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차 구입 조언으로 알아보는 자녀 경제 교육

  • 김형래 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입력 : 2015.05.28 10:08

김형래의 시니어테크

한강의 기적을 이룬 자수성가의 아이콘 베이비붐 세대. 우리나라 경제 부흥의 주역인 그들은 자녀의 경제교육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상황극을 통해 각기 다른 부모들의 경제 교육관을 살펴본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신은 제대로 된 경제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자녀만은 경제 관념이 뛰어난 사회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자녀의 경제 교육을 위해서는 자녀가 따라 할 수 있는 역할 모델을 찾아주는 것이 제일 쉬운 방법이다. 부모가 경제 생활에 모범을 보여주면 자녀는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수련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경제 교육이 이루어진다. 드물게 이루어지는 경제 교실 교육으로 보완하려 하지만, 실생활과 연결되지 않아 그야말로 몸 따로 마음 따로 경제 교육을 시행하는 사례가 많다. 가끔 외신은 해외 거부들이 자녀에게 용돈을 벌게 하며 실전 경제 교육을 하는 모습을 보도하곤 한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은 과연 자녀의 경제 관념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사소한 일상생활까지 지원하며 오로지 학력 향상에만 매진하라고 독려하는 부모와 용돈을 벌어서 자수성가하라는 부모가 공존하는 세상에서 무엇이 과연 정답이라 할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에게 익숙한 주변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례를 통해 부모의 역할 모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사례를 중심으로 상황극을 만들어보았다. 자, 아래 에피소드를 따라가보자.

‘상황극’의 막이 오른다. 스크린에는 큼지막한 글자체로 한 문장이 보인다. ‘사회에 막 진출한 자녀가 그간 모아놓은 돈 5백만원으로 자동차를 사려고 한다.’

제일 먼저 한국 부모가 등장한다. 한강의 기적을 몸소 이룬 ‘베이비붐 세대’, 자수성가의 기틀 아래 사회 경제적으로도 성공한 경험 세대로 자녀의 미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한 주인공이다. 그들의 조언은 이렇게 전개된다.

먼저 애국심을 바탕으로 차종을 고른다. ‘아무래도 사회 초년생이니 국산 차가 좋겠고,’ 그다음은 경제성을 기반으로 선택의 폭을 줄여간다. ‘배기량은 1,500cc 전후면 되지 않겠나’, 그리고 유류 비용과 연비를 고려해서 ‘디젤차’를 저울질한다. 마지막으로 시대적 유행을 고려해서 ‘RV’가 좋을지 ‘세단형’이 좋을지 고민한다. 그리고 자녀에게 조언한다.

“차종은 국산, 배기량 2,000cc, 디젤, SUV, 차량 가격 2천5백만원 수준이면 좋을 것 같다.”

자녀가 모은 돈으로 ‘계약금과 자동차 보험료를 치르고, 부족한 금액은 60개월 할부로 구매하는 조건이 따라붙는다’고 설명해주었다. 객석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저 정도면 아주 합리적이고 적당한 조언이야.” 객석에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국의 전형적인 자동차 구매 방식을 잘 보여준 듯싶었다. 객석 한구석에서 조그만 목소리가 들린다. “빚을 지면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구나. 안타깝다.”

두 번째로 미국 부모가 등장한다. 이 부모도 베이비붐 세대다. 이들은 대학교 입학 시기를 자녀 독립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기에 자녀가 자동차를 사기 위해서 부모가 조언해준다는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마지못해서 무대에 올라와서는 자녀에게 간결하게 조언한다.

“5백만원짜리 중고차를 사면 되겠네.”

아무런 부속 설명 없이 무대에서 내려간다. 관객들은 수군대기 시작한다. “아, 저런 것이 미국인의 합리주의적 경제관이구나” 하는 칭찬의 소리와 “너무한다. 사회에 첫 출발하는 자녀에게 중고차가 뭐야?”라는 볼멘소리가 뒤섞인다. 객석에서는 서로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하며 긴장감이 돌기 시작한다.

세 번째로 일본 부모가 등장한다. 이들 부부는 세계적으로 화려한 활약을 보여준 ‘단카이 세대’다. 왠지 모르게 표정이 많이 굳어 있다. 그래도 어려운 취업의 문을 통과한 자녀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서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 부모의 조언으로 객석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자동차를 산다고? 정신이 있는 소리야?”

잃어버린 30년을 버티느라고 많이 지친 듯한 반응이었다. “대중교통이 멀쩡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데 무슨 자동차가 필요하단 말이야? 기름값이 얼마나 비싼데? 그리고 세금은 얼마인데? 자동차 때문에 의료보험료도 자동 인상되지 않니? 더구나 주차비도 내야 하는데, 얼마나 번다고 자동차를 산다는 것이야? 자동차는 사는 순간부터 돈을 먹는 괴물이라는 것을 그렇게 가르쳤는데, 아직도 허세를 위해 돈을 쓰겠다는 말이냐?” 일순 객석은 얼음물을 끼얹은 듯 침묵에 빠졌다. 무대 연출자가 고함치듯 조언하는 부부를 겨우 진정시키며 무대 밖으로 끌어내렸다. 동시에 객석은 술렁대기 시작했다. “맞아, 사회 초년생이 무슨 차가 필요해?” 맞장구치듯 “그러게, 세워두는데도 돈 들어가는 것이 자동차지. 가구 같은 것은 사면 더 돈 들어갈 것이 없는데, 자동차는 다르지!” 또한 관객은 “능력을 벗어난 구매 활동은 고통의 시작이며 경제 활동 점수가 낙제점이지”라며 덧붙인다.

‘빚을 내서 산다’, ‘있는 돈에 맞추어 산다’, ‘사지 않는다’ 세 가지 선택을 두고 객석에서는 의견이 끊임없이 오간다. 사회자는 차분한 목소리로 정면 스크린에 비추어진 문장을 읽어간다.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 것입니까?’ 가상의 상황극은 여기서 막을 내린다.

같은 상황이라면 여러분의 선택은 어떤 것인가. 부모가 역할 모델을 잘해주어야 자녀의 교육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취직되었다는 기쁜 마음에 들떠서 ‘빚지는 일’부터 만들어주는 것은 아닌지. 부모가 역할 모델을 통해서 가르친 경제 교육의 중간고사 결과는 자녀가 첫 차를 구입하려고 조언을 구할 때 확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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