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매체마다 ‘어벤져스2’ 기사로 넘쳐난다. 영화 촬영부터 요란했던 영화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뉴스 때마다 등장을 하는지…. 어떤 영화이기에 '어벤져스2'라는 영화의 시사회에 180개 매체에서 600명가량이 취재하러 갔는지. 당연히 호기심이 일었다.
매일 같이 요란하게 뉴스에 등장하니 도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저리도 요란을 떠나 싶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미국 영화라는 게 예나 지금이나 총잡이들의 싸움이다. 예전의 카우보이가 미국의 정의를 위해 싸웠다면 요즘은 온갖 상상력을 동원한 무기를 들고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으로 발전해 온 것 말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게 내 상식의 전부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찾은 것은 완전히 뉴스 탓이다.
친구들과 영화관을 찾았다. 월요일이라 극장 안은 한산했다. 몇몇 나이 든 사람들이 앉아있을 뿐이었다. 놀라웠다. 세상에 이렇게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라니…. 슬슬 잠이 오기 시작 한다. 안 자려고 안간힘을 쓰다가 옆 좌석을 보니 친구는 쿨쿨 자고 있다.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여기저기 자는 사람들이 눈에 보인다. 우리가 나이 든 탓인가. 졸린 눈을 부릅뜨고 '어벤져스2'를 보았다.
줄거리는 내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다. ‘어벤져스2’는 더욱 강력해진 어벤져스와 평화를 위해 인류가 사라져야 된다고 믿는 울트론의 사상 최대 전쟁을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다. 아이언맨(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 로봇 울트론과 어벤져스 멤버들의 대결이 주를 이룬다. 무겁다. 혼란스럽다. 영웅들은 한없이 심각하고 한없이 진지하다. 그런데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리 화려한 영상과 빠른 템포, 수많은 히어로들이 함께 등장하는 영화라도 졸음이 오는 것이다.
‘어벤져스2’ 영화 속에는 수연이란 우리나라 여배우도 나온다. 분명 우리나라 여배우인데 분위기는 천상 미국인이다. ‘닥터 조’로 나오는 그녀는 토니 스타크가 인정하는 유전공학 분야 천재 과학자이다. 울트론의 탄생 배경의 발단에 함께한다. 영화에 많이 등장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캐릭터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그녀가 한국인답지 않다. 그 누가 그녀를 한국 배우라고 알아보겠는가.
우리나라 사람들이 너도나도 영화관으로 향하게 한 것은 영화 속에 나오는 우리나라 서울 모습이 어떻게 그려졌을 까가 궁금해서다. 닥터 조가 한국인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중의 하나다. 그러나 영화 속 서울은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달랐다. 영화 속에서 의왕시 롯데마트 앞에선 레간자가 부서지고 청담대교가 나온다. 어쩌다 등장하는 한글 간판은 너무도 빨리 지나가 미처 읽어내지도 못 했다.
세빛섬이 눈에 확 들어왔다. 캡틴 아메리카라는 주인공이 반포대교 남쪽 멀리서 바라보는 장면이다. 그런데 웃기는 것이 한강 건너 동빙고동쯤 되는 곳에서 구옥(舊屋) 동네 어디쯤에서 바라보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 장면은 합성이다. 합성도 아주 어설픈 합성이었다. 나 같은 나이 많은 아줌마 눈에도 어설프기 그지없으니 쓴웃음만 나온다. 영화 속 서울은 내가 서울에 살기에 얼핏 서울이라 느끼는 것뿐, 다른 나라 사람이라면 그냥 아시아 어디쯤이지 하고 넘어가고 말 수준이었다.
‘어벤져스2’ 영화는 난해했고 소재는 빈약했다.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지루하게 느낀 기억이 별로 없다. 성공한 영화의 영웅들을 다 모았으니 화려했다. 그 화려함이 장점은 사라지게하고 산만하게 했다. 영화에 집중하기도 어려웠고 소재도 빈약했으니 그저 때려 부수는 걸로 시작해 때려 부스는 걸로 끝났다. 한마디로 유치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우린 이 영화를 찍을 때 그리도 융숭한 대접을 한 것일까.
오늘 아침 뉴스엔 우리나라 극장의 80%를 ‘어벤져스2’가 점령한 상태란다. 관객 누적 수 400만 명을 돌파했다고 한다. 모든 영화는 사라지고 우리나라에는 '어벤져스2'밖에 없는 형국이 되어버렸다. 언젠가 뉴스에서 이 미국 영화 ‘어벤져스2’는 미국보다 우리나라에서 먼저 개봉하고 영화 속 주인공이 세 사람이나 방한하여 기자회견을 했단다. 낚였다. 나도 낚이고 너도 낚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