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신통찮은 1분기 성적에… 車·레저 등 소비재株 목표價 뚝

상장사들의 1분기 실적 발표가 완료됐다. 이 실적을 토대로 증권사들 역시 각 기업의 목표 주가를 일제히 새로 조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봐야 할 것을 '증권사들이 목표 주가를 낮춘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실적 발표 후에 목표 주 가를 낮추는 것은 1분기 사업보고서에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좋지 않은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일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신자산운용의 김미연 주식운용본부장은 "애널리스트가 대놓고 '매도' 리포트를 내는 건 어렵다"며 "목표주가가 낮아진 종목에는 이유가 있으니 잘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소비재·IT주의 목표 주가 하락 많았다"

금융 정보 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1분기 실적이 발표된 이후 증권사 3곳 이상이 분석한 상장사 269개 종목 중 37개 회사의 목표 주가가 하향 조정됐다. 경기소비재(자동차·의류·호텔레저·유통)와 IT 관련 주식이 그중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금호타이어의 목표 주가가 가장 많이 낮아졌다. 실적 발표 이전의 평균 목표 주가는 1만2200원이었지만, 실적 발표 이후엔 1만667원으로 12.6%가량 떨어졌다. 1분기 실적이 증권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어닝쇼크를 기록한 탓도 있지만, 그보다는 유로화가 앞으로도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에 목표 주가가 많이 내려갔다. 유로화 약세는 곧 유럽계 타이어 회사들의 경쟁력 회복을 뜻한다. 동부증권 김평모 연구원은 "국내 타이어 업체들엔 쉽지 않은 사업 국면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코리아에프티도 유로화 약세에 타격을 입었다. 토러스투자증권의 유지훈 연구원은 "영업이익이 25억원 정도 줄었는데, 이 중 10억원이 유로화 약세 때문에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엔터주에 속하는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와 에스엠의 목표 주가도 낮아졌다. 에프엔씨엔터테인먼트의 경우 1분기에 개최한 콘서트 횟수가 10회에 그친 점이 반영됐다. 삼성증권 유영화 연구원은 "올해 콘서트를 105회 정도 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1분기에 콘서트가 그리 많지 않았다"며 "콘서트 매출과 수익에 대한 추정치를 낮춰 잡으면서 목표 주가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에스엠은 SM C&C의 제작 활동이 부진하고 비용이 늘었다는 점이 부각돼 목표 주가가 낮아졌다.

IT주 중에서는 한미반도체와 KH바텍의 목표 주가가 떨어졌다. 한미반도체는 중국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해지면서 반도체 장비 수주도 함께 줄어든 것이 악영향을 미쳤다. KH바텍은 메탈케이스를 채택한 중저가 스마트폰이 줄어든 것이 목표 주가를 끌어내렸다.

◇"남들은 좋다는데…" 나 홀로 목표 주가 떨어진 주식

같은 업종에 속하는 다른 주식들의 목표 주가는 올랐는데 혼자만 목표 주가가 떨어진 종목들도 있었다. 화장품주 중에서 목표 주가가 떨어진 종목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숍인 '미샤'의 에이블씨엔씨였다. 기존 평균 목표 주가는 2만9200원이었는데, 이번에 2만8300원으로 내려갔다. 매출 자체가 줄어든 것이 평균 목표 주가를 끌어내렸다.

재건축이나 리모델링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건자재주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지만 한일시멘트의 목표 주가는 오히려 하향 조정됐다. 하나대투증권의 채상욱 연구원은 "시멘트사업부의 실적은 좋았지만 몰탈(시멘트와 모래 등을 미리 섞어 만든 제품)사업부의 실적이 안 좋아서 1분기 실적이 생각보다 부진했다"고 말했다.

다른 증권주들의 목표 주가는 오른 반면 NH투자증권의 목표 주가는 떨어졌다. 기존 1만8800원에서 1만8200원으로 떨어졌다. 앞으로 거래 대금 증가 속도가 둔해질 것으로 보이는 데다 최근 채권 시장 금리가 반짝 오르면서 증권주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된 점이 반영됐다. 신한금융투자 손미지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원화채권 운용 규모가 17조원 정도로 업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이기명 유리자산운용 매니저는 "같은 사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해도 기업마다 상황이 다르고, 이에 따라 주가 방향도 다르다"며 "실적과 사업 전망 등을 모두 고려해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