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당신이 열받은 여섯가지 이유

21일 개봉할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을 보면서 영화가 심리학의 한 분야라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정신과 병원에서 처방해준 약물과 같다. 일상에서 쉽게 맞닥뜨릴 수 있는 분노 상황 여섯 가지를 그러모은 이 옴니버스 영화는 관객의 심리적 갈망에 응답한다. 바로 앙갚음이다. '앵그리 사회'를 살아가며 쌓인 당신의 분노를 한 방에, 아니 여섯 번의 어퍼컷으로 날려준다.

상황 #1 '분노의 질주'. 한적한 도로에서 아우디를 몰던 남자는 깐죽대며 길을 가로막는 고물차 운전자에게 열이 받는다. 거친 욕을 날리며 추월하지만 잠시 뒤 타이어가 펑크 난다. 서툰 실력으로 타이어를 갈아 끼우는 사이 그 고물차가 앞에 멈춰 서고 씩씩대며 덩치 큰 사내가 내린다.

상황 #2 '합법 주차 불법 견인'. 딸 생일이라 케이크를 사는 사이에 세워둔 차가 사라진다. 주인공은 견인 차량 보관소에 가서 불법 주차가 아니었다고 항의하지만 공무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견인료와 과태료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택시비에 정식 사과까지 요구하는 이 남자의 용감한 투쟁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나머지 상황인 '웰컴 투 땅콩 항공' '원수는 식당에서' '뺑소니의 최후' '이판사판 결혼식'도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예측을 불허한다. 일방적인 복수로 끝나지 않고 엎치락뒤치락하면서 폭소의 데시벨이 올라간다. 대체로 공감할 만한 에피소드들이라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에겐 더 통쾌한 대리 만족을 안길 것이다. 단편 6개를 모은 옴니버스 영화라 호흡이 짧고, 휘발성이 강하다는 게 흠이다. 하지만 '품위 없는 하루치 노동'의 피로를 풀 요량이라면 충분히 약효가 있다.

'와일드 테일즈: 참을 수 없는 순간'은 어둡고 창의적이면서 우스꽝스럽고 무섭다. 데미안 스지프론 감독이 연출한 아르헨티나 작품으로 지난해 전미비평가협회 외국어 영화상을 받았다. 미국 시사 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2014년 최고 영화 10편'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원제 'Wild Tales'. 122분, 청소년 관람 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