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를 믿고 맡기시니 심부름 열심히 해야죠"
입력 : 2015.05.08 00:43
[어린이환자 돕는 정목 스님에 익명의 독지가 4억원 기탁]
서울대병원과 '작은사랑'에 2억씩
내가 정한 佛事는 아이들 살리기… 기준은 하나, "얼마나 위급한가"
DJ·베스트셀러·강사로도 유명
7일 오전 정목(55·정각사 주지) 스님이 서울대병원을 찾아가 저소득층 환자 치료비에 써달라며 2억원을 기탁했다. 정목 스님은 불교방송 개국 때부터 클래식 프로그램을 진행해온 '최초의 비구니 DJ'이자 베스트셀러 작가('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다. 하지만 스님의 주된 불사(佛事)는 어린이 환자 돕기다. 18년째 어린이 환자 치료비를 지원하는 '작은사랑' 운동을 이끌고 있다. 이날 전달한 성금은 익명의 독지가가 스님에게 맡기고 간 돈이다.
지난달 말 서울 삼선동 정각사 법당에 누군가가 편지 한 통을 두고 갔다. 봉투에 '정목 스님께 드리는 글'이라고만 쓰였을 뿐 이름도 연락처도 없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와 1억원짜리 수표 4장이 있었다. 독지가는 "돈은 돈일 뿐 생명력을 입히고 싶다"며 "환자들 수술비로 써달라"고 썼다. 스님은 독지가를 찾으려고 CCTV까지 확인했지만 50~60대 남성이란 것 외에 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정목 스님은 그분 뜻을 받들어 2억원은 서울대병원에 전하고, 2억원은 '작은사랑'을 통해 환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온갖 방법을 써봐도 낫지 않는 어린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서울대병원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1986년부터 5년간 서울대병원의 지도법사를 지냈다. 조계종이 전국 병원·대학에 포교사를 파견하기 시작한 무렵이다.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말기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옆방 수녀님이 자리에 안 계시다며 천주교 신자 부부가 저를 찾아왔어요. 면회가 제한된 중환자실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게 엄마·아빠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겁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중인 저를 찾았을까요." 팔뚝만 한 신생아가 온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왜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이런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하나. 부처의 법문으로는 해석이 안 되더군요. 이것을 어떻게 업(業)이란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절에서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불사지만 저는 이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불사로 삼기로 했죠."
1990년 불교방송이 개국했다. 클래식과 팝은 물론 뉴에이지 음악에까지 정통했던 스님은 DJ로 발탁됐다. 방송을 통해 어린이 환자들과 불우 이웃의 사연을 전했고, 방송이 끝나면 성금이 답지했다. 사회복지단체 '작은사랑'을 만들어 어린이 환자 지원에 본격 나선 것은 1997년이다. 애청자와 팬들을 중심으로 후원 그룹이 꾸려졌다.
'작은사랑'이 지금까지 어린 환자에게 지원한 돈은 서울대병원에만 12억원이다. 치료하기 어렵거나 치료 후 재발한 환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성과가 뚜렷한 환자에게 도움이 집중되는 탓이다. "우린 지원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단 하나, 당장 얼마나 위급한가입니다."
'작은사랑'은 후원금 전액을 환자에게 전달한다. 운영비·활동비·홍보비 등이 전혀 없다. 스님을 포함해 모두 자원봉사자여서 인건비 지출이 없고, 활동비는 다른 수입에서 메운다. 주로 스님의 강연 수입이다. 스님은 2012년 책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가 베스트셀러의 하나가 되면서 인기 강사가 됐다.
"이런 신뢰 덕에 독지가께서 거금을 맡겼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믿음에 책임감으로 답하겠습니다. 그분도 살면서 큰 아픔을 겪으신 분일 거라 추측합니다. 삶이 진흙탕 같으니 많은 돈은 필요없다 느끼셨겠죠. 진흙 속에서 피어오른 연꽃이 세상을 향기롭게 할 겁니다. 그 심부름을 제가 하겠습니다."
지난달 말 서울 삼선동 정각사 법당에 누군가가 편지 한 통을 두고 갔다. 봉투에 '정목 스님께 드리는 글'이라고만 쓰였을 뿐 이름도 연락처도 없었다. 봉투 안에는 편지와 1억원짜리 수표 4장이 있었다. 독지가는 "돈은 돈일 뿐 생명력을 입히고 싶다"며 "환자들 수술비로 써달라"고 썼다. 스님은 독지가를 찾으려고 CCTV까지 확인했지만 50~60대 남성이란 것 외에 더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
정목 스님은 그분 뜻을 받들어 2억원은 서울대병원에 전하고, 2억원은 '작은사랑'을 통해 환자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온갖 방법을 써봐도 낫지 않는 어린 환자들이 마지막으로 많이 찾는 곳 중 하나가 서울대병원이기 때문이다.
스님은 1986년부터 5년간 서울대병원의 지도법사를 지냈다. 조계종이 전국 병원·대학에 포교사를 파견하기 시작한 무렵이다. 환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말기 환자들의 임종을 지키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옆방 수녀님이 자리에 안 계시다며 천주교 신자 부부가 저를 찾아왔어요. 면회가 제한된 중환자실에 아이가 있는데, 그 아이에게 엄마·아빠의 마음을 전해달라는 겁니다. 얼마나 간절했으면 중인 저를 찾았을까요." 팔뚝만 한 신생아가 온몸에 주삿바늘을 꽂고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왜 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이런 극심한 고통을 받아야 하나. 부처의 법문으로는 해석이 안 되더군요. 이것을 어떻게 업(業)이란 단어 하나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 절에서 부처의 말씀을 전하는 것도 불사지만 저는 이 아이들을 살리는 일을 불사로 삼기로 했죠."
1990년 불교방송이 개국했다. 클래식과 팝은 물론 뉴에이지 음악에까지 정통했던 스님은 DJ로 발탁됐다. 방송을 통해 어린이 환자들과 불우 이웃의 사연을 전했고, 방송이 끝나면 성금이 답지했다. 사회복지단체 '작은사랑'을 만들어 어린이 환자 지원에 본격 나선 것은 1997년이다. 애청자와 팬들을 중심으로 후원 그룹이 꾸려졌다.
'작은사랑'이 지금까지 어린 환자에게 지원한 돈은 서울대병원에만 12억원이다. 치료하기 어렵거나 치료 후 재발한 환자들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기 십상이라고 한다. 성과가 뚜렷한 환자에게 도움이 집중되는 탓이다. "우린 지원 대상을 정하는 기준이 단 하나, 당장 얼마나 위급한가입니다."
'작은사랑'은 후원금 전액을 환자에게 전달한다. 운영비·활동비·홍보비 등이 전혀 없다. 스님을 포함해 모두 자원봉사자여서 인건비 지출이 없고, 활동비는 다른 수입에서 메운다. 주로 스님의 강연 수입이다. 스님은 2012년 책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다'가 베스트셀러의 하나가 되면서 인기 강사가 됐다.
"이런 신뢰 덕에 독지가께서 거금을 맡겼다고 생각해요. 무조건적인 믿음에 책임감으로 답하겠습니다. 그분도 살면서 큰 아픔을 겪으신 분일 거라 추측합니다. 삶이 진흙탕 같으니 많은 돈은 필요없다 느끼셨겠죠. 진흙 속에서 피어오른 연꽃이 세상을 향기롭게 할 겁니다. 그 심부름을 제가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