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칼럼니스트가 한국교육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썼다가 갖가지 댓글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곳 영국에서도 교육문제는 한국 처럼 겉으로 뜨겁지는 않아도 좋은 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은 한국에 못지 않게 치열하다. 한국의 유치원 격인 nursery school에서 시작해 초등학교(Junior School), 중고등학교(Senior School)로 올라가면서 각 단계마다 좋은 학교로 옮기려는 학생과 학부모의 노력이 대단하다.
정부가 지원하는 공립학교는 보통 주거지역에 따라 선택이 되지만 이중에서 한국인 밀집지역 New Malden에 가까운 런던 서남부 Tiffin School등의 일부 공립학교는 11세가 되어 중고등 학교로 가는 해에 평균 1천대 1 경쟁률의 시험을 치러 학생을 선발한다.
대학 등록금보다 학비가 비싼 사립학교의 경우도 Nursery의 경우는 지원순에 따라 일단 선발하고(유명 학교는 대기 시간이 길다) 간단한 시험을 보는 경우도 있지만 중고등 학년부터는 필기 시험과 면접을 거쳐 우수한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초등 학년부터 좋은 학교를 가기위해 열심히 노력 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러나 선발 과정에서 우리 나라와 다른 점은 단순히 시험 성적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과외 활동 즉 음악, 미술, 스포츠등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평가하고, 사립학교의 경우 부모나 형제가 그 학교를 나왔는지 학교에 들어 오면 어떻게 학교를 위해 기여할 수있는지 등등 전인 교육을 지향하는 광범위한 기준을 적용해서 학생을 선발한다. 따라서 좋은 학교를 가려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고 음악 미술 스포츠등 특기도 열심히 해서 일정 기준에 도달해야한다.
특히 선발 과정에서 학교는 자체 기준을 벗어나는 경우가 없고 또 그 과정에서의 투명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학부모나 학생도 없다. 수백년간 내려온 유명 사립학교들의 학생 선발 과정에서 비리가 있었던 경우가 없고 사실 그런 일을 상상하지도 못하는 영국 사회의 전반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물론 학부모가 학교에 큰 기부를 하거나 도움을 주어 자기 자녀를 입학 시키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다고 그 학생이 입학해 학교 생활에서 특별 대우를 받는 경우는 없고 결국 자기 능력에 따라 생존하거나 실패하게 된다.
영국에서도 이 과정에서 옥스브리지 출신 학생 또는 전직 유명 학교 선생들이 유명 과외선생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보통 남들 모르게 조용히 과외수업을 시키고 있으며 우리나라처럼 사교육과열현상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영국 정부는 또 공립학교 출신의 우수 학생들이 각 대학의 학생 선발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우월한 교육환경에서 교육받는 사립학교 출신들에게서 차별 받지 않도록 일정 비율의 공립학교 출신들을 우선 순위로 선발하도록 규정하고있어 대학 입시에서 오히려 사립학교 출신들이 역차별을 받는 다는 비난이 나올 정도이다.
우리나라 교육제도 문제점을 지적한 칼럼니스트는 자신의 칼럼에 항의하는 여러 댓글이 결국은 모두가 우리의 제도적 또 사회적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가려는 노력에는 합의하고 있다는 '희망'을 읽을 수 있었다고 그의 글을 끝냈다.
우리나라의 서구 교육 역사는 이제 70년 남짓이다. 수백년을 내려온 영국의 교육제도도 결국은 수많은 시행 착오를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