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는 추억을 쌓고, 고객과는 신뢰를 쌓는 것이 가장 큰 꿈입니다”

  • 황정원 시니어조선 편집장
  • Photographer 이신영(C. 영상미디어)

입력 : 2015.05.28 10:10

CEO’s Bucket List | 교보라이프플래닛 이학상 대표이사

성공한 시니어의 삶과 꿈을 들어보는 연재 칼럼 ‘CEO의 버킷리스트’. 모든 것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그들이지만 가슴속에는 여전히 새로운 꿈이 빛나고 있다. 초여름이 시작되던 어느 날, 여름보다 더 뜨거운 열정을 품고 있는 핀테크 시장의 선두주자,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이학상 대표를 만났다.

최근 광고계와 인터넷에서 대세로 떠오른 단어 ‘핀테크’. 금융을 뜻하는 ‘financial’과 기술을 뜻하는 ‘technique’의 합성어로 ICT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형태의 금융 기술을 말한다. 이제는 누구나 쉽게 접하고 있는 모바일 금융 거래, 크라우드 펀딩 등이 이에 해당한다.

교보라이프플래닛 이학상 대표이사

여기에 또 하나, 인터넷 보험이 추가되었는데, 그 포문을 연 곳이 바로 교보라이프플래닛이다. 가입부터 유지, 지급까지 보험의 모든 과정이 인터넷으로 이루어져 설계사 수수료나 점포 유지 비용 등 유통 비용이 들지 않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매력이다. 보험에 대한 인식이 호의적이지 않고, 금융은 대면 서비스라는 개념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인터넷 전용 보험의 출범은 꽤 무모해 보이는 도전이었다. 하지만 교보라이프플래닛은 다양한 시도와 혁신을 이어가며 업계 ‘선도자’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선보인 업적도 많다. 올 4월에는 가입부터 유지, 지급까지 보험의 모든 과정을 PC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로도 진행할 수 있는 ‘모바일 보험 서비스’를 개시했다. 또, 올해 초에는 가입 후 한 달 만에 해지해도 원금을 모두 돌려주는 획기적인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이 모든 혁신의 중심에 이학상 대표가 있다. 그는 2013년 말, 한국에서는 개념조차 생소했던 인터넷 전용 보험을 출범시킨 주인공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 금융 회사가 아니라 구글이나 애플 같은 ICT 기업의 CEO처럼 보인다. 미국에서 10년 이상 소위 ‘잘나가는’ 금융인이었던 그가 돌연 한국행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한국에서 이룬 것과 이룰 것, 그리고 가족과의 소중한 추억에 대해 고백했다.


선진 금융기술로 고국에 이바지하려던 꿈

한창 예민할 시기인 16세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어요. 말도 통하지 않는 그곳에서 영어로 현지 아이들을 이길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상대적으로 수학과 과학을 더 열심히 했고, 결국 대학에 가서도 그쪽을 전공하게 됐어요. 그렇게 공부를 하면서 금융인이 되어 어려운 사람을 돕고 싶다는 꿈이 생겼는데, 그쪽으로 취업해서 선진 금융기술을 접하게 되자 새로운 목표가 생기더군요. 미국에서 배운 기술을 고국에 전수해서 우리나라 금융 발전에 기여해야겠다는 것이었죠. 그 꿈을 실현하는 데 10년이 걸렸습니다.

제가 귀국하던 2001년은 한국이 막 외환위기를 벗어나면서 재활을 위해 특히 금융 쪽 해외 전문 인력을 대거 스카우트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흐름과 함께 다시 고국 땅을 밟은 뒤, 미국에서 변액보험 전문가로서의 노하우를 살려 국내 최초로 변액보험을 도입하고, 최초로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를 설립하는 성과를 이루어냈습니다.

