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에세이]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요양원 할아버지 할머니들 앞에 섰다.

‘할아버지, 할머님들, 걱정이 참 많으시죠?’ 하면, 이구동성으로 ‘그럼은요’ 하신다. 물론 이 세상에 걱정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러나, 몇 년 간, 프로그램 진행으로 가까워진 이 분들에게 모르는 척 던진다. ‘걱정하신다고 그 걱정이 해결되시던가요?’ 하면, 머뭇머뭇들 하신다. 어느 조사 보고 내용에 의하면, 걱정거리의 8~90%는 해결할 수 없는 괜한 걱정이란다.

그래서 요양시설에 가면 단골로 들려드리는 이야기 하나가 있다. 우리 할머니께서 농촌에서 농사를 짓고 계셨는데, 비가 오지 말아야 할 때, 장마가 지면 뜰판 끝에 앉으셔서, 하늘 원망도 섞어가시며, 줄곧 푸념을 늘어놓으셨다. 어린 손자 마음에 당돌한 말씀을 드린다. ‘할머니, 그러신다고 비가 그쳐요?’ 할머니께서는 ‘어떻게 걱정이 안 되냐’ 하시며, 계속 푸념이시다.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모든 일은 생각하기에 달렸다는 말씀을 예를 들어 설명드린다. 흔히 이야기하는 ‘물 반 컵’ 이야기를 꺼낸다. 물 반 컵을 보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 컵 밖에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물이 반 컵이나 남았다고 하는데, 어느 사람이 절망적이고 어느 사람이 희망적인 것은 누구나 다 알 일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느 관점에서 ‘반 컵의 물’ 을 볼 것인가?

또 어릴 적 들은 동화 한 편이 생각난다. 아들 둘을 데리고 사는 어머니는 항상 걱정이 그칠 날이 없다. 비가 오면 짚신이 안 팔려 짚신장수 아들 걱정, 날이 개이면 나막신이 안 팔려 나막신장수 아들 걱정이다. 이를 보다 못한 옆집 신동(神童)이 여쭙기를 ‘할머니, 비가 오면 나막신이 잘 팔려 좋고, 날이 개이면 짚신이 질 팔리니 얼마나 좋아요?’ 하니, 그제서야, ‘그렇구나, 내가 괜시리 쓸데없는 걱정을 했구나‘ 하였단다.

이렇게 똑같은 일을 갖고도, 각기 다른 생각으로 걱정을 하거나 안 하게 되고, 또 다른 일을 갖고 걱정되는 쪽으로만 몰아 걱정하는 수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처음 요양원 분들을 만났을 때는, 신체의 불구나 생각의 부족에 대해서는 함부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괜히 성한 사람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봐 조심스러웠다. 중풍으로 반신을 못 쓰는 할머니 한 분이 계셨다. 이 할머니에게 한글쓰기를 가르쳐 드리기로 마음먹었다. ‘할머니, 세상에는 왼손잡이들도 많아요, 다들 왼손으로 글씨도 쓰고 칼질도 해요. 저하고 글씨 쓰기를 시작하시는 거예요’ 하며, 인터넷에서 가져온 ‘중국의 양팔 없는 여인의 생활 모습’ 이 담긴 것을 영상으로 보여주며 용기를 북돋아드렸다.

두 팔이 없는 사람도 이렇게 일상생활을 하는데, 한 팔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하자는 무언의 암시를 드린 것이다. 큰 방안 공책을 만들어 쓰고, 차차 그 칸의 크기를 작게 해 나갔다. 의지를 갖고 열심을 다 하셨기에 왼손글씨를 곧잘 쓰고, 워낙 글에 소질이 있으셔서 내게 정겨운 감사 편지도 보내오고, 자기 주변의 이야기들도 잘 엮어나가신다. 어느 시점(時點)이 되면, 복지관에서 하는 자서전 쓰기에도 참여하기로 약속하였다. 왼쪽 손으로 글씨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고까지 하신다.  

반 컵의 물에 절망하지 않고 반 컵이나 남았다고 희망적으로 생각하였기에 가능한 이야기로 팔 하나가 있기에 글씨도 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까지 이른 것이다. 덜렁덜렁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 한 쪽 팔을 붙잡고 낙담하지 않고, 쓸 수 있는 팔을 최대한 활용하여야겠다는 생각을 굳혔기에, 글씨 쓰기도 가능해지고 멀지 않은 날 책도 낼 꿈도 꿀 수 있게 된 게 아닌가?

‘힘들다’고 회피를 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된다. '내 힘들다' 를 거꾸로 읽으면 '다들 힘내'가 된다. 모든 것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렸다. 자,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있는 분들께,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목표가 바뀌는 법이니, 생각을 바꿔 목표를 정하여 정진해 보자’ 라는 말씀을 드린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일 할 수 있는 한계 연령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UN에서 사람의 평생 연령을 5단계로 나누어 발표하였는데, 0세~17세 까지는 미성년자, 18세~65세 까지는 청년, 66세~79세 까지는 중년, 80세~99세까지는 노년, 100세 이후는 장수노인이라고 발표했다는 기사를 읽은 것이 생각난다.

노년이라고 생각했던 모든 이들이, 이제 ‘신 중년(新 中年)’ 이라는 생각의 전환으로, 하루 종일 앉아 있던, 공원 햇볕 속에서 벌떡 일어나, 일감을 찾고 취미생활을 찾아, 기지개를 펴시라고 격려 말씀을 보내 드린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에 달렸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