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제한폭 넓히자 중·소형주 펀드에 뭉칫돈

17년 만에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 폭이 두 배로 확대되자 중·소형주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올해 초 코스피지수가 상승하면서 잠시 외면받았던 중·소형주 펀드로 6월 들어서만 1600억원 가까운 돈이 들어왔다. 대형주에 비해 중·소형주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는 편이어서 고수익을 낼 기회가 많아졌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에서도 우리나라나 해외 중·소형주에 투자하는 신상 펀드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번 달 중·소형주 펀드로 약 1600억원 들어와

펀드 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국내 중·소형주 펀드 188개로는 6월에 1586억원이 순유입됐다. 올해 들어온 돈 3757억원의 42.2%다. 국내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도 중·소형주 펀드가 주도하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 1~5월 7조5000억원이 빠져나갔는데 6월에는 2200억원이 들어왔다.

이번 달에 출시된 메리츠코리아스몰캡[주식]종류A로 772억원이 몰렸다. 이 펀드는 메리츠자산운용에서 사모 형태로 운용하다가 두 달 만에 두 자릿수 수익률을 기록하며 좋은 반응을 얻자 공모 펀드로 출시한 상품이다.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 Class와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으로도 400억원 넘게 돈이 들어왔다.

중·소형주 펀드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2월까지 돈이 많이 빠져나갔다. 2010~2013년 국내 증시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자 대형주 대신 중·소형주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많았지만, 지난해부터는 지수에 영향이 큰 대형주 위주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며 중·소형주 인기도 시들해졌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대형주가 그다지 속시원한 상승세를 보이지 못하자 다시 중·소형주에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키움증권의 김명동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주춤하자 아직도 상승세인 코스닥 시장에 대한 관심이 커졌는데 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직접 주식투자보다는 중·소형주 펀드를 찾는 사람이 많다"고 설명했다.

가격 제한 폭이 확대된 것도 중·소형주 투자 열기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15일부터 국내 주식시장의 가격 제한 폭을 ±15%에서 ±30%로 확대했는데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변동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격 제한 폭이 커지기 이전에도 대형주는 상한가나 하한가를 기록하는 경우가 드물었던 만큼 앞으로 그 확률은 더 낮아질 것이라고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삼성증권의 김용구 연구원은 "그동안 국내 증시의 상·하한가 폭이 확대됐을 때 주로 영향을 받았던 것은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가 아닌 중·소형주였다"면서 "주가가 하락할 때 위험도 커졌지만 동시에 오를 때는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게 된 셈이어서 투자 여부를 저울질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수익률 평균 22.8%… 헬스케어주 많이 편입

중·소형주 펀드는 올해 평균 수익률이 22.8%다. 국내 주식형 펀드 전체 수익률이 8.5%인 것에 비하면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손실을 기록 중인 상품은 없다.

설정액이 1000억원이 넘는 5개 펀드 중에서는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이 38.8% 수익률을 기록했다. 동양중소형고배당자 1(주식)ClassC와 삼성중소형FOCUS 1[주식](A)도 20% 넘는 수익을 냈다.

펀드가 편입하고 있는 종목은 제각각인데, 최근 들어서는 바이오·헬스케어 관련주를 많이 편입하는 분위기다. 가짜 백수오 파문이 불거지며 내츄럴엔도텍을 포함한 헬스케어 관련주가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5월 중순 이후로는 다시 오르고 있다.

현대인베스트먼트로우프라이스자 1(주식)A1은 셀트리온·씨젠·씨티씨바이오·인트론바이오 등 헬스케어 관련주를 총 자산의 20.3% 담고 있다. 알리안츠Best중소형자[주식](C/C 1)은 16.3%, 동양중소형고배당자 1(주식)ClassC는 9.4% 편입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