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금융·건설·조선株에 공매도 몰린다

금융·건설·조선주로 공매도(空賣渡) 물량이 집중되고 있다. 공매도는 주가가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빌려서 높은 가격에 판 뒤 실제로 주가가 하락하면 싼값에 주식을 산 후 되돌려줘 차익을 내는 투자 방식이다. 정부가 경기 활성화에 적극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에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주가가 많이 올랐던 내수주와 1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조선주를 중심으로 공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면서 향후 주가가 크게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조선·금융·건설주, 올 공매도 집중

올 들어 급상승 흐름을 보였던 주가지수가 2100선을 넘어선 후 등락을 거듭하는 양상이 되자 공매도 물량이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000억~2000억원 수준에 그쳤던 하루 공매도 금액은 4월부터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에는 4000억원을 넘기도 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량이 가장 많았던 종목은 삼성중공업이다. 약 5개월간 전체 거래량 중에 공매도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16.8%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이 비중이 8.8%였는데 두 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대우조선해양·한진해운·현대상선 등 다른 조선·해운주도 공매도량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조선·해운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주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최근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1분기 실적이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자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가 많다는 것이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1분기에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이 지난해보다 65% 감소했기 때문에 올해 국내 업체들의 신규 수주량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주 공매도도 많았다. SK증권에 대한 공매도량이 올해 삼성중공업 다음으로 많았다. 한화생명·대우증권·유안타증권도 지난해에 비해 올해 공매도량이 늘었다. 한화생명은 지난해 공매도 비중이 10.5%였는데 올해 14.6%로 증가했다.

대우건설·GS건설 등 주요 건설사도 올해 공매도량이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공통점은 시장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많이 올랐던 종목이라는 점이다. 금융주 중에서 공매도량 상위권에 이름을 많이 올린 증권주들은 올해 코스피지수가 2100 위로 오르자 일제히 주가가 상승 흐름을 보였다. 건설주는 부동산 관련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대다수 종목이 올랐다.

국내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경기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에 연초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 중에서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했거나 주가가 더 오를 만한 이유가 뚜렷하지 않은 기업을 중심으로 공매도 물량이 많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공매도·대차잔액 많은 종목, 투자 유의해야

공매도가 활발하게 일어난 종목은 대부분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올해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주가가 10% 넘게 떨어졌고 현대상선과 한화생명도 떨어졌다.

반대로 일부 종목은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이 발생하며 주가가 오르기도 한다. 공매도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빌린 주식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 이 때문에 투자자가 당초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실제로는 주가가 상승했다면, 공매도로 미리 팔았던 가격보다 비싼 값을 주고서라도 주식을 되사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매도가 오히려 주가 상승을 부추기게 되는 것이다.

대다수 증권업계 전문가는 공매도량이 단기간에 급증했거나 대차잔액이 급격히 늘어난 종목은 투자를 피하라고 조언했다. 대차잔액은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빌려간 주식 중 갚지 않고 남아 있는 주식 수를 말하는데 대차잔액이 쌓이면 공매도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류용석 현대증권 시장전략팀장은 "공매도가 추세적으로 늘어난 것이 아니라 몇 개월 만에 급증한 종목은 주가가 크게 출렁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