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場春夢' 깬 코스피, 강한 놈만 살아남았다

일장춘몽(一場春夢). 과연 봄날 한 달간의 꿈으로 끝나는 것일까.

3월 이후 국내 증시는 눈에 띄는 상승세를 보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의 대규모 양적 완화와 일본의 통화 정책 완화 등으로 풀린 돈의 힘으로 가파르게 오르는 주식시장에서 안 오르는 업종이나 종목을 찾는 게 더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그리스의 재정 위기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등으로 인해 외국인의 매수세가 눈에 띄게 줄면서 증시는 상승세가 꺾였다. 특히 증시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증권주와 조선 등 경기민감 업종, 자동차와 항공주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반면 전체적인 하락장 속에서 오히려 주가가 눈에 띄게 오르고 있는 업종도 있다. 장기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바이오·제약과 일부 화장품 관련주 등은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상승세를 보였다.

◇증권주·운송주·경기민감주 상승세 꺾여

눈에 띄게 오르던 증시가 5월 이후 약세로 돌아서면서 경기 회복과 주식시장 거래량 증가 등에 대한 기대감에 주가가 올랐던 업종들이 다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특히 일부 종목의 경우 주가가 올 초 수준 밑으로 떨어졌다.

증권 업종의 경우 4월 한 달간 30% 넘게 올랐던 대우증권이 5월 이후 13.9% 하락했고, 한국금융지주도 8.9% 떨어졌다. 최근 그리스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상승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의 투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경기가 점차 살아나 수주가 늘 것이라는 전망에 모처럼 강세를 보였던 조선 업종도 하락 폭이 크다. 현대중공업은 5월 이후 16.1%, 대우조선해양은 22.3% 각각 하락했다.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내수와 관광객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유통주와 중국 관련주, 항공주 등도 큰 타격을 받았다. 롯데쇼핑은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중국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면서 5월 이후 주가는 14.8% 하락했다. 유가 약세로 올 초부터 강세를 보였던 대한항공도 관광객 수 감소와 유가 상승 등으로 인해 22.3% 하락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나항공 역시 22.5% 떨어졌다.

◇성장 기대감 큰 바이오·제약株는 여전히 강세… 화장품 ODM사도 주목

그러나 성장성이 눈에 띄는 일부 업종들은 여전히 상승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오·제약 업종의 경우 신약 개발에 따른 판매 수익 증가 기대감에 최근 메르스 확산으로 건강 관련주에 대한 관심도 늘면서 조정장 속에서 오히려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5월 들어 녹십자는 43.5% 상승했고,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도 각각 42%, 37.1% 올랐다.

화장품 ODM(제조업자 개발생산) 업체들의 주가도 강세다. 아모레퍼시픽 등 브랜드 화장품사들이 최근 메르스 등의 여파로 주가가 부진한 것과 달리, 자체 기술력이 높고 해외 수출 시 브랜드 사용료까지 받을 수 있는 ODM사들은 오히려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화장품 ODM사인 코스맥스는 5월 이후 51.7% 올랐고, 한국콜마도 44.4% 상승했다.

◇바이오株 등 거품 우려도

그러나 일부에서는 하락장 속에서도 오히려 큰 폭으로 올랐던 업종들 역시 곧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갈 곳을 잃은 투자 자금이 몰리면서 성장성이 주목을 받아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지만, 최근 기업 내재가치에 비해 주가 상승 폭이 지나치게 커 거품이 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강대권 유경PSG자산운용 본부장은 "일부 바이오, 제약주들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를 넘어서는 종목들도 나오고 있다"며 "실적 개선이나 신약 개발 등이 눈에 띄지 못할 경우 빠르게 올랐던 만큼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