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가 만난 고수] "엔低로 기업 실적 크게 개선… 日증시 상승세, 이제 시작일 뿐"

"2015년의 유망 투자 대상국은 일본입니다."(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해외 주식 투자가 필수인 지금, 일본이 최선호 국가입니다."(동부증권) "일본의 유동성 잔치를 즐겨라."(블랙록 글로벌 자산배분 운용팀) "유커가 몰리는 일본에 눈 돌려라."(신한금융투자)

요즘 전 세계 금융가는 거북이처럼 꾸준히 오르는 일본 증시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 증시는 연초부터 고공 행진을 이어가며 56% 넘게 올랐지만, 단기간 급등해서 버블 영역에 접어들었다는 우려가 높아진 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도 오르는 일본 증시의 상승 가능성이 재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 닛케이지수는 연초 이후 17% 넘게 오르며 코스피 상승률(7%)을 압도했다. 일본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뉴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일본의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로, 한국(0.8%)을 앞질렀다. 과연 일본 경제에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아이자와(藍澤)증권의 사쿠마 히데오(佐久間英夫) 상무는 "닛케이지수가 15년 만에 2만선을 돌파하며 안착했지만 이런 상승세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일본 증시는 어두운 터널에서 빠져나와 거대한 상승장의 전야(前夜)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자와 증권은 지난 1918년 문을 열고 영업 중인 업계 15위의 중견 증권사다. 이달 중 유진투자증권에서 일본 증시 세미나를 열기 위해 방한할 예정이었지만, 메르스로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머니섹션 M플러스는 유진투자증권 본점 사무실에서 사쿠마 상무와 이이다 히로야스(飯田裕康) 리서치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닛케이가 15년 만에 2만선을 뚫었다.

"엔저(低) 효과로 기업들의 이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일등공신이다. 2012년에 80엔대 안팎에서 움직이던 엔·달러 환율은 최근 125엔대까지 치솟았다. 엔저는 일본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그만큼 기업 실적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 기업들의 내부 개혁 또한 합쳐지면서 막강한 에너지를 내고 있다. 아베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 선진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종전의 '일본색'을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주주보다는 종업원이나 고객, 거래처들과의 신뢰 관계를 더 중시해왔다. 하지만 지난 잃어버린 25년을 지나오면서 일본 증시에선 외국인 지분이 35%선까지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투명성이 결여된 일본식(式) 기업 통치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게 됐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이를 개선하라고 요구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도 서구형 주주자본주의를 도입하며 변화하고 있다."

―버블 절정기만큼 주가가 회복하겠나.

"일본 증시 버블은 지난 89년 말로, 당시 닛케이는 3만8900선을 넘어서면서 정점을 찍었다. 사실 당시 일본 증시는 PER(주가수익비율)이 50배를 넘어 완전한 버블이었다. PER은 현재의 주가를 주당순익으로 나눈 것으로, PER이 높으면 기업의 수익성에 비해 주가가 높다고 평가된다. 이후 25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일본 증시는 오르기는커녕, 오히려 반토막이 났다. 주가 부진은 디플레 때문이었다. 디플레 심리가 자리를 잡자마자, 국민들은 모두 디플레를 전제로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보고 소비도 미루고, 투자도 보류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경제는 디플레 늪에서 탈출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임금이 오르면 소비가 늘어나며, 이에 따라 기업 실적도 좋아질 수 있다는 선순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 개인들도 주식 투자에 열심인가.

"지난 25년간 워낙 주가가 오르지 않다 보니, 대다수 일본인들은 주식에 관심을 잃어버렸다. 닛케이가 1만선에서 2만선이 되는 동안, 개인들은 150조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개인들은 주식을 이렇게 파는데도 왜 주가는 오히려 오를까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동안 일본 주식시장이 달라졌다는 사실을, 개인들만 모르고 있을 뿐이다."

―어떻게 달라졌다는 건가.

"지금 외국인들의 주도로 기업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기업 개혁에 정부도 힘을 실어주고 있다. 아베 정부는 기업 지배구조 개편 노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경영 방침을 고수해온 일본 기업들을 개혁해서 성장성을 높이고 투명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이달부터 사외이사를 선임하고 주주와의 대화를 촉진하는 '기업지배지침'이 시행되고 있다. 오너가 아니라 주주를 우대하는 서구식 기업 지배구조 개혁이 잘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적극적으로 일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이 일본 주식 비중을 점차 늘리기로 한 것도 증시에는 호재다."

―엔저 때문에 한국은 타격이 크다.

"우리 회사는 아시아 15개국을 대상으로 해외 주식 매매도 취급하고 있다. 과거 엔고 시대엔 삼성전자나 현대차 같은 기업을 고객들에게 매매하라고 권했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 위주의 경제 구조이다 보니, 아무래도 경쟁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다. 예전엔 한국을 비롯, 해외 주식을 사고 파는 비중이 전체의 40%에 달했지만, 최근 20% 수준까지 내려갔다. 지금은 오히려 일본 주식 매매에 고객들의 관심이 높은 편이다. (우리 입장에서도) 전망이 밝은 일본 주식을 놔두고 해외 주식을 권하기가 불편한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환율의 효과는 이미 일본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엔고 시대에 연간 700만명 정도였던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최근 12개월 누계로 1520만명까지 치솟았다. 저출산이나 고령화로 정체된 소비를 외국인 관광객, 특히 중국 관광객들이 채워주는 소비증대 효과도 기대되고 있다. 이른바 싹쓸이 쇼핑 효과다."

―관광객 쇼핑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가.

"올해 1~4월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규모로 추산해 보면, 올해 약 4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일본을 찾을 전망이다. 중국인은 1회 관광 소비액이 30만엔에 달한다. 그런데 일본인은 1인당 소비액이 123만엔 정도다. 즉, 중국인 4명이 관광 오면, 일본인 인구 1명이 증가하는 경제 효과를 낳는 것이다. 일본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지만, 무엇보다도 엔저로 가격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