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를 대면할 때 상대의 얼굴이 전체로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상대를 초기 대면하거나 좀 긴장하면 주로 상대편을 국소적으로 바라본다. 다시 말하면 상대의 오른쪽 눈만을 집중해 바라본다. 그 사람과 다소의 신뢰가 생겼다 싶으면 내 눈은 상대의 왼쪽 눈을 그제야 보고 있다는 걸 가끔 자각한다. 첫 대면에 상대의 오른쪽 눈만 집중해 얼쩡거린다.
왼쪽 눈은 아예 담장 밖의 미지의 공터다. 신뢰가 생겨 상대와 소통이 되어야 그제야 그 비밀의 왼쪽 눈의 세계로 넘어가는 것을 발견한다. 무슨 조화일까? 독특하다. 나만 그런 걸까?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어떤지 물어보지 않아 모른다. 확실한 건 요즘 내가 겪는 국지적 시각 집중은 경험하는 다소 특이하고 불편한 자각이다.
뇌과학 지식도 없으니, 이러한 눈의 집중에 대한 개인적 분별감도 그 이유를 알 길이 없다. 통합해서 사람의 양 눈을 통째로 볼 경우는 마음이 안정되고 편할 때다. 조금의 집중을 하거나 긴장을 하면 상대의 눈을 두 개를 다 들여다보지 않고 있다. 뇌 혹은 심리, 어느 문제일까?
뇌는 그대로 두고, 눈만 2배, 3배로 늘리면 그 영상 정보 처리를 뇌가 견뎌낼 수 있을까? 요런 생각은 전에 자주 했다. 눈을 두 배로 늘려 4개라고 치자. 이 4개의 눈으로 상대의 두 눈을 바라볼 때, 내가 긴장한다면 나는 상대의 어느 쪽 눈을 더 집중해 볼까? 세배의 눈, 즉 6개의 눈이 있다면 상대의 눈 중 어느 쪽 눈을 더 집중해 바라볼까? 큰 숫자를 불러오면 올수록 의학적 현상이나 진화적 결과는 더욱 분명해질 것이다.
얼마 전에 이와는 다른 경험을 했다. 커피를 들며 편안히 대화하려던 차에 만난 상대와 나는 대형 유리 앞에 옆으로 비스듬히 앉았다. 당연히 내 두 눈은 비스듬히 앉은 상대의 두 눈에 방향성을 맞췄다. 상대는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얘기하는 내내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음성만 귀로 꽂혔고, 눈에 의한 대화의 흐름에 맞춘 상호 작용은 전혀 없었다. 눈은 적대감이나 일종의 회피를 하는 신호를 표시하는 걸까?
눈의 방향성과 집중의 차이는 어떤 이유를 가지는지 궁금하다. 나는 왜 어떤 상황에서는 상대의 오른쪽 눈에 긴장해 바라보고, 심리가 이완 안정되거나 신뢰가 형성되면 상대편의 왼쪽 눈을 들여다보는 것일까?
커피를 폭음하면 각성효과가 세다. 이 상태로 익숙하지 않은 곳에 가면 숙면이 거의 불가능하다. 눈에 대한 집중도 차이는 어떤 원인이 있는 걸까? 스마트폰을 너무 많이 들여다봐서일까? 뇌가 퇴화하여 두 개의 눈의 정보를 감지하기가 어려워진 걸까? 무선 인터넷 정보 문명에 눈의 통합적 기능이 상실된 걸까? 아니면 오히려 현대 문명에 의해 눈의 잠긴 기능이 더 극명해진 걸까?
중학 2학년 때 미술 시간에 교사가 해준 말을 아직 기억한다. 사람은 수직인 평면을 볼 때 사람의 시선은 오른쪽 하단에서 왼쪽 상단으로 옮겨가고 끝으로 오른쪽 상단으로 향한다고 했다. 나의 편협한 국지적 경험으로는 주변을 내 중심으로 인식하는 시각의 입장으로는 왼쪽은 시간적 미지의 세계고, 오른 쪽은 시간적 기지의 세계다. 눈동자가 초점을 이동하는 그 찰나에 상대는 미지의 타인에서 내 마음의 안마당에 익숙한 사람으로 순간 이동한 것 같다.
약육강식의 먹이사슬에서 해석한다면 상대의 오른쪽 완력에 더 경계해야 할 생물적 니즈도 원시시대부터 상상해 볼 수 있다. 바라보는 자는 상대의 왼쪽 눈을 촉각을 세워 경계해야 할 거고, 바로 그 눈은 경쟁자의 오른쪽 눈이다. 그렇다면 담장은 언제 넘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