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價에 희비 교차… 식품株 웃고, 항공株 울상

국제 상품 시장이 종목별로 엇갈리는 가격 흐름을 보이면서 국내 증시에서도 업종별로 주가가 엇갈리고 있다.

지난달까지 전체적인 상승 흐름을 보였던 증시가 최근 조정을 받고 있지만, 음식료품 관련주들은 여전히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올 들어 계속 약세가 이어지면서 가공식품과 식자재 등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줄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배럴당 40달러 선 중반까지 떨어졌던 원유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자, 지난해부터 국제 유가 하락으로 크게 올랐던 항공과 운송주 등은 최근 약세로 돌아섰다.

◇공급 확대에 농산물 가격 약세… 오뚜기 주가 30% 올라

국제 상품 시장에서 3대 곡물로 꼽히는 밀과 옥수수, 콩의 가격은 올 들어 계속 약세를 보였다. 18일(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거래되는 밀 선물 가격은 부셸당 5.22달러에 마감했다. 지난해 말 가격인 부셸당 6.0달러에서 13.4% 내린 가격이다.

같은 기간 다른 농산물 가격도 대부분 약세였다. 지난해 말 부셸당 4.0달러가 넘었던 옥수수 선물 가격은 18일 3.7달러로 9.5% 내렸고, 콩값도 8% 넘게 하락했다. 중남미에서 주로 생산되는 커피와 설탕 등도 올 들어 하락세가 이어졌다.

국제 농산물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이렇다 할 기상이변 없이 온화한 날씨가 계속되면서 수확량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과 중남미 등 주요 곡창지대에서 파종(播種)도 빨라지고 있어 곡물의 재고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농산물 가격 하락에 해외에서 곡물을 포함한 식품 원료를 생산해 가공한 뒤 판매하는 국내 음식료품 업체들의 주가는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두 달간 오뚜기는 주가가 29.7% 뛰었고, 대한제분과 CJ제일제당도 각각 26.1%, 21.4% 상승했다.

◇유가 상승에 항공주는 작년 말 주가 밑돌아

올 들어 크게 하락한 뒤 계속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는 농산물과 달리 지난해부터 약세를 보였던 국제 유가는 지난달부터 오름세로 돌아섰다. 18일 뉴욕상업거래소(NYM EX)의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59.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최근 두 달 만에 30% 넘게 올랐다.

1년 전 배럴당 100달러 넘는 수준을 보이던 WTI 선물 가격은 지난해 10월부터 경기 둔화에 대한 원유 수요 감소와 미국의 셰일 오일 생산량 확대 등으로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 3월에는 배럴당 40달러대 초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과 함께 저가 매수를 통한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기 수요도 늘면서 점차 반등하고 있다.

유가가 다시 오르면서 원유 수입량이 많은 항공사와 해운사 등 주요 운송주들은 하락세다. 올 들어 2월 말까지 주가가 30% 넘게 뛰었던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두 달간 23.3% 내렸다. 아시아나항공은 19일 6700원으로 마감, 지난 1월 2일 종가인 7070원 밑으로 떨어졌다. 대한항공도 두 달 동안 14.8% 하락했고,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등 주요 해운주들도 약세를 보였다.

◇엘니뇨에 농산물 가격 상승 가능성도

농산물 가격 약세와 유가 반등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도 있다. 농산물의 경우 최근 일본과 호주 기상청이 강력한 엘니뇨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면서 수확에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이 늘고 있다.

강유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여름 엘니뇨 강도가 강해지면 동남아시아와 호주는 가뭄, 남미는 폭우로 수확량이 감소해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배럴당 6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도 최근 며칠간 약보합에 머물고 있다. 특히 유가 반등으로 미국의 셰일 오일 개발업체들이 다시 생산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유가가 다시 약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