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시장으로 걸어 들어온 프리다

그림 운송용 나무 상자가 열리자 짙은 눈썹의 프리다 칼로가 나타났다. 모두가 숨 죽인 채 조심조심 그림을 꺼냈다. 하얀 면사포를 두른 형태의 멕시코 테우아나 의상을 차려입은 자화상 '내 마음속의 디에고'(1943년)였다. 로버트 리트먼 미국 베르겔 재단 회장과 큐레이터 파올리나 베일이 돋보기와 손전등을 들었다. 먼 여행길 행여 그림이 상하지 않았나, 액자가 깨지지 않았나 꼼꼼히 작품을 훑었다.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전 개막을 이틀 앞두고 프리다의 그림과 사진 75점이 4일 한국에 도착했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전시실엔 나무 상자가 풀릴 때마다 감탄과 긴장이 오갔다. 커다랗고 새까만 눈망울로 상대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프리다의 자화상을 꺼낼 때마다 마치 살아있는 프리다가 전시장으로 걸어나오는 것 같았다.

머리를 밧줄처럼 땋아올려 무한대 기호처럼 만든 '땋은 머리의 자화상'(1941년), 성적 욕망과 죽음의 메시지를 과일에 담은 정물화 '드러난 삶의 풍경 앞에서 겁에 질린 신부'(1943년) 등 대표작이 차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도착한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베르겔 재단이 소장한 작품으로 지난달 31일까지 미국 플로리다 NSU 아트 뮤지엄에 전시됐다가 행사가 끝나자마자 포장돼 한국으로 왔다. 그림 거는 위치까지 일일이 점검한 리트먼 베르겔 재단 회장은 "멕시코 정부의 허가를 받아 어렵사리 먼 한국 땅까지 온 귀한 그림을 많은 한국 관객들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프리다 칼로 작품 보려면…

▲'프리다 칼로―절망에서 피어난 천재 화가'전 ▲2015년 6월 6일~9월 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내 소마미술관 ▲관람료 성인 1만3000원, 중·고교생 1만원, 어린이 6000원 ▲문의 www.frida.kr (02)801-7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