우리 회사의 모토는 ‘우리 가족, 친구, 지인에게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좋은 보험’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생명보험은 가장의 갑작스러운 사망, 노년의 장기간 생존이나 질병 발생 등 인간이 살아가면서 맞는 위험에 대비하는 유일한 금융 상품입니다. 조상들의 ‘계’나 ‘품앗이’처럼 상당히 인본적이고, 따뜻한 가치를 지닌 상품이지요.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보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합니다. 우리나라 보험시장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험료가 세계 5위일 정도로 크지만, 글로벌 컨설팅사인 ‘캡제미니’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보험만족도는 조사대상 30개국 중 꼴찌였습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과도한 영업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 조기 해지 시 원금 손해 등 다양한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저희는 이와 같은 불신을 걷어내고, 생명보험이 언제나 믿을 수 있는 든든한 친구 같은 존재가 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메인 화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다.
▲교보라이프플래닛 메인 화면. 우리나라 최초의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다.

고객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가장 먼저 보험 상품이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설계사의 구구절절한 영업이 아니라도 상품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고 누구나 가입하고 싶은 상품이어야 하지요. 고객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두루 갖추고 있으면서도 거품을 뺀 합리적인 가격이야말로 믿음을 줄 수 있는 비결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인터넷 생명보험사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 생명보험은 설계사가 직접 고객을 만나 상품 가입을 권하는 이른바 ‘푸시 영업’에 의존하는 측면이 큽니다. 이에 비해 인터넷 보험사는 소비자가 직접 찾아 상품을 선택하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저희 라이프플래닛의 경우 전화를 통한 영업도 전혀 없기 때문에 온전히 고객의 선택을 기다려야만 하지요. 따라서 고객이 먼저 찾을 만큼 상품 경쟁력이 뛰어나야 하고, 동시에 이용 편의성도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넷 전용 보험사다보니 현재 교보라이프플래닛의 고객은 상대적으로 2030세대의 가입자가 많은 편입니다. 아무래도 젊은 층이 ICT에 익숙하고 새로운 상품에 대한 정보도 빨리 습득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저는 고객은 ‘나이’가 아니라 ‘니즈’에 따라 분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요즘의 시니어 세대는 나이에 비해 젊게 사는 분들이 많습니다. ‘액티브 시니어’라는 말처럼 자기주도적인 삶을 사는 분도 많고요. 오히려 금융에 대한 이해도는 젊은 연령층보다 더 깊기 때문에 높은 금융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상품을 선택합니다. 때문에 단순히 연령대별로 나누어 공략하는 것 보다는 타깃 고객의 니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고객지향적인 상품 개발에 힘쓰고자 합니다. 저희 상품이 대면채널에 비해 확실한 장점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IT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IT기기를 통한 보험 가입이 쉽고 간편하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우연히 시작한 운동이 인생을 바꾸다

▲평소 검도로 건강을 단련하는 이학상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진검.
▲평소 검도로 건강을 단련하는 이학상 대표가 소장하고 있는 진검.

지금은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학창 시절 저는 전형적인 ‘범생이’ 스타일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서 수학과 물리학만 파고드는 공부벌레였지요. 하루는 대학원 친구들과 사진을 찍었는데 한눈에도 사진 속에 너무나 따분해 보이는 범생이가 있는거예요. 두꺼운 안경, 마른 몸에 아무렇게나 걸친 헐렁한 옷. 그래서 ‘범생이 이미지를 벗어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공부 외의 ‘목표’가 생긴 거예요. 저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인 셈이죠. 그 뒤로 매일 프로틴 셰이크를 먹으며 시간을 정해놓고 운동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근육질의 친구들 사이에서 운동하려니 주눅이 들어 사람들이 없는 시간을 골라 혼자서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나중에는 저도 근육질의 몸이 되었죠. 당시 사진을 보면 ‘Before vs. After’가 확연히 다른 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어요. 그렇게 운동을 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걸 배웠습니다. 그리고 운동이란 특별히 시간을 내서해야 하는 활동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 있는 기본적인 활동이라는 걸 알게 됐죠.

