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 여행株 울고, 제약·바이오는 급등

국내 증시에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공포감이 퍼지고 있다. 2일 메르스 환자가 25명으로 늘고 3차 감염자까지 나왔다는 소식에 관련주가 출렁였다. 관광산업에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에 여행주가 일제히 떨어졌고, 화장품주와 면세점주, 카지노주도 하락했다. 반면 메르스 테마주가 생기면서 제약·바이오주는 올랐다. 증시 전문가들은 과거 사례를 볼 때 관련주의 등락이 일시적인 데 그치고, 빠르게 원위치로 돌아갈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것을 권했다.

◇'관광객 줄어들면 어쩌지'… 여행·항공·화장품주 약세

이날 여행주는 일제히 떨어졌다.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영향을 미쳤다. 이날 모두투어는 8.5% 내린 3만650원에 장을 마쳤다. 하나투어는 8.9% 내린 11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터파크는 7.7% 내린 2만250원에 거래됐다.

항공주도 약세였다. 대한항공은 장 중 1% 넘게 떨어지다 약간 반등, 0.6% 내린 3만8600원에 장을 마쳤다. 아시아나항공은 0.9% 내린 6500원이었다. 저가 항공사의 주가가 더 떨어졌다. 티웨이항공을 가진 티웨이홀딩스는 8.2%, 제주항공을 가진 AK홀딩스는 7.4% 떨어졌다. HMC투자증권의 강동진 항공 부문 애널리스트는 "저가 항공사를 찾는 여행객이 늘면서 저가 항공사 주가가 최근 많이 올랐다"며 "부담이 있던 찰나에 메르스 공포감이 더해지면서 상대적으로 더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관광객 수요에 따라 실적이 좌지우지되는 면세점주나 화장품주도 일제히 떨어졌다. 신라면세점을 하는 호텔신라는 3.8% 내렸고, 대표적인 화장품주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각각 4.5%, 6.3%가량 떨어졌다. 마스크팩 돌풍으로 주가가 올랐던 산성앨엔에스도 6.5% 떨어진 10만1000원에 장을 마쳤다.

◇백신 없는데도 메르스 테마주 무더기 상한가

메르스가 유행하면서 주가가 오른 종목도 있다. 현재 메르스 치료제는 개발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제약·바이오주 중심으로 테마가 만들어지면서 무더기 상한가를 기록했다.

백신 개발·생산업체인 진원생명과학은 3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진원생명과학은 이날 2만2800원에 장을 마쳤다. 콘돔 제조업체 유니더스는 의료용 장갑을 국내 대학병원 등에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오르며 5520원에 거래를 끝냈다. 메르스 예방법 중 하나가 자주 손을 씻는 것이라는 이유로 손 세정제 사업을 하는 파루의 주가도 올랐다. 파루는 5870원에 장을 마쳤다. 진단키트 사업을 하는 바이오니아는 14.7% 오른 1만3650원에 거래됐다. 동물백신업체인 이-글벳과 중앙백신도 상한가로 올랐다. 이외에도 서린바이오·일신바이오·서울제약·대성미생물이 모두 상한가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 박종선 스몰캡팀 팀장은 "메르스 유행으로 매출이 소소하게 늘어날 수 있는 종목도 있지만, 어떤 종목은 별다른 이유 없이 제약·바이오주란 이유로 오르고 있다"며 "테마로 한꺼번에 묶여 오른 종목에 투자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행주·화장품주 더 지켜봐야"

증시 전문가들은 메르스 유행 여파로 출렁이는 주식 중에서 여행주와 화장품주의 추이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을 많이 내놨다. 자칫 잘못해서 불안감이 길어질 경우 내수 분위기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을 등에 업고 많이 오른 종목들의 주가는 떨어질 수도 있다고 봤다.

LIG투자증권 지인해 여행·레저 부문 애널리스트는 "이런 불안감이 장기간 지속돼 실제로 여행 예약이 취소되거나 관광 입국자 수가 줄어들면 주가에 안 좋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까지 그런 움직임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나은채 화장품 부문 애널리스트는 "그간 화장품주가 워낙 많이 올라서 유난히 더 떨어지고 있다"며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줄어들어도 중국 현지에서 매출이 나는 화장품 브랜드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상황은 더 지켜봐야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