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가계부채] [下] "원금 상환액 일부라도 소득공제 혜택 검토를"
입력 : 2015.05.17 22:25
[전문가 제언]
안심대출 포기한 80만가구, 원금 일부라도 먼저 갚도록 빚 리모델링 해주는 것 필요
2금융 대출자 지원 대책도 함께 만들어야 혼란 줄일 것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원금 상환을 뒤로 미룬 채 이자만 갚는 비율이 높아 향후 가계 부채 문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금리가 인상되고, 경기 침체가 지속될 경우 만기 일시 상환 구조의 주담대는 국가 경제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유럽 등 선진국에선 이자만 갚는 대출이 거의 이뤄지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작년 말 기준 주담대의 75%가량이 이자만 갚는 대출일 정도로 그 비율이 매우 높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 대출이 본격화된 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부터이다. 1980~1990년대 경제 호황에 힘입어 기업에 돈을 빌려줘 큰 수익을 올리던 은행들은 외환 위기로 난관에 부닥쳤다. 문 닫는 기업들이 속출했고, 살아남은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 대출로 눈을 돌렸다. 영업 방식은 기업 대출을 할 때와 비슷했다. 기업의 공장·토지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것처럼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다.
주담대 중심의 가계 대출이 본격화된 건 1997년 외환 위기 이후부터이다. 1980~1990년대 경제 호황에 힘입어 기업에 돈을 빌려줘 큰 수익을 올리던 은행들은 외환 위기로 난관에 부닥쳤다. 문 닫는 기업들이 속출했고, 살아남은 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가계 대출로 눈을 돌렸다. 영업 방식은 기업 대출을 할 때와 비슷했다. 기업의 공장·토지 등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것처럼 집을 담보로 대출을 해줬다.
중앙대 박창균 교수는 "주담대 실적을 단기에 늘리려면 이자만 갚도록 허용해 주는 게 중요했다"며 "돈을 갚지 못하면 집을 팔면 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손해 볼 게 없는 장사"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우리나라 주담대의 구조적 문제를 처음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연 2.5~2.6%대의 파격적인 금리 전환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대상이 되는 112만가구 중 80만가구가 신청을 포기했다. 금융 당국과 업계는 이 중 상당수가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주담대 리모델링'이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①안심대출 포기 가구 분석해 맞춤형 빚 리모델링 시작하라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며 "안심전환대출을 포기한 80만 개별 가구의 보유 자산과 가처분소득은 얼마인지, 직업은 있는지, 있다면 상용직인지 임시직인지 등을 미시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80만가구 전체를 하나로 보고 일원화된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가구 특성을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해 맞춤형 지원을 해야만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숭실대 금융학부 윤석헌 교수는 "정부는 목표 수치를 정하고, 총량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단기 성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②원금 일부만 먼저 상환토록 유도
원금 전액이 아닌 일부를 먼저 갚게 하는 '원리금 일부 분할 상환' 아이디어도 나왔다. 예컨대 1억원의 대출 중 3000만원 정도만 먼저 갚게 해 상환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도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여지가 생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현재 이자만 갚고 있는 사람의 소득 수준, 상환 능력 등을 참고해 일정 부분이라도 분할 상환하게끔 유도하면 은행과 대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원금 상환 때에도 소득공제 필요
현재 주담대의 원리금 분할 상환자가 갚는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혜택을 원금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창균 교수는 "전액은 힘들겠지만 원금의 10~20% 정도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 빚 상환 부담이 꽤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이 방식은 국가 세금으로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자만 갚고 있는 가구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④안심대출 혜택에 조금 못 미치는 보완 상품 출시
이번에 안심전환대출을 포기한 80만가구에 대해선 이 상품보다는 금리가 조금 높으면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금의 일부를 갚도록 하는 보완 상품을 내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임진 박사는 "금리가 안심대출보다 너무 높으면 인기를 끌기 힘들겠지만, 금리가 안심대출과 거의 차이가 없으면 너무 몰려들어 재원 마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2금융권의 주담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박사), "안심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집을 팔고 이사 갈 경우 저금리 혜택을 유지시켜주는 등의 방법으로 원리금 갚는 구조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 등의 의견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지난 3월 출시된 안심전환대출이 우리나라 주담대의 구조적 문제를 처음 드러냈다고 평가한다. 연 2.5~2.6%대의 파격적인 금리 전환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대상이 되는 112만가구 중 80만가구가 신청을 포기했다. 금융 당국과 업계는 이 중 상당수가 원금 상환에 대한 부담 때문에 신청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안심전환대출을 계기로 대대적인 '주담대 리모델링'이 시작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①안심대출 포기 가구 분석해 맞춤형 빚 리모델링 시작하라
LG경제연구원 조영무 연구위원은 "원리금 상환에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모두 다르다"며 "안심전환대출을 포기한 80만 개별 가구의 보유 자산과 가처분소득은 얼마인지, 직업은 있는지, 있다면 상용직인지 임시직인지 등을 미시적으로 분석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80만가구 전체를 하나로 보고 일원화된 대책을 내놓는 것보다는 가구 특성을 몇 가지 범주로 분류해 맞춤형 지원을 해야만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숭실대 금융학부 윤석헌 교수는 "정부는 목표 수치를 정하고, 총량적인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단기 성과는 나타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②원금 일부만 먼저 상환토록 유도
원금 전액이 아닌 일부를 먼저 갚게 하는 '원리금 일부 분할 상환' 아이디어도 나왔다. 예컨대 1억원의 대출 중 3000만원 정도만 먼저 갚게 해 상환 부담을 줄이도록 하는 것이다. 은행도 부실 위험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금리 우대 등의 혜택을 제공할 여지가 생긴다.
서종대 한국감정원장(전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현재 이자만 갚고 있는 사람의 소득 수준, 상환 능력 등을 참고해 일정 부분이라도 분할 상환하게끔 유도하면 은행과 대출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인위적인 정책을 내놓으면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원금 상환 때에도 소득공제 필요
현재 주담대의 원리금 분할 상환자가 갚는 이자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혜택을 원금에까지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박창균 교수는 "전액은 힘들겠지만 원금의 10~20% 정도라도 소득공제 혜택을 주면 빚 상환 부담이 꽤 줄어들 것"이라며 "다만 이 방식은 국가 세금으로 엄청난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자만 갚고 있는 가구는 큰 위험이 닥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원금을 갚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④안심대출 혜택에 조금 못 미치는 보완 상품 출시
이번에 안심전환대출을 포기한 80만가구에 대해선 이 상품보다는 금리가 조금 높으면서 만기를 연장해주거나 원금의 일부를 갚도록 하는 보완 상품을 내놓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금융연구원 임진 박사는 "금리가 안심대출보다 너무 높으면 인기를 끌기 힘들겠지만, 금리가 안심대출과 거의 차이가 없으면 너무 몰려들어 재원 마련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2금융권의 주담대를 지원하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하나금융연구소 김완중 박사), "안심대출을 받아 원리금을 갚아나가는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집을 팔고 이사 갈 경우 저금리 혜택을 유지시켜주는 등의 방법으로 원리금 갚는 구조가 깨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금융연구원 이재연 박사) 등의 의견이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