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정원(Community Garden), 지역공동체 정원

커뮤니티가든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마을 정원’ 혹은 ‘지역 공동체 정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생소한 정원의 한 사례이기도 하지만, 영국이나 미국, 호주 등에서는 이미 1970년대부터 활발하게 이루어진 정원의 한 형태입니다. 커뮤니티가든이 생기게 된 동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커뮤니티 가든 40년의 역사, 영국

첫 번째 사례는 영국의 그림책에서 시작됩니다. 엘리사 트림비(Elisa Trimby)라는 작가가 1976년에 쓴 “MR. PLUM'S PARADISE”라는 한권의 책이 있습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플럼할아버지는 런던의 뒷골목의 아주 초라한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 보잘 것 없고 초라한 집의 정원은 몹시 황폐하고, 봄이 되어도 온기가 없이 차가운 느낌 이였습니다, 플럼할아버지는 정년퇴직을 한 후, 아무런 희망도 없이 살아가지만, 늘 머릿속에 생각하는 꿈이 있었으니, 그것은 ‘언젠가는 공기가 좋은 시골로 내려가, 정원이 넓은 집에 살면서 해바라기를 정원 가득 피우게 할 거야’라는 꿈이었습니다.

어느 날, 낮잠을 자던 플럼할아버지는 꿈속에서 ‘그런 간절함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란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 왔고, 플럼할아버지는 꿈에서 깨자마자, 바로 통장에 있던 돈을 꺼내서 원예용 도구와 꽃씨를 사서, 매일매일 정원일 하는데 온 정성을 쏟았습니다. 플럼할아버지의 애정과 사랑을 머금은 정원 식물들은 멋지게 꽃을 피우고, 드디어 여름에는 정원가득 해바라기가 피어났습니다. 플럼할아버지는 너무 기쁜 나머지, 꽃을 꺾어 집안에 꽂아두기도 하고, 교회에 가져가 장식하기도 했습니다.

점점 밝고 활기차게 바뀌어 가는 플럼할아버지를 본 이웃집 아저씨가 자기에게도 정원 일을 가르쳐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되고, 고심한 끝에 혼자 보다는 둘이 일하는 게 더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정원은 점점 주변 사람들이 그들의 정원을 보러오게 되고, 결국 두 사람의 정원은 모두에게 소개할 정도로 유명해지고, 그들의 정원은 '커뮤니티가든(Community Garden)'이란 형태로 사후에는 영국 정부의 내셔널트러스트를 기부를 하게 되었습니다.

뉴욕의 '커뮤니티 가든' 소개

커뮤니티 가든의 두 번째 사례는 1973년 미국의 뉴욕 매하튼의 한편에 있는 「Liz Christy Community Garden」에서부터 시작 되었습니다.

지금의 정원은 녹음으로 어우러지고, 달콤한 꽃향기로 가득한 장미정원이 있고,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텃밭으로 아름답지만, 당시에는 잡동사니가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가 산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누구하나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아이들은 그 쓰레기 더미에서 노닐고 있었습니다. 이 열악한 환경을 목격한 이웃 마을의 리즈 크리스티(Liz christy)씨는 ‘여러분들의 손을 빌려 주세요’하며 친구들에게 호소하며 주변을 청소하고 가꾸어, 결국에는 쓰레기장을 오아시스로 바꾸게 됩니다.

리즈씨 덕분에 아름다운 정원이 탄생하게 되고, 뉴욕시 전체가 지역 환경 조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다. 결국, 커뮤니티 가든 만들기 운동은 전미 지역으로 퍼지게 되고, 미국의 많은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게 되었습니다. 커뮤니티 가든은 이 두 이야기에서 보여주듯이 혼자서 아닌 이웃들이고, 개인집 정원이 아닌 공공의 장소에서 대화를 나누며 소통하면서 정원을 가꿔 나간다는 사실에서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내가 살고 있는 마을 혹은 지역에서, 같이 땀을 흘리며 일하고, 생명을 가꾸면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티 가든'을 진화시킨 한국 두레마을정원

우리나라에서는 지금은 거의 사라져 찾아보기 힘들지만, 일제 식민지 시대 이전에는 각 마을 마다 ‘두레’가 있어서, 같이 농사를 짓고, 마을길을 가꾸는 등 마을의 힘든 일을 같이 하면서 이웃 간에 우정과 사랑을 쌓아 갔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약간의 성격은 다르지만, 근본적인 사상이나 지향 점은 커뮤니티 가든과 두레가 일치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최근 들어서는 우리나라의 각 지역에서 "커뮤니티" 가든을 시도하는 곳이 생겨나고 있다. 커뮤니티 가든은 다양한 사람들이 정원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녹색의 공간이고, 지역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배움의 장소이며, 마을 공동체를 다시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풀뿌리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글·사진 가드너 김시용
자료제공 정원·원예 전문월간지 가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