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서울국제도서전 초청 작가… 메르스로 행사 미뤄졌지만 訪韓 "성장 우선시하는 사회적 특성, 한국의 행복지수 낮게 만들어"
베스트셀러 '꾸뻬씨의 행복여행'(열림원)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프랑스 정신과 의사이자 작가 프랑수아 를로르(62·사진)를 17일 만났다. 를로르는 원래 이날부터 시작 예정이던 2015 서울국제도서전의 초청 작가. 메르스 때문에 도서전이 10월로 연기되면서 초청 작가들의 방한 역시 모두 미뤄졌지만, 그는 메르스 공포보다 한국 독자들과의 약속이 더 소중하다고 했다. "무섭지 않으냐"는 질문에는 "나는 의사"라며 빙긋 웃었다.
공교롭게도 를로르는 사스(중증 급성 호흡기 증후군)가 유행하던 2003년의 베트남에 체류한 적이 있어 메르스의 공포가 어떤 것인지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 무섭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모든 곳에 바이러스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불필요한 상상으로 걱정을 앞당길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꾸뻬씨의 행복여행'은 작가 자신처럼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꾸뻬가 행복의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여행 소설 형식으로 풀어낸 것. ①행복의 첫 번째 비밀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②행복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는 것이다 ③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 등 행복해지기 위한 23가지 계명(誡命·표)을 소개한다. 한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약 200만부가 팔렸고, '세렌디피티'를 만든 피터 첼섬 연출의 상업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정작 작가 자신은 이 23가지 계명을 과연 모두 잘 지키고 있는지 궁금했다. 또 개인적으로 가장 지키기 어려운 계명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행복은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에 달려 있다'는 계명을 들었다. 젊었을 때의 자신은 불만과 근심이 많은 사람이었다는 것. "낙관주의자는 타고나는 것 같다"면서 "지금도 매일 긍정의 방향으로 조금씩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과 관련한 를로르의 질문은 가령 이런 것이다.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타는 사람은 일등석을 부러워하지, 이코노미석을 타는 사람과는 비교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또 한국 국민은 북한 주민과 비교해 얼마나 행복한지는 잘 따져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자신의 고국 프랑스와 한국의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를 인용하기도 했다. 경쟁을 장려하고 성장을 우선하는 한국 사회의 특징이 현재의 한국을 만든 에너지의 원천이 됐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행복을 막는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는 것. 내가 가진 것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잘해야 한다는 부담만 가득하다면 어떻게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는 반문이다.
그렇다면 자신만 바뀐다고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를로르는 "물론 자신의 인성이나 인생의 단계, 그리고 어떤 나라에서 살고 있느냐에 따라 다르다"면서 "사회 구조와 개인의 변화가 균형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이라는 를로르에게 한국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물었다. 그는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순간과 인천공항에서 서울로 들어올 때의 풍경의 아름다움을 하나씩 예로 들다가 "그래도 역시 난생처음 한국 막걸리를 종류별로 먹었을 때의 저녁식사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