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5.28 10:14

어디든 떠나고 싶은 계절, 안보다 밖이 좋은 날씨…. 6월은 소중하다. 지붕을 열 수 있는 자동차는 이 계절을 본격적으로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 이동하는 모든 순간을 진짜 낭만으로 채울 수 있다. 딱 8대만 골랐다. 할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가 없다.


또렷한 사계절, 장마와 폭염, 거의 곧바로 이어지는 혹독한 겨울. 한국에서 컨버터블을 산다는 게 여러모로 도전이라는 걸 안다. 봄, 가을은 이제 왔는가 싶으면 저만치 가 있다. 하지만 컨버터블을 타고 지붕을 여는 날은 날씨가 아니라 마음가짐이 결정한다. 30℃가 넘는 날이라도 가벼운 모자와 선크림을 준비하면 별 무리 없이 열 수 있다. 영하 1~2℃ 정도의 날씨에도 (믿기지 않겠지만) 지붕을 열고 상쾌하게 달릴 수 있다. 요즘 컨버터블의 공조장치가 똘똘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붕을 열고 달리는 행위 자체에 대한 시각이 관대해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비나 눈만 오지 않는다면, 한겨울 혹한이 아니라면 오픈 에어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내 쾌락을 포기해가면서까지 신경 써야 하는 시선 같은 것, 이제 별 의미가 없다는 것도 잘 알지 않나? 지붕을 열고 떠날 수 있다는 건 매우 독특하고 호사스러운 경험, 한번 익숙해지면 양보하고 싶지 않은 즐거움이다.


재규어 F-타입 S 컨버터블

▲재규어 F-타입 S 컨버터블.
▲재규어 F-타입 S 컨버터블.

영국차 특유의 위트를 갖춘 컨버터블로, 지금 수입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와는 전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이 감각을 어색하게 느낀다면 가질 수 없을 테지만, 그 자체를 여유 있게 즐길 수 있다면 재규어 F타입 외에 다른 선택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V62,995cc 가솔린 엔진이 최고출력 380마력, 최대토크 46.9kg.m을 낸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지만, 지붕을 열고 터널에 진입해 가속페달을 희롱할 때, 깊이와 감각에 따라 달라지는 그 웅장하고 섹시한 배기음을 못 잊는다. 희소성과 아름다움, 개성과 재미까지. 1억 2천90만원.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

벤틀리는 나이와 관계없이 소년의 모험심과 역동성을 간직한 사람에게 어울린다. 극상의 품위, 아무나 선택할 수 없는 영역에 벤틀리가 있다. 벤틀리 컨티넨탈 GT 컨버터블은 거기에 낭만까지 보탰다. 5,998cc W12기통 트윈터보 엔진은 아주 낮은 엔진 회전수부터 폭포수 같은 힘을 쏟아낸다. 지붕을 열었을 땐 이 모든걸 날것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4.7초, 최고속도는 시속 314킬로미터에 달한다. 성공한 인생의 또렷한 증표이자 목표,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가장 뿌듯한 선물. 벤틀리는 영원히 늙지 않는다. 2억 9천5백만원.


BMW 6시리즈 컨버터블

▲BMW 6시리즈 컨버터블.
▲BMW 6시리즈 컨버터블.

6시리즈 컨버터블은 인생의 가을, 풍성한 수확과 배려에 어울리는 차다. BMW의 면도날 같은 운전 감각이 그대로 살아 있는데, 포근하게 어디에 안긴 것같이 운전할 수도 있다. 뒷좌석에 앉은 소중한 사람이 문득 잠들 만큼 달리는 해질녘과, 혼자서 중미산 굽잇길을 공략하는 새벽이 공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편안한데 강력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예민하다. 게다가 천지붕을 여닫을 수 있으니, BMW의 지평이 과연 이렇게 넓다는 걸 몸으로 깨달을 수 있다. 4,395cc V8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450마력, 최대토크는 66.3kg.m이다.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4.6초, 최고 속도는 250킬로미터다. 1억 4천9백10만원.


메르세데스-벤츠 SL 63 AMG

▲메르세데스-벤츠 SL 63 AMG.
▲메르세데스-벤츠 SL 63 AMG.

