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보장 보험" 100% 믿지는 말라

＃사례1="고객님, 어디서도 이런 치아보험을 찾을 수 없어요. 마감 20분 남았습니다. 지금 기회를 잡으세요!"

직장인 김모씨는 지난 2010년 TV 홈쇼핑에서 A보험사의 치아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홈쇼핑 호스트는 "임플란트 개당 100만원씩 3개 보장하고, 2년 후에도 100% 보장된다"고 홍보했다. 김씨는 치아보험 가입 후 월 4만2250만원씩 242만원을 납입했지만, 최근 임플란트 시술을 받으면서 보험금을 청구했더니 싸늘한 답변이 돌아왔다. "발치하고 1년 이내에 시술해야만 보험금을 지급하는 조건인데, 모르셨나요?" 김씨는 "보험 가입 전에 이미 치아를 발치한 상태였는데, 당시 그런 설명을 들었다면 보험 가입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사례2=직장인 황모씨는 3개월 전 외국계 보험사의 종신보험에 가입했다. 당시 보험설계사는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연 3.75% 금리로 저축할 좋은 기회다"며 고금리 재테크 상품인 것처럼 소개했다. 황씨는 "노후 대비용 저축성 상품인 것처럼 설명했는데, 알고 보니 죽어야 보험금이 나오는 상품이라서 속은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의 보험 상품 불완전 판매가 근절되기는커녕 계속 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보험 상품 불완전 판매란 고객에게 상품의 단점이나 손실 가능성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팔아 통상 3개월 내에 고객 요청으로 해지나 철회가 된 경우를 말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손해보험사들의 불완전 판매 건수는 2013년 8만7385건에서 지난해 10만2139건으로 16% 증가했고, 올 들어서도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완전 판매의 온상, 홈쇼핑 보험

특히 보험사의 불완전 판매가 급증한 분야는 홈쇼핑 보험이다. 불완전 판매 건수(1만2522건)가 2013년보다 75% 늘었다. 홈쇼핑에서 구조가 복잡한 암보험·치아보험·의료실비보험을 팔면서도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A홈쇼핑에서 방송된 S생명의 한 암보험 상품. 1시간의 방송 내내 홈쇼핑 호스트는 '15년간 보험료를 올리지 않는다' '의료실비와 암보험을 하나로 보장한다'는 장점을 반복 설명했다. 사은품으로 주는 화려한 시계와 선글라스 사진으로 화면을 도배했다. 15년 뒤에 얼마나 보험료가 갱신되는지, 의료실비 특약비는 얼마인지 보험에 대한 기본 설명은 전무했다. '15년 후 보험료 갱신 가능'이라는 작은 글씨가 몇 초간 화면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S생명 보험상담사에게 문의해보니 고려해야 할 유의 사항이 많았다. 30대 초반 사무직 직장인 기준으로 암보험 상품의 보험료는 15년 뒤 1만9000원대에서 4만원대로 껑충 뛰었고, 최초 1만원대 초반인 의료실비 특약비도 매년 오르는 상품 구조를 갖고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홈쇼핑은 방송녹화분에 홈쇼핑 호스트의 생방송분을 편집해 방영하는데 생방송에서 경계선을 넘나드는 멘트가 남발되고 있다"고 했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을 소개하면서 '감기도 보장합니다!'라고 약속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급성기관지염만 보장받는다. 감기를 보장받으려면 월 1만5000원의 특약비를 매달 별도로 내야 한다.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TV 홈쇼핑의 특징은 10가지 설명을 하면 장점 9개를 말하고 단점 1개는 깨알 같은 글씨로 자막 처리하는데, 화면에서 워낙 빠르게 사라져 소비자들이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주요국 중에서 홈쇼핑으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영국의 레드캐츠(Redcats)라는 홈쇼핑사가 보험 불완전 판매를 일삼다 지난 2006년 규제 당국으로부터 벌금 29만파운드(4억9000만원)를 부과받고 홈쇼핑 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신입 설계사 65%가 1년 내 퇴사

보험 불완전 판매 문제에서 보험설계사들도 자유롭지 않다. 최근 보험사들은 종신보험 납입금의 일부를 연금으로 쓸 수 있는 ‘연금특약’을 추가해 판매 중인데, 상당수 보험설계사는 종신보험을 고객에게 납입금 전부를 연금으로 쓸 수 있는 고금리 저축성 보험으로 소개해 판매하고 있다. A보험사의 한 보험설계사는 “종신보험은 월 보험료의 최소 2~3배를 수당으로 받는 알짜 상품이라서 갖은 수단을 동원해 판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통원비·입원비를 보장해주는 실손건강보험에 이미 가입한 고객에게 비슷한 보장 내역을 내놓는 상품을 중복해 판매하는 사례도 많다.

‘철새’ 설계사의 증가도 불완전 판매를 촉발하는 요소다. 금감원에 따르면 2014년 생명보험 보험설계사들의 1년 내 퇴사율은 65.8%로, 2011년(64.4%)보다 증가했다. 신입 설계사 10명 중 7명 정도가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둔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가 중도 퇴사하면 상당수 고객들은 보험설계사와 연락이 두절된다. 이에 따라 생명·손해보험사들의 고객 10명 중 3명은 보험 가입 2년 내에 중도해지해 납입원금을 까먹고 있다. 보험사들이 신규 고객을 유치한 설계사에게만 대부분의 수당을 지급하는 수당 체계를 고수하는 반면, 퇴사한 보험설계사의 고객을 이전받는 설계사에겐 별도의 관리수당을 지급하지 않아 관리 소홀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이런 계약을 ‘고아(孤兒) 계약’이라고 부른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불완전 판매를 일삼는 설계사에 대해선 영업 제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