少數 아닌 모두를 위한 기술이 관건

"내년이면 일본에서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이용한 파킨슨병 치료 임상 시험이 시작됩니다. 새로운 도전이고, 희망적인 결과가 있으면 좋겠죠. 하지만 줄기세포 치료제가 당장 쓸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내심을 갖고 10년은 기다려야 합니다. 하나의 특별한 좋은 결과를 얻는 것보다는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과학의 진정한 목표입니다."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야마나카 신야(53) 교토대 교수는 9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기자대회' 개막식 기조강연에서 "난치병 환자와 가족들에게 지나친 환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고 말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2007년 성인의 다 자란 피부세포에 성장을 조절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어, 배아줄기세포(수정란에 있는 원시세포로, 인체의 모든 세포로 자랄 수 있다)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를 iPS라고 한다. iPS를 피부에 넣으면 피부세포가 되고, 심장에 넣으면 심장세포가 된다. 환자 자신의 세포를 이용해 만들기 때문에 거부반응이 없고,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수정란을 이용할 필요가 없어 윤리적인 문제도 없다.

일본 연구팀은 지난해 iPS를 노인성황반변성(서서히 시력을 잃는 병)에 걸린 환자의 눈에 이식, 시력이 저하되는 것을 7개월 이상 막았다. 최근에는 iPS를 이용해 혈액세포도 만들어냈다. 야마나카 교수는 "혈액을 생산할 수 있으면 고령화 시대에 헌혈자가 부족해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며 "iPS로 면역세포를 만들어, 노인의 면역력을 높이는 연구도 가시화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야마나카 교수는 최근 iPS 은행을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 iPS는 기본적으로 환자 자신의 세포를 써야 거부반응이 없다. 하지만 한 사람의 iPS를 만들어 배양한 뒤 사용하려면 최소한 100만달러 이상이 필요하다. 야마나카 교수는 "수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약 140가지의 iPS를 만들면 90% 이상 사람에게 거부반응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140가지 iPS를 만들어 전국에 나눠 보관한 뒤 필요한 사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대학·병원·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형외과 의사 출신인 야마나카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자신이 훌륭한 의사는 아니었다고 털어놓았다. 수술에 소질이 없어, 남들이 30분이면 끝내는 수술을 두 시간씩 붙잡고 있는 일도 흔했다는 것이다. 동료들은 그를 '자마나카(걸림돌)'라는 별명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레지던트(수련의) 시절 아버지가 당뇨병과 간염으로 갑자기 세상을 뜨면서, 그의 인생도 변했다. "세상에 못 고치는 병이 너무 많다는 것을 그때 깨달았습니다. 아버지처럼 죽는 사람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기초의학 분야로 진로를 바꿨습니다."

의사로서는 열등생이었지만, 학자로서는 세계 최정상이 된 비결에 대해 그는 "틀린 것에서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과학을 하다 보면 의도치 않은 결과가 나올 때가 많은데, 그때가 바로 새로운 것을 발견할 결정적 기회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