메르세데스와 AMG의 이름이 같이 있는 차에는 어떤 의심도 덧붙여선 안 된다. AMG는 메르데세스-벤츠의 고성능을 책임지는 자회사다. 게다가 SL은 더 이상 호사스러울 수 없는 컨버터블이다. 5,461cc V8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은 537마력, 최대토크는 자그마치 81.6kg.m이다. 일상적으로, 도로에서는 체험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수준의 성능이다. 이 성능을 제대로 체험해보고 싶을 땐 강원도 태백이나 전남 영암의 트랙을 달리는 게 좋다. 다만 거기까지 가는 동안, 달리는 모든 고속도로와 국도는 매우 고전적인 품위와 호사로 가득 채울 수 있을 것이다. 목적지가 없으면 또 어떨까? 2억 1백만원.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아우디 A5 카브리올레.

중형 쿠페 A5를 바탕으로 천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든 컨버터블이다. 카브리올레는 지붕을 여닫을 수 있는 차를 유럽식으로 부르는 말, 컨버터블은 미국식 명칭이다. 매우 적절한 출력과 토크, 안정적인 운전 감각은 아우디가 보증하는 산뜻함이다. 게다가 A5 카브리올레에는 분명한 주관과 여유가 묻어 있다. 이 차 저 차 저울질하지 않고, 처음부터 아우디 A5의 디자인과 존재감에 반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뜻이다. 그러니 다른 차가 부러울 일도, 사놓고 후회할 일도 없을 것이다. 1,984cc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엔진의 최고출력은 220마력, 최대토크는 35.7kg.m이다. 7천 1백80만원.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마세라티 그란카브리오 스포츠.

이탈리아의 봄밤 같은 아름다움과 호방한 기개. 마세라티는 보닛과 배기구에서 나는 소리를 적극적으로 즐기겠다는 명백한 목적을 갖고 도전하는 차다. 잘 훈련된 오케스트라의 관현악부가 절정에서 내는 소리가 이럴까? 아주 멀리서 지나갈 때도 마세라티가 내는 소리는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그란카브리오는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는 마세라티다. 마세라티에서만 들을 수 있는 그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4,691cc V8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60마력, 최대토크 53kg.m을 낸다. 시속 100킬로미터 가속 시간은 5초, 최고속도는 시속 285킬로미터다. 2억 4천1백80만원.


포드 머스탱 GT 5.0 컨버터블

▲포드 머스탱 GT 5.0 컨버터블.
▲포드 머스탱 GT 5.0 컨버터블.

누굴 이기려고 타는 차도 아니고, 과시하려고 타는 차도 아니다. 진동은 진동대로, 소리는 소리대로 받아들이고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고를 수 있는 차이기도 하다. 다분히 고집스럽고 그 자체로 멋진 선택일 수 있다. 머스탱 GT 5.0 컨버터블은 그 정점에 있다. 4,951cc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422마력, 최대토크 54.1kg.m을 낸다. 잔뜩 힘을 비축해뒀다가 갑자기 출발할 땐 주변이 흰 연기로 자욱해질 지도 모른다. 타이어와 아스팔트 사이에서 나는 흰 연기 때문에. 머스탱은 그 호쾌함, 어쩔 줄 모르겠을 정도로 넘치는 힘, 지평선까지 달리고 싶은 마음으로 선택하는 차다. 6천 5백35만원.


포르쉐 박스터 GTS

▲포르쉐 박스터 GTS.
▲포르쉐 박스터 GTS.

지붕이 열리는 포르쉐를 갖겠다면, 일단 누구도 못 이길 것 같은 911 카브리올레가 있다. 다분히 미래적이고 기하학적으로 지붕을 열고 닫을 수 있는 911 타르가도 있다. 하지만 박스터의 유쾌하고 재빠른 감각도 외면해선 안 된다. 박스터에는 박스터만의 감각이 있고, GTS는 그중 고급스럽고 강력하니까. 3,436cc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30마력, 최대토크 37.8kg.m을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4.7초다. 둘이서 지붕을 열고 달리는 해안도로를 상상했을 때 박스터의 재치와 여유를 이길 수 있는 차는 거의 없다. 과연, 가장 낭만적인 포르쉐다. 1억 5백5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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