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쥬라기 공원 재개장 쇼, 주연은 '지능형 공룡'

티렉스(T-Rex)가 돌아왔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쥬라기 월드(Jurassic World)'는 사납고 싸움 잘하기로 으뜸인 육식 공룡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현실로 불러낸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1993)에 등장한 그놈은 아니다. 더 강하며 지능까지 높은 이 공룡 이름은 인도미누스 렉스. 이 후속편은 '생각하는 공룡'과의 사투다.

쥬라기 공원이 문을 닫은 지 22년, 같은 섬에 새로 개장한 쥬라기 월드는 하루 입장객 2만명이 넘는 지상 최대 테마파크로 자리 잡았다. 사람들이 공룡에 시큰둥해진다는 게 문제다. 쥬라기 월드는 매출을 올리기 위해 유전자 조작으로 하이브리드 공룡들을 만드는데 그게 재앙의 씨앗이다. 공룡 혁신센터장 클레어(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는 인도미누스 렉스가 우리를 탈출하고 조카들을 비롯해 입장객들이 곤경에 빠지자 랩터 조련사 오웬(크리스 프랫)에게 구조를 요청한다.

아이맥스관에서 3D로 본 '쥬라기 월드'는 압도적인 비주얼로 돌진해왔다. 물속에서 솟구쳐 상어를 삼키는 거대한 수중 공룡 모사사우루스, 날아다니며 무자비하게 인간을 낚아채는 익룡 프테라노돈, 공룡계의 타조로 불리는 갈리미무스…. 6500만년 전 공룡들은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되살아나 움직였다. 입과 코로 숨을 쉬고 눈을 깜빡이거나 경련을 일으키는 공룡의 동작은 섬세했다. 작고 날쌘 랩터는 적에서 아군으로 거듭난다.

'쥬라기 공원' 시리즈 제4편인 이 영화는 1편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이어받았다. 스필버그가 그랬듯이 10대 형제의 시점으로 관객을 환상적인 세계로 안내한다. 하지만 희생자가 소수였던 전편들과 달리 이번엔 대재앙에 가깝다. 1~2편에서 긴박감과 구성이 중요했다면 '쥬라기 월드'는 액션 장면들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흐름이 예측 가능하다는 게 약점이다.

대중은 "나비 한 마리가 베이징에서 날갯짓하면 화창했던 뉴욕 센트럴파크에 비가 내릴 수 있다"는 카오스(chaos·혼돈) 이론을 '쥬라기 공원'에서 접했다. '쥬라기 월드'에서는 더 큰 아수라장이 펼쳐지지만 철학과 깊이는 얕아졌다. 더 강한 자극을 바라는 테마파크의 그릇된 욕망이 담겼지만 1편과 비교하면 과학 진보의 어두운 측면을 짐짓 회피한다. 영화가 진지해질수록 오락성이나 상업성이 훼손된다는 손익 계산서라도 뽑아본 것 같다.

축구장 6개 크기 세트를 지었고 원시림은 하와이에서 촬영했다. 속편의 공식대로 규모는 더 크고 화려하다. 신예 감독 콜린 트레보로(39)는 인간이 몰고 온 재난을 속도감 있게 이어붙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았다. 협곡을 누비면서 공룡을 관찰하는 2인용 자이로스피어를 비롯해 눈요깃감이 즐비하다. 정반대 입장을 가진 오웬과 클레어의 로맨스도 흥미롭다. 전편들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면 스필버그 팬들보다 더 좋아할 오락 영화다.

스필버그가 제작을 지휘한 '쥬라기 월드'를 보며 인간이 얼마나 보잘것없는 존재인지 새삼 깨닫는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과 싸우는 한국에선 공룡보다는 낙타, 낙타보다는 병원이나 극장이 더 무서울지도 모른다. 가족 관객을 겨냥한 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과연 메르스 공포를 뚫어낼까. 예매는 16만명을 넘어섰다. 이 영화는 "일상으로 재입장할 준비 됐느냐"고 묻는 것 같다. 125분, 12세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