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일본에도 '선플' 수출했습니다

"우리 한·중·일 청소년이 앞장서서 인터넷 공간에서 아름다운 말과 글을 사용하겠습니다. 세 나라의 친선과 세계평화에도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한·중·일 청소년들이 나란히 서서 '선플평화선언문'을 낭독했다. 각국 청소년·학부모·교사 등 3000명이 모인 큰 행사였다. 이들은 사이버 폭력인 '악플'을 차단하기 위해 힘을 합치자고 결의했다. '선(善)플'은 악성 댓글인 '악(惡)플'의 반대말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착한 댓글'이란 뜻이다. 같은 시각 중국과 일본에서도 '한·중·일 청소년 선플 평화 선언식'이 열렸고, 중국 인민망TV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그 닷새 전에는 국회에서 한·일 대학생이 모여 '사이버 언어폭력 예방'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선플'의 효과에 대해 의견을 함께했다.

이 두 행사 모두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인 민병철 건국대 국제학부 교수가 주최했다. 그가 2007년부터 이끌어온 선플 운동이 이웃 나라로까지 확산된 것이다. "작년 11월에는 중국의 인터넷 관리 기관인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우리 운동에 공감해 무려 2000만명의 선플 자원봉사단을 모집하기로 했어요. 일본 규슈대 학생들은 '한·일 우호를 다지자'는 선플들을 보내왔고요."

생활영어 교육의 대명사인 민 교수가 15일 '결국,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선플운동본부 이사장으로 활동하며 겪은 일화와 함께 청춘에게 전하는 성공법을 담았다. 영어 교재만 50권 넘게 낸 그가 처음 펴낸 자기 계발서다. 부제(副題)는 '민병철의 청춘 멘토링'. 그가 제시하는 성공 비법은 '바른 인성'이다.

"우리는 빠른 성장과 성공에 몰두한 나머지 인성에는 미처 신경 쓰지 못했어요. 그러다 보니 성공과 욕구를 위해 남의 불행과 슬픔을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서 사회를 좀먹고 있어요. 개인의 능력이 한껏 올라간 요즘엔 바른 인성을 갖춘 사람이 진정한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민 교수는 미래에는 바로 이 인성의 가치가 더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정보화 시대에 개개인의 인성은 전보다 평가받기가 쉬워졌어요. SNS를 통해 자기 본바닥을 드러내면서 망신당하는 사례도 많잖아요. 선플 운동은 바른 인성을 갖춰 가기 위한 실천 방안의 하나입니다."

착한 댓글 달기는 간단하다. 근거 없는 악성 댓글을 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차분히 지적한 뒤,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내용을 덧붙이는 것이다. 이렇게 8년간 자발적으로 선플에 참여한 청소년들이 남긴 댓글이 600만개가 넘는다. "그렇다고 무조건 칭찬하자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을 쓰고, 상대를 존중하는 태도를 갖자는 거죠."

평생 생활영어를 보급해온 그가 '선플'이라는 시민운동에 나서자 의아해했던 사람도 사실은 적지 않았다. "영어 선생이 선플 운동하는 건 이상할 게 없어요. 언어 교육의 핵심은 '소통' 아닙니까. 악플이야말로 소통의 가장 큰 적(敵)이고요." 선플운동본부 운영비는 대부분 그의 사비로 충당해왔다. 그는 "영어 선생으로 오랜 시간 많은 이에게 사랑받았으니 당연히 해야 할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