이후로 운동에 재미를 붙여 검도를 하게 됐고 최근에는 등산, 캠핑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가족들과 운동을 하려고 하는데, 두 아들이 검도에 취미를 붙이게 돼 아주 기쁩니다. 사내 녀석들을 키우면서 아기 때부터 ‘운동을 할 줄 알게 되면 검도를 배우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둘 다 잘 따라주었죠. 아무래도 검도가 장비와 의상이 멋지다보니 어린 마음에 좋아 보였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아이들을 향한 저의 버킷리스트가 또 하나 성취되었습니다. 검도는 건강에도 좋지만 예의범절을 익히면서 집중력과 판단력, 지구력을 키우는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유익합니다. 운동을 하면 정신이 맑아지기 때문에 제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스트레스를 감내할 수 있는 저항력도 생기고요. 또, 여럿이 함께하는 운동을 하다보면 사회적인 기능이 있어 직원들과 소통도 더 잘되고 팀워크에도 도움이 됩니다.


늘 젊은 생각으로 소통하는 CEO 되고파

미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올 때 약 한 달간의 여유 시간이 생겼어요. 당시 첫째가 한 살 정도로 아주 어릴 때였는데, 부모님께 잠시 아기를 부탁드리고 아내와 함께 유럽 여행을 다녔습니다. 미국에서 10년 동안 열심히 일만 하느라, 결혼 후 아내와 이렇다할 만한 추억을 쌓질 못했었거든요. 스페인, 프랑스, 독일, 스위스, 이탈리아를 거쳐 암스테르담까지 가보고 싶었던 곳을 마음껏 다녔어요.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한국에 온 뒤 다시 일에 집중하게 됐지만, 아내에게 은퇴 후에 다시 한 번 그때처럼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어요. 그때는 아마 분위기를 바꾸어 아프리카 등 오지 여행을 떠날 것 같습니다.

일만 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다보니 저도 차근차근 달성한 것이 많네요. 모범생 이미지를 탈피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 금융인이 되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 미국의 금융 노하우를 한국에 도입하는 것, 아내와 긴 여행을 떠나는 것, 아이들과 함께 운동하는 것…. 앞으로는 가족들과 좀 더 소통하고, 업무에도 도움이 되도록 일어를 마스터하고 싶습니다. 아내가 일본인인데, 아내에게는 한국어를 배우게 하고서 정작 저는 일어를 잘 하지 못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네요.

거시적으로는 라이프플래닛 CEO로서 보험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하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우리 회사를 알리고,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좋은 추억을 쌓고, 좋은 남편과 아버지, 존경받는 CEO가 되는 것이 제 목표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늘 젊은 생각을 유지하면서 가족과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과도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싶어요. 경영자만의 생각에 갇혀 있지 않고 늘 젊은이들에게 배우고, 아이디어를 얻고 싶습니다. 어쩌면 이것은 제가 평생 노력해야 할 숙제이겠지요.

버킷리스트를 고민하시는 분들께는 ‘시작이 반이다, Just do it!’이라는 명언을 들려드리고 싶어요. 생각만 많이 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주저하기보다는 우선 시도부터 해보는 게 중요합니다. 저희 라이프플래닛은 교보생명에서 독립한 25번째 생명보험사입니다. 이 같은 결단을 내리기까지 3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치밀한 연구와 노력이 있었고, 내부에서도 상당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실행에 옮기는 것을 주저했다면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사업부 형태로 운영했을 테고 지금처럼 인터넷 생명보험시장이 주목받고 놀랄 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했을 것입니다. 도전하는 자에게 길은 열린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저희 라이프플래닛은 핀테크 선도기업으로서, 업계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금융정책과 기술의 도입에 있어 늘 앞서 행동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개척자가 되어, 핀테크 육성을 위한 금융 정책 소통에 앞장서고, 보험업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이끌어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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