 업체 BYC 역시 시총보다 보유한 자산이 더 많다. 경방과 SG충남방적, 동일방직 등 다른 토지와 건물을 많이 가진 주요 섬유·의복주도 올 들어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서부트럭터미널과 인천의 대형 상업 시설인 스퀘어원 등 보유한 부동산이 많은 서부T&D도 올 들어 20%를 훨씬 넘게 상승했다.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저PBR(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비율) 종목 역시 최근 상승한 종목이 많다. PBR이 0.42배인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최근 한달간 22.72% 상승했다. PBR이 0.56배인 대림산업도 같은 기간 28.79% 뛰었다.

◇주춤하는 성장주… 저금리·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자산주 부각

올 들어 국내 증시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들은 이른바 '성장주'였다. 올 초 유럽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국내 증시에 유입되는 자금이 늘면서 외국인의 투자 비중이 높은 IT와 화학, 조선 등이 눈에 띄게 올랐고, 화장품 관련주와 증권주 역시 강세를 보였다. 올 들어 자산주와 저PBR주 가운데 오른 종목이 많지만, 성장주에 비해 상승 폭은 작았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의 매수세가 점차 줄면서 성장주 가운데 조정을 받고 있는 종목이 많다. 이 때문에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상승 폭이 컸던 성장주들보다 상대적으로 덜 올랐던 자산주들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특히 최근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산주 투자에 대한 관심은 더욱 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올 1분기 주택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증가한 27만53건을 기록했다. 특히 저금리 상황에서 최근 주식형 펀드에서 환매된 자금이 들어오면서 하반기에도 부동산 시장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시장 회복으로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에 대한 재평가가 진행되면서 투자 부동산의 비중이 높은 종목이 더 많이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진국 채권 금리 상승도 성장주에 부담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과 독일 등 선진국들의 국채 금리가 상승해 그동안 국내 증시의 강세를 이끌었던 외국인 투자 자금이 줄면서 증시의 조정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일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0.59%까지 상승하며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고,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2.24%를 기록해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특히 독일 국채 금리 상승으로 3월부터 국내 증시에 유입됐던 유럽계 투자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며 "당분간 주가 변동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성장주보다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자산주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