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17 01:05

[구치소·소년원 등 옮겨지는 의왕 외곽 주민들 반발]

16조원대 투자 이끌수 있어 지자체끼리는 의기투합
"피해 지역이 협의 나서면 체육관·주차시설 인센티브"

경기 안양교도소를 의왕시로 옮기고, 의왕 예비군훈련장을 안양 예비군훈련장으로 통합하는 지자체 최초의 '기피 시설 빅딜' 사업을 추진한다고 정부가 공식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16일 발표한 '창조경제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서울구치소·안양교도소 등 이전 사업' 계획에 따르면 이 빅딜을 통해 의왕시에 12조원의 투자와 4만6000명의 고용이 창출되며, 안양시에는 4조원의 투자와 1만1000명의 고용이 창출된다. 안양시청과 의왕시청도 사업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근 사업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부터 교정 시설이 옮겨가는 의왕시 일부 지역 주민들이 강력 반대하고 나서는 바람에 의왕시가 정부와 협의를 일시 중단한 상태다.

안양시-의왕시 간 교정·군사시설 빅딜 개발 계획.
지자체 첫 '기피 시설 빅딜' 공식 발표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안양교도소와 의왕시 소재 서울구치소·서울소년원이 2018년까지 의왕시 외곽 왕곡동 일대 '경기 남부 법무타운(가칭)'으로 이전한다. 의왕시 예비군훈련장은 안양시 예비군훈련장으로 기능이 통합된다. 정부는 이전 기관의 종전 부지를 개발해 안양·의왕 일대에 16조원의 투자를 일으킨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안양교도소와 의왕 예비군훈련장 일대(30여만평)를 상업 시설과 예능 문화 클러스터로 조성하고, 서울구치소 일대(40여만평)는 바이오·의료 클러스터로, 서울소년원 일대(3만여평)는 공공 교육타운 등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법무타운 주변의 왕곡타운(25만여평), 행복타운(15만여평) 신규 조성 계획도 밝혔다. 정부와 안양시가 500억원을 내 법무타운 이전지 인근에 문화예술 회관을 건립해주겠다는 계획도 들어 있다. 이번 사업은 기획재정부가 주도하고 법무부, 국방부, 국토교통부, 경기도, 안양시, 의왕시, LH(토지주택공사), 캠코(자산관리공사), 국토연구원 등이 동원된 프로젝트로 지난 1월부터 정부와 지자체가 협의해 왔다. 두 지자체가 도심 재개발의 호기라 보고 정부 협의에 응해 사업 계획에 동참했다.

의왕시는 '찬성' 측과 '반대' 측으로 쪼개져

하지만 지난 4월 이 사업 추진 계획이 알려지면서 의왕시는 찬성하는 도심지 주민들과 반대하는 외곽지 주민들이 대립하는 '민-민'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법무타운 조성 예정 부지에는 현재 26가구 51명이 거주하고 있어 토지 수용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의왕시는 판단한다. 하지만 예정지로부터 산 능선과 고속화도로 등을 넘어 1.1㎞ 떨어진 고천동 일대 아파트 2000여가구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의견 수렴 없이 교육 환경 악화 등 삶의 질 저하가 분명한 사업을 추진했다"며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자 지난 11일에는 의왕시 주민자치협의회, 농촌지도자연합회 등 개발에 찬성하는 122개 사회단체가 의왕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무타운 조성 예정지가 (반대 주민들이 사는) 고천 주거 지역에서 1㎞ 이상 떨어져 있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며 사업을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안양교도소·서울구치소·서울소년원의 반경 500m 이내에는 초·중·고등학교가 9곳 있지만, 이전 예정지에는 1.5㎞ 이내에 학교가 한 곳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 측은 "찬성 지역 주민들이 내세우는 이유로 피해 지역 주민의 고통이 줄어들지는 않는다"며 맞서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이날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의왕시에 "이달 말까지 사업 추진 여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테니 소모적 논쟁을 끝내고 사업 추진을 조속히 결정하라는 것이다. 이에 의왕시 관계자는 "피해 지역 주민이 협의에 나선다면 해당 지역에 주차 시설, 체육관 건설 등 각종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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