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칼럼] 오랜 박스권 돌파해 성장동력 다한 KOSPI?

국가의 증시가 저평가 상태인지 고평가 상태인지를 판단할 때, 흔히 다음의 3가지를 기준으로 가늠한다.

첫째, PER(주가순익비율) 수치이다. PER는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주당순이익의 몇 배인가를 나타낸다. PER가 과거 평균 또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낮을수록 저평가되어 있고 높을수록 고평가되어 있다고 판단한다.

둘째, PBR(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를 주당순자산가치(BPS)로 나눈 비율로 주가가 순자산에 비례해서 얼마만큼 평가받고 있는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특히 증시가 하락할 때 주가 하락의 마지노선을 참고하는 수치이다.

셋째, 상장기업 시가총액을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해 보는 방법이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는지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SPI200 종목의 PER는 14.1배로 선진국 평균 19.7배보다 낮을 뿐만 아니라 신흥 공업국 평균 16.0배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2014년 실적기준으로 MSCI 기준에 맞춰 적자 기업의 순이익은 0으로 처리). 미국 20배, 인도 20.1배, 일본 17.3배, 대만 15배보다 낮은 수치이다. 1년 후 예상실적을 기준으로 한 KOSPI200 종목의 PER는 11배로 추정되는데 이는 상장기업의 이익이 전년 대비 증가할 것이란 기대가 작용한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10년간 한국증시 평균 PER 10배에 비하면 다소 높긴 하지만 1980년대 중후반 주가버블 당시 26배, 2007년 버블 때의 14배에 비하면 높은 수치는 아니다. 다만 코스닥시장의 PER는 2014년 실적기준 29배, 1년 후 예상실적 기준 15배로 다소 과열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주가를 순자산가치와 비교해 보는 지표인 PBR(주가순자산비율)로 볼 때도 KOSPI200 종목의 PBR는 1.19배로 세계 주요국 평균인 2.31배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한국의 GDP 대비 시가총액 비중으로 볼 때도 92.5%로 미국 143.9%, 영국 132.3%, 일본 105.75 등 선진국 증시가 100% 넘는데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2015년 4월 15일 기준)

KOSPI시장은 2011년 이후 4년 넘게 박스권에 갇혀 있다가, 올해 4월에야 겨우 마(魔)의 2,000포인트를 돌파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PER, PBR, GDP 대비 시가총액비중 등 어느 것을 비교해봐도, 한국의 KOSPI시장은 세계 주요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KOSPI시장이 세계 주요 증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가상승이 더디고 부진한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는 기대하고 있는 기업 실적 호전이 아직 미미하고, 수치를 기반으로 하는 정확한 판단은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는 글로벌 증시를 볼 때 한국 증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 증시에 밀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최근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중국 증시에 압도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재 투자자들의 관심이 코스닥시장, 소형주, 소비주, 레저엔터주 등에 머무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 이유는 한국투자자들이 과거 투자손실 경험 때문에 주식투자를 겁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금융투자협회 자료에 의하면 한국의 가계금융자산 중 안전자산인 현금과 예금의 비중이 45.5%로 미국 12.7%, 영국 27.8에 비해 훨씬 높다.

저금리 시대에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KOSPI시장이 오히려 적절한 투자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