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들어온 GD, 예술인가 상업주의인가

대중 스타를 활용한 미술관의 문턱 낮추기인가, 미술로 포장한 거대한 상품인가. 서울시립미술관과 지드래곤〈사진〉의 협업 전시 '피스마이너스원: 무대를 넘어서(PEACEMINUSONE: Beyond the Stage)'가 8일 언론에 공개됐다. 국내 최초로 미술관과 대중음악 스타가 협업한 모델로 시작 전부터 화제를 모은 전시다〈본지 4월 28일자 A20면〉.

시립미술관과 지드래곤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가 1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공개한 전시엔 마이클 스코긴스, 소피 클레멘츠, 콰욜라, 권오상, 방앤리, 건축사무소 SoA 등 국내외 작가 총 14팀의 작품 200여점이 선보였다. 뻔한 대중 스타의 홍보 이벤트란 인상을 피하기 위해 양측이 고심한 흔적은 역력했다. 젊고 참신한 미디어 작가들 위주로 작가를 선정했고 전시장의 조도, 동선, 마감까지 세심하게 배려했다.

그러나 젊은 대중문화 아이콘의 미술관 입성엔 한계가 보였다. 영국 가수 데이비드 보위(68·2013년 런던 빅토리아앤드앨버트박물관), 아이슬란드 가수 비요크(50·2015년 뉴욕현대미술관) 등 최근 미술관과의 협업을 시도한 세계적 팝스타들은 오랜 경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의 밑천을 보유했다. 이에 비해 경력 10년의 20대 아이돌 스타가 지닌 예술적 자산은 빈약할 수밖에 없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주최 측은 "아카이브(자료)전이 아닌 지드래곤이 지닌 음악적 세계관을 현대미술 작품으로 보여주는 전시"를 기획했다. 그러나 "지드래곤이 지각하고 상상하는 세계의 다른 이름"이라는 모호한 제목(피스마이너스원)만큼이나 전시는 피상적이었다.

첫 전시실 '(논)픽션 뮤지엄'은 아티스트 그룹 패브리커(김동규·김성조)가 지드래곤의 예술 세계에 영감 받아 만들었다는 설치 작품들이 지드래곤이 소장한 작가 트레이시 에민의 네온 작품, 에토르 소트사스·장 푸르베 등 디자인 대가들의 빈티지 가구와 뒤섞여 있다. 각각의 작품으로도 가치 있는 작품이 지드래곤의 다양한 심미안을 보여주려다 보니 옹색해졌다. 협업의 불협화음도 느껴졌다. YG 쪽에서 주로 추천한 국내 작가들의 작품과 미술관 쪽에서 커미션한 해외 작가 작품 사이에 결 차이가 확연했다.

논쟁에도 불구하고 미술관의 대중화라는 측면에서 분명 지드래곤이란 브랜드는 유효할 듯하다. 간담회에서 지드래곤이 말했다. "나는 작은 매개체 역할로 이 자리에 왔다. 나를 이용해서라도 미술 세계에 들어와 재밌게 관람했으면 좋겠다. 작품 이름 하나, 작가 이름 하나 외울 수 있게 된다면 그게 미술 공부 아니겠는가." 그의 바람에 응답할 10~20대 관람객이 적지 않아 보인다. 전시 8월 23일까지. (02)2124